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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건설이 과잉투자로 질주하고 있다. 녹색연합의 <철도 난개발과 공공성 악화>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혹은 계획 단계에 있는 상당수 신규 노선들은 향후 적자운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미 적자 운영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본 기사는 '무분별한 신규 건설', '방치된 기존 노선', '모순적인 철도 정책'을 주제로 철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 훼손을 검토하고자 한다. - 기자 말

국토부가 대규모 철도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여주문경철도의 2단계 구간(충주-문경)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동서고속화철도(춘천-속초)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있다. 여주문경철도는 사업비가 2조 1745억 원, 동서고속화철도는 2조 631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완공 뒤에는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 이미 KTX와 SRT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노선이 적자상태다. 그런데도 국토부와 기재부는 건설에만 골몰하고 있다. 철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운영관리는 뒷전이다.

동서고속화철도와 여주문경철도의 2단계 구간은 모두 인구가 적은 지역에 건설된다. 국내의 대표적인 적자노선인 7개 벽지노선 (경북선, 경전선, 대구선, 동해남부선, 영동선, 정선선, 태백선) 등과 인구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도표 1)

[도표1] 노선별 지역 인구
 [도표1] 노선별 지역 인구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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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동서고속화철도와 연결될 노선인 경춘선만 해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과 춘천을 연결하는 경춘선이 적자인 것이다. 이보다도 지역 인구가 한참 적은 동서고속화 등은 적자를 피할 길이 없다. 예비타당성 조사 또한 동서고속화철도의 B/C(편익/비용)값을 0.78, 충주-문경 구간의 B/C 값을 0.96으로 평가했다. 국토부, 기재부 등은 경제성이 부족함에도 지역균형발전 등의 명분을 내세워 해당 사업들을 통과시켰다.

중복투자, 환경파괴... '신설' 정말 시급한가?

이미 원주-강릉선, 동서고속도로 등 수도권과 영동권을 잇는 노선들이 건설 중이다
▲ 동서고속화철도 노선도 이미 원주-강릉선, 동서고속도로 등 수도권과 영동권을 잇는 노선들이 건설 중이다
ⓒ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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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많은 피해를 감수하고도 사업을 강행할 만큼 두 노선이 시급한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동서고속화철도의 경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유라시아 협력을 통한 경제 활성화, 남북통일의 기반 마련)의 발판 마련'이 주요한 명분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현재 북한 고성까지 TSR(시베리아 횡단철도)이 연결돼 있다. 향후 고성과 속초가 철도로 이어질 때를 대비해, TSR을 수도권으로 연계하는 노선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오히려 속초와 강릉을 연결하는 편이 적절하다. 이미 포항과 삼척을 잇는 동해선이 건설 중이다. 여기에 강릉-속초-제진 구간만 연결하면 부산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이어지는 진정한 대륙횡단철도가 완성된다. 이를 수도권과 연결하는 역할은 올해 말 개통 예정인 원주-강릉선이 할 수 있다. 원주-강릉선 또한 경제성 부족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 개최를 명분으로 건설 중이다. 이미 수도권과 영동권을 잇는 고속철도가 놓이고 있는 것이다.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을 두고 중복투자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철도뿐만이 아니다. 서울과 속초 간에는 이미 고속도로 수준의 4차선 국도가 연결돼 있다. 여기에 올해 서울-춘천-양양(속초)을 고속도로로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로까지 개통됐다. 이런 상황에서 동서고속화철도는 태생부터 애물단지가 될 것이 뻔하다.

충주-문경 구간 또한 시급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충주와 문경을 잇는 중부 내륙 고속도로, 3번 국도와 괴산-문경 지방도로가 있다. 3번 국도의 경우 대표적인 적자 노선이다. 동일 구간에 철도를 건설하는 것은 낭비에 가깝다. 지난 7월 협의가 이뤄진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녹색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여주-문경선은 멸종 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는 백두대간을 지나간다.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국책사업은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되어 왔다. 춘천-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협의에만 5년이 걸렸다. 보고서는 충주-문경 구간의 경우 이런 활동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심지어 훼손지 사면에 외래식물을 심겠다는 계획이 쓰여 있다. 생태계 교란을 낳을 수 있는 행위다.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토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건설부터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만 남길 수밖에 없다.

동해선 디젤 열차 논란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을 두고 중복투자 논란이 생긴다
▲ 원주-강릉선 대관령터널 공사현장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을 두고 중복투자 논란이 생긴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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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최근 동해선 1차 구간을 두고 디젤 열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올 연말 개통되는 동해선 포항-영덕 구간 노선에 디젤 열차가 투입된다는 계획이 알려졌다. 이는 신설 노선 운영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디젤열차는 경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로 가동된다. 철도가 환경 친화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디젤열차 1대당 내뿜는 미세먼지는 경유차 3000대꼴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6년 5월 부산 철도차량정비단에서 디젤기관차 7대 대상으로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측정한 결과, 디젤열차 연료 1L당 배출한 대기오염 물질은 질소산화물 46.63g, 미세먼지 8.53g, 일산화탄소 43.92g, 탄화수소 2.89g 등이다. 코레일이 연간 사용하는 총연료량(1억 1373만L)을 고려하면 디젤기관차가 연간 배출하는 오염 물질 배출량은 질소산화물 5,303t, 미세먼지 970t 등에 달한다. 신설철도노선에 디젤열차를 투입하겠다는 것은 환경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접근이다.

국토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디젤열차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정작 동서고속화철도, 여주문경선과 같은 대형철도사업에 골몰하고 있다. 운영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신설은 철도의 환경성과 공공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운영 없는 건설은 공공성 해칠 뿐

올해 말 개통되는 포항-영덕 구간에 디젤 열차가 투입된다
▲ 동해선 영덕 구간 올해 말 개통되는 포항-영덕 구간에 디젤 열차가 투입된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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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건설 사업에 대해 "운영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적자 노선 신설은 가능한한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인정한다. 다만 "여러 정치적, 정무적 관계에 따라 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고, 공공성의 차원에서 철도 체계 구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라며, 적자운영에 대한 대책으로는 "자동화 등을 통한 인건비 절약과 여행 수요 창출 등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 철도 산업은 '공공성'이라는 명분으로 새로운 적자 노선을 건설하면서, 기존의 적자 노선은 방치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운영을 생각하지 않은 신설은 장기적으로는 전체 철도의 공공성을 해칠 뿐이다.

철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이 아닌 '정치적' 관계에 따라 노선이 건설된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30년가량 타당성 부족으로 미끄러지던 동서고속화철도는 지난 몇 년간 급물살을 타며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 선정, 이어지는 지자체의 강력한 요구, 원주-강릉선 건설 등에 따라 급물살을 탄 것이다. 이렇게 건설된 노선의 가치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인지, 지역 토호와 건설자본만 배불릴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문제는 토건 과잉이다. 국토부는 도로와 댐을 더 추진하기 어려우니, 이제는 철도에서 토건 붐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여기에 기재부도 거둘어서 토건국가로 질주하려는 것이다. 뿌리 깊은 토건의 망령이다."

무분별한 신설을 멈추고 운영과 건설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요구된다.

☞ 철도 난개발과 지속 불가능한 교통 정책 ② '방치된 기존 노선'으로 이어집니다.


태그:#동서고속화철도, #여주문경선, #철도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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