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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구에서 3번 연속 당선된 국회의원은 돋일 지역에 다시 출마할 수 없게 하자는 다선금지법을 이용주 의원이 추진중입니다. 이를 놓고 특정 세력 견제다, 정치 신인 등용문이다 갑론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논쟁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자료사진).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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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여수갑)이 '다선 방지법'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특정 지역구에서 한 의원이 4회 이상 연속해 당선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관련기사: '다선금지법', 호남 중진 견제 위한 안철수의 포석?).
 
얼핏 생각하면 새로운 정치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좋은 법안으로 보인다. 다선 의원들에게 지역에서의 은퇴를 강제함으로써 새로운 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정치 신인들이 정치 참여 기회에 목말라 한다. 한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국회의원이 있으면 새로운 의원이나 후보는 도전하기 어렵다. 신인들은 인지도가 낮고
지역에서의 조직력도 밀리기 때문에 의욕은 있어도 경선에서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신한 인물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다. 정치 개혁을 지지하는 성향의 국민이라면 이 법안에 찬성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법안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실효성 없는 '다선 금지법'



첫째, 이 법안은 정치 개혁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국민 상당수가 현재의 한국 정치, 특히 국회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정치 신인이 늘어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면 그동안 한국 국회는 계속해서 기존 의원들을 정치 신인으로 교체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인을 계속 데려왔는데도 지금 또 신인이 필요하다면, 그게 아닌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가 신구 의원 교체율이 낮아서 국회가 잘 안 돌아갔는지를 헤아려보면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와 겹쳤던 제18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은 전체 의원 128명 중 50명을 떨어뜨리는 극단적인 신인 교체를 단행했다. 무려 40%에 육박하는 엄청난 신구 교체였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때 국회의 문을 처음 두드렸다. 하지만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은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2006년 9월 28일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은 국회 도서관에서 정치권의 전반적 위기를 정치개혁의 기회로 승화시키기 위한 의원모임인 `처음처럼`창립총회를 가졌다.
 지난 2006년 9월 28일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은 국회 도서관에서 정치권의 전반적 위기를 정치개혁의 기회로 승화시키기 위한 의원모임인 `처음처럼`창립총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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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단적인 '여소야대'였던 열린우리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은 처음에는 작은 정당으로 시작했지만 2004년 '탄핵 역풍'으로 17대 총선에서 대승했다. 기존의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점유하던 자리를 열린우리당 신인이 빼앗아온 경우도 많았다. 열린우리당의 초선 의원은 무려 108명(전체 152명)이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초선 의원들은 '108번뇌'라는 이름만 남긴 채 상당수 사라졌다(73명 낙선). 열린우리당은 당의 역사도 짧았던 데다가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굉장히 자주 교체돼 불안정했다. 기존의 정치 문화 폐습으로 지적되던 계파 문화 역시 잔존했다. 이런 과거만 살펴보아도, 단순히 새로운 정치 신인을 많이 등용한다고 더 좋은 정치 문화가 생기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이 법안이 도입되어도 실질적으로 신인의 등용문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지방자치단체장이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경우가 굉장히 흔하다. 3선 국회의원이 사라진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자리에 등장하면 정치 신인이 경선에서 이길 확률은 낮다. 3선 의원을 '지역 유지'라는 단어로 바꿔도 답은 비슷할 것이다.
 
셋째, 이 법안은 다선 의원을 '구태 정치'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모든 다선 의원이 다 사라져야 할 존재는 아니다. 4, 5, 6선을 하고도 지역구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의원들까지 부러 잃을 필요는 없다.
 
다선 의원들이 잘려나가면 당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도 매우 어려워진다. 정치 데뷔를 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나 이제 성장하는 인사들로만 당을 구성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이 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현실적으로 다선인 의원들이 초선인 의원들보다 정치적 영향력도 크고, 의사결정에서의 영향력도 크며, 우리들에게 더 익숙하다.

당장 이용주 의원이 속한 국민의당만 해도 그렇다. 박지원, 박주선, 주승용, 김동철 의원 등이 해당 법안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각 당의 지도부급, 중진급 인사들도 해당 법안에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회에서 다선 금지법안이 지지를 얻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선금지 법안이 회자될수록 기존 다선 의원과 국회의 '무능' 프레임이 구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정치인에 대한 비판적인 프레임이 생기면 기존의 정치를 구태 정치로 몰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는 정치인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다선 금지 법안은 의도는 좋지만 실질이 아쉬운 법안이다. 기껏 갈아놓고 '그놈이 그놈' 소리를 하게 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신인 등용이 좋은 정치를 만들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신인의 양이 아니라 질과 선출 과정이다.



태그:#정치, #다선, #이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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