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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x133. 캔버스에 아크릴
▲ 기름새2 127x133. 캔버스에 아크릴
ⓒ 박용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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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기억하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자전거나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는 사람은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도 몸의 기억을 따라 페달을 밟고, 건반을 누르게 된다. 그러면 모래나 바다에게도 기억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태안반도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태안반도는 2007년 12월 7일 1만2천547㎘ml의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해안선 375㎞와 인근 101개의 섬에 오염피해를 입은 기억이 새겨져 있다. 시커먼 기름에 덮여 바다도, 모래사장도, 양식장도, 해안선 따라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던 사람과 모든 생명들이 숨을 쉴 수 없었다.

기름의 검은 빛깔이 숨통을 옥죄일 때 태안반도를 살리기 위해 사람들이 움직였다. 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나서서 기름을 걷어내고, 바위를 닦고, 온몸에 기름이 묻어 날지 못하는 새를 씻기고 먹이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기름 때문에 파도가 쳐도 파도소리가 안 들리는 처절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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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배의 감동 172x133. 캔버스에 아크릴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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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x125. 캔버스에 아크릴
▲ 잃어버린삶터 - 양식장풍경 190x125. 캔버스에 아크릴
ⓒ 박용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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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흐른 십년. 이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림으로 기억하고자 하는 화가 박용빈씨가  <태안의 기억, 다시 꽃피다> 전을 열면서 말을 걸어온다.

"지금도 타르볼이 발견되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요. 너무 아픈 일이지만, 기억을 꼭 해두고 싶은 일이라 그 이후로 계속 답사를 다니면서 그림으로 기록을 했어요. 지금은 새로 양식장도 생겨 거의 예전 모습을 찾기는 했지만 잊지 말아야 지요. 2009년 태안지역에서 전시회를 했는데 올해 10주년을 맞이해서 무얼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싶었어요."

그의 그림을 통해 태안반도를 대신하여 기억을 더듬는다. 기름에 덮인 굴 양식장을 그린 <잃어버린 삶터>와 푸른 하늘 아래 절망적이기만 했던 검은 파도로 변한 바다의 모습은 <블랙 웨이브>로, 날지 못하는 새가 되어 버린 <기름새> 등이 그것이다. 울지도 못하고 주저 앉아있는 태안반도와 주민들에게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들어 <구름포의 감동>을 만들어 냈고, 그 손길을 통해 자리를 떨치고 <희망을 긷는 사람>이 하나 둘 생겨나 <다시 일터로> 갈 수 있었다.

"처절했던 풍경들이었죠. 기름 때문에 파도가 쳐도 파도소리가 안 들렸어요. 10년이 되어서 이제야 겨우 다시 피어나는 거죠. 그래서 옛 양식장의 모습에 해당화와 동백꽃을 그려 넣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잊지 않기 위해서 모래 위에 떨어져 있는 기름과 동백꽃과 해당화를 그려 넣었죠. 저도 이 그림들이 마음에 들어요. 그림이라는 게 사물에 대한 연민 없이는 안 되는 거 같아요."

210 x133. 캔버스에 아크릴
▲ 태안의 기억, 다시 꽃피다 210 x133. 캔버스에 아크릴
ⓒ 박용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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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x125. 아크릴 등
▲ 희망의 흔적2 190x125. 아크릴 등
ⓒ 박용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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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악몽을 새기게 된 태안반도에 우리는 미안해 해야 한다. 그러니 다시 모래밭과 바다와 파도와 그 자리 그대로 있는 바위 하나하나까지 다시 행복한 기억을 새길 수 있도록 사람이 기억을 하고, 사람이 노력을 해야만 한다.

서해유류 피해 극복 10주년을 기념하여 전국자원봉사자 <희망나눔한마당> 기획전시로 열리는 화가 박용빈씨의 <태안의 기억, 다시 꽃피다> 전은 해양수산부, 충청남도, 태안군 후원으로 9월 15일(금)부터 17일(일)요일까지 충청남도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 박용빈씨는 충남민족미술인협회 회장으로 꾸준히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해오고 있다.



태그:#박용빈, #태안의 기억, #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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