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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법외 노조 철회' 등을 요구하며 서울에서 단식하며 1인시위를 벌여왔다.
 김민수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법외 노조 철회' 등을 요구하며 서울에서 단식하며 1인시위를 벌여왔다.
ⓒ 전교조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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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23일차, 단식은 중단하지만 투쟁은 멈추지 않겠다."

'법외노조 철회'와 '교원차등성과급제 폐지', '교원평가제 폐지'를 내걸고 지난 10월 23일부터 단식해 온 김민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이 단식 23일만에 중단했다.

14일 전교조 경남지부는 이날 오전 김 지부장이 건강 문제 때문에 단식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김민수 지부장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교조 간부들과 함께 단식하다 중단하고, 이날 창원으로 돌아와 마산의료원에 입원했다. 

김 지부장이 단식투쟁하자 전국에서 전교조 간부들의 동조단식 등이 이어졌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이날까지 14일째 단식농성하고, 수석부위원장과 부위원장, 시도지부장들도 6일째 집단 단식농성하고 있다.

전교조는 "단식 14일차인 조창익 위원장과 단식 6일차인 손호만 대구지부장한테 단식을 중단하라는 의료진의 권고가 있었으나, 본인들은 단식농성을 지속하고 있다"며 "현재 정부의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했다.

김민수 경남지부장은 단식을 중단하며 낸 글을 통해 "투쟁은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김 지부장의 글 전문이다.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중앙집행위원들이 1일 오전 청와대앞 분수광장에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철회, 성과급 교원평가 폐지, 교육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하기전 삭발을 하고 있다. 2017.11.1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중앙집행위원들이 1일 오전 청와대앞 분수광장에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철회, 성과급 교원평가 폐지, 교육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하기전 삭발을 하고 있다. 2017.11.1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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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23일차, 단식은 중단하지만 투쟁은 멈추지 않겠다

몸이 한계상황을 넘었다고 합니다. 더 이상 단식을 지속하면 몸에 치명적 무리가 간다고 여기서 멈추라고 합니다. 의사의 진단도 거부하기 어렵지만 전교조 위원장님과 중앙집행위원, 경남지부 동지들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정부 요구조건 중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없는데, 중단 하려고 하니 분노와 슬픔만이 남습니다.

학교장이 일상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러오던 어느 학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다 못한 한 학생이 학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학교장은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조치를 통해 학생을 제적시키는 것으로 그 학생의 목소리를 덮어버리려 했습니다. 학교장은 비리로 인해 곧 새로운 학교장으로 교체되었고, 학교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제적되었던 학생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당연히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 새로 온 학교장이나 교사 등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부당하게 새겨진 주홍글씨를 지우고, 그 학생이 입었을 상처를 회복시켜야할 것입니다.

지난 정권에서 전교조는 바로 그 학생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적폐청산의 과정이 한창인 지금, 그 어떤 정상화의 길도 전교조 앞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상처투성이가 된 채 지금도 법외노조라는 이름으로 외면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항도 해보고, 수많은 조합원들이 호소도 했지만, 꿈쩍않는 정부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또한 현장 교원들의 목소리에도 정부는 귀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 교원 90%가 훨씬 넘는 이들이 반대하는 실패한 경쟁주의 정책, 교원평가와 차등성과급도 연장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실패한 정책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관료들, 지난 정부에서부터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그런 교육 관료들이 아직도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실패한 정책을 유지하려는 이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다시는 학교현장에 외국에서도 실패한 사례를 가져와 마루타로 삼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일벌백계 해야 합니다.

학교를 교육이 가능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전교조의 실천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단식을 멈춰야 한다는 게 너무나 가슴 아프고 서글프지만, 그 서러운 분노를 가슴에 품고 다시 실천과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합니다.

2017년 11월 14일, 23일차 단식을 중단하며. 전교조 경남지부장 김민수


태그:#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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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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