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자료사진)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948년 제헌헌법때부터 변함없이 내려오는 조항이다.

그런데 이 조항을 무너뜨리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이다. 그는 자신이나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이 저지른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한다. 자기들이 아무리 나쁜 짓을 했어도 수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행태이다. 헌법이 정한 '법앞의 평등'을 부정하고, 자신들을 정치특권계급으로 만들려는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이런 행태를 통해 실제로 이익을 얻어 왔다.

홍준표 대표의 공금횡령 사실 자백

2015년 5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금횡령 사실을 자백하고도 수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한나라당 원내대표시절 월 4000-50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았는데, 그 중에 쓰고 남은 일부를 생활비로 줬다'고 자백했다. 당시에 논란이 일어나자 홍준표 대표는 '직책수당이기 때문에 생활비로 써도 관계없다'고 주장했지만, 국회예산에 그런 직책수당은 없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도 언론에 '특수활동비는 생활비로 쓸 수 없다'고 얘기했다.

문제는 이렇게 명확한 정황이 있는데도 박근혜 정권하의 검찰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남지역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이 접수됐지만, 검찰은 피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고 '각하'했다. 홍준표 대표는 '좌파 단체가 자신을 고발했지만 각하됐다'고 의기양양하게 떠들었다.

11월 24일 서울중앙지검앞에서 홍준표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세금도둑잡아라' 이상선 공동대표, 이영선 상임대표, 하승수 공동대표
▲ 11월 24일 홍준표 고발 기자회견 모습 11월 24일 서울중앙지검앞에서 홍준표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세금도둑잡아라' 이상선 공동대표, 이영선 상임대표, 하승수 공동대표
ⓒ 세금도둑잡아라

관련사진보기


이런 행태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공소시효 만료도 다가오고 있었다. 공금횡령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데 공소시효가 10년이다. 홍준표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것이 2008년 5월 - 2009년 5월이니까 공소시효가 만료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2008년 5월 무렵부터이다. 더 이상 고발을 미룰 수 없었다.

그래서 11월 24일 필자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세금도둑잡아라(http://sedojab.tistory.com)는 서울중앙지검에 홍준표 대표를 고발했다. '세금도둑 잡아라'는 대한민국에 만연한 세금도둑, 예산낭비를 근절시키기 위해 창립한 시민단체이다. 그동안 전국과 지역에서 예산감시운동을 해 오던 사람들이 뭉쳐서 만든 단체이다.

'세금도둑잡아라'가 고발계획을 발표하고 고발을 준비하자, 홍준표 대표는 말바꾸기를 시도했다. '세금도둑잡아라'는 11월 11일 홍준표 고발을 위한 공개서명운동을 시작했고, 필자도 11월 13일 경향신문에 '세금도둑 홍준표를 고발한다'는 칼럼을 기고했다. 공개적으로 고발계획을 밝힌 것이다.

갑자기 말 바꾼 홍준표

아마도 이런 계획이 홍준표 대표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홍준표 대표는 11월 18일 그동안 자신이 해 왔던 해명을 뒤집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특수활동비는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원내부대표, 원내행정국에 나눠줬고, 야당 원내대표에게도 나눠줬으며, 그 외 국회의원과 기자들 식사비용으로 썼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특수활동비는 생활비로 쓰지 않았고, 식사비용을 특수활동비로 쓰다 보니 평소보다 급여가 많이 남아서 이를 생활비로 줬다는 것이다.

그동안 해 오던 얘기를 180도 바꾼 글이었다. 고발이 임박하자 '말 바꾸기'를 해서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의 해명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당시 야당대표였던 원혜영 의원은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는 초조했는지 다시 글을 올려서 원혜영 의원에게 줬다는 것은 '기억의 착오'라고 했다. 그리고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 여·야당 간사에게 줬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서갑원 전 의원 역시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홍준표 대표의 뒤늦은 '말 바꾸기'는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의 수사 뿐이다.

사실 유력정치인이 '세금을 생활비로 썼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도 수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렇게 해 놓고 어떻게 부패를 근절할 수 있겠는가? '법앞의 평등'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이런 뜻에 공감해주시는 시민들도 많았다. 짧은 기간동안 온.오프라인에서 서명을 받았지만,  11월 24일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한 고발장에는 시민들 884명이 고발지지서명인으로 참여해 주셨다.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의 수사 뿐이다. 검찰이 국회 예산이라고 해서 성역으로 남겨두지 않기를 바란다. 현직 야당 대표라고 해서 수사를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못지 않게 문제가 많은 것이 국회 특수활동비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활동이나 정보수집활동에 쓰여야 할 특수활동비가 생활비로 쓰이고, 밥값으로 쓰인다면 말이 되는가?  국회부터 깨끗하게 만들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세금도둑의 늪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홍준표 대표만이 문제는 아니다. 국회의 예산집행과 관련된 불법들은 여기저기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국회예산을 지원받아 '베끼기 정책자료집'을 만든 국회의원들에 대한 고발도 진행될 예정이다.

국회가 정보를 은폐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소송도 진행중에 있다. 필자만 해도 국회를 상대로 2건의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세금도둑잡아라' 차원에서 1-2건의 소송을 더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가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의장단/정보위원회 해외출장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정책자료집 발간비 등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비공개결정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의 예산부패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홍준표 대표에 대한 수사는 그 시작이 될 것이다.


태그:#세금도둑잡아라, #홍준표고발, #특수활동비
댓글2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