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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KTX 예산을 챙긴 국민의당이 결국 이번 2018년 국회예산안 처리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내년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2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모여 '2+2+2' 막판 회동 중이나 기한 내 예산안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처리 기한이 약 30시간 남았으나 각 정당 논의가 급진전하지 않으면 이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

여야 3당 지도부는 특히 6대 쟁점 예산 중 남북협력기금 감액, 건강보험 재정 등에 대해서는 여야가 이견을 좁힌 상황이나,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기금 예산에서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각자의 현행 유지(민주당)와 반대(한국당), 절충안(국민의당) 등 이유를 서로에게 설득하며 계속 팽팽한 줄다리기 중인 것.

이런 가운데 '캐스팅보터(결정권자)'인 국민의당은 현 정부안이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은 퍼주기 정책"이라며 "국민의당은 역대 정부에서 평균적으로 소요돼왔던 공무원 외에는 한 명의 증원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견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증원은 국가적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그는 "지금껏 여당(민주당)의 태도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배짱 공세였다. 오만한 태도로 기한 내 처리를 기대하는 건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 남은 시각을 보여주는 '민생 시계'까지 내걸었으나, 국민의당은 원칙에 따를 것이며 쉽사리 협력하지 않을 거라고 밝힌 것이다.

공무원 증원·최저임금 인상 놓고 의견 차이 커... 안철수 "민주당, 책임 보여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 회동을 갖고 자리에 앉고 있다.
▲ 예산안 처리 앞둔 여야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 회동을 갖고 자리에 앉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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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특히 공무원 증원·최저임금 인상 예산과 관련해 의견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 측이 "경제와 안보가 예측 불가능인데 예산 처리도 늦어지면, 국가 정책과 예산 불안전성까지 가중된다(우원식 원내대표)", "예산안 심사 지연으로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등 중요 민생예산도 발목 잡혀있다(김태년 정책위의장)"며 읍소했지만, 야당은 재차 반대하는 상황이다.

1일에도 국민의당은 정부·여당 안을 '무책임한 예산'이라고 몰아붙였다. 안철수 당대표는 "집권여당은 국가 미래에 책임을 보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무책임한 '산타클로스 예산'이 아니라 민생·경제를 책임질 수호자 예산"이라고 말했고, 김동철 원내대표도 "대통령 공약대로 공무원 17만 4000명을 증원하려면 향후 30년간 327조 등 천문학적인 혈세가 소요된다. 이런 퍼주기 정책은 국가 대재앙을 초래한다"며 반대했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관련 의견 상충이 심하다"며 "특히 공무원 증원 수치는 합리적 수요 예측을 통한 추계가 아니고 주먹구구식이다. 내년 핵폭탄은 최저임금(인상)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대한 법정 시일 내 통과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며 거리를 뒀다.

여당(민주당)과 제1야당(자유한국당)이 대치 중인 상황에서 결정권은 국민의당이 쥐게 됐다. 40석 의석이지만 국민의당은 각 당으로부터 협조를 요청받는 등 '캐스팅보터(결정권자)'로서의 위상을 보이는 중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가톨릭 라디오에 출연해 "40석 국민의당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우택 "국민의당에 따라 달라진다"지만... 2일 처리는 어려울 듯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도 서민 살리기 예산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민주당 국민 약속 시계 남은 시간은 38시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도 서민 살리기 예산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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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에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오가기도 했다. 이날 오전 김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한테 전화가 10통인가 왔는데 다 안 받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신문에 보니 (민주당이) '시간은 자기들 편'이라고 기분 나쁘게 말했다. 국민의당은 무조건 도와주는 정당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발언 직후 이동 중 우 원내대표와 마주쳤지만, "잠깐만, 나 만나야 돼"라 외치는 우 원내대표에게 계속 "바쁘다"고 답하며 이동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직후 안철수 당대표와도 마주친 뒤 "우리 안 대표님이 도와주셔야 한다"며 재차 예산안 처리 관련한 국민의당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결정권을 쥔 국민의당은 "기한 내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정부·여당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여당은 협상에 진력하기는커녕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만일 처리가 불발되면 그 책임은 야당에 1%, 무책임·무능력하고 무성의한 여당에 99%가 있다(이용호 정책위의장)", "책임은 지지율 거품에 취해 양보를 모르는 청와대·여당의 독선에 있다(김동철 원내대표)"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내에 '서민과 민생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2일 자정(밤 12시)까지 남은 시각이 표시되는 '국민 약속 시계'도 설치했으나, 법정 기한 내 처리는 어려워 보인다. 전날인 11월 30일, 민주당과 가까운 한 국회 고위 관계자는 "2일까진 예산안이 합의될 거라 예상한다"면서도 "(안 되면) 적어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 오는 9일엔 통과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 증원 반대가) 당론으로 모인 건 아니"라며 "(이견을) 절충하려면 여당의 태세 전환이 필수적인데, 그게 전혀 없으니 절충안을 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안 처리 무산 시 야당에 비난이 클 것'이란 기자 질문에 "(우려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국민의당은 애초 예산 심사 관련 민생·혁신성장 등 3대 원칙을 말했기 때문에 그걸 끝까지 고수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태그:#국회 예산안, #법정기한, #예산안처리, #민생 시계,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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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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