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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농단'의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최순실씨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국정농단'의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최순실씨가 지난 5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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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녹음파일' 속 최순실씨는 명백한 비선 실세였다.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최씨에 대한 결심 전 마지막 공판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선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정호성 녹음파일' 속 최씨는 거침없었다.

최씨는 2013년 10월께 당시 국가정보원이나 군의 대선개입 논란이 불거지자 정 전 비서관에게 박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가기 전 대수비(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최순실: "한번 부탁한다고 거론하고 가셔야 할 것 같은데. 언제가 좋아요? (대통령) 일정이 별로 없던데 내가 보니까."
정호성: "네."
최순실: "마지막 비서관 회의를 그냥 하든가. 가시기 전에 국무회의를 하든가."
정호성: "어떤 식으로 말씀하실 수 있을지."
최순실: "확인을 해보세요. 복지부 장관 새로 선임됐고, 차관도 있으니까 당부 말씀하고 가셔야지.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한번 좀 잡아보세요. 어떻게 돼야 하는지."

정호성: "톤을 어떤 식으로. 마지막 떠나시기 전에 당부하시고..."
최순실: "당부하고. 제가 세 가지 얘기했잖아. 지금 네 가지에 대해 질의했는데 그거 어떡할 거냐고."
정호성: "그쪽하고, 또 관련 부서하고 같이 상의해보겠습니다."

최씨는 대수비에서 박 전 대통령이 발언할 내용까지 정 전 비서관에게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이 통화를 하고, 4일 뒤인 2013년 10월 31일 대수비가 열렸다.

최순실: "소크라테스는 뺄까?"
정호성: "우리 스스로가 악법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최순실: "저기 있잖아. 안된 거 몇 가지만 고쳐서 써요."

녹음파일에는 최씨가 정 전 비서관이 유출한 청와대 문건들을 이메일을 통해 받아봤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최순실: "이메일이 잘 안 열려."

박 전 대통령 또한 최씨가 청와대 문건을 전달받으며 국정 전반에 깊게 관여했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의 다른 녹음파일에서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검토를 받았다는 정 전 비서관의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정호성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이 2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정호성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이 지난 10월 2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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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여기 자료 왔는데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어떡하죠. 내일 발표할 건데."
정호성: "이정현 수석한테 제가 연락해서 대통령님께 올려드린 자료를 받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 "아 그래요? 그럼 빨리 정리하세요."
정호성: "그 내용이 선생님(=최순실)하고 좀 상의를 했는데요."
박 전 대통령: "네네."
정호성: "그런 식으로 들어가는 게 조금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저희가 이제 따로 정리했고요."
박 전 대통령: "네네."
정호성: "이제 곧 대통령님께 올려드리겠습니다."

이날 공개된 녹음파일 중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함께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는 내용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새 정부에서 하려는 게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복지, 하나는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성장. 두 가지가 중요하고, 그다음에 이제 한반도의 신뢰,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거. 그게 또 굉장히 뚜렷하고..."
최순실: "거기다 문화를 넣으셔서 기조가 형성돼야 대사관하고 그런 걸 다 내려주셔야 되거든요. 그게 이번 취임사에서 나와야 한다고. 공무원한테도 내려가고, 초창기에 취임 들어가서 갖고 내려보내셔야 해. 국가공무원으로 기조를 내려보낼 수 있게 만들라고요. 1부속실에서 하는 게 그런 일이야."

검찰은 "최씨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 개최 여부나 시기, 대통령 말씀자료 작성 등과 관련해 정 전 비서관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방법으로 국정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앞선 공판에서 정호성 녹음파일을 공개하려 했지만 최씨 측이 조작 가능성 등을 이유로 거부해 미뤄진 바 있다.

최씨의 변호인단 이경재 변호사는 "녹음만 봐도 박 전 대통령은 경청하는 지도자였다"며 "오늘 튼 녹음 파일은 사적인 회의다. 녹음할 땐 누구든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하는 것이며 검사들이 마치 박 전 대통령이 대화한 사람이 얘기한 걸 수용하는 것인 양하는 건 전혀 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방법이 바람직하지 않다. 통화내역 많으니 공모했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며 "윤석열 스타일이라고 하고 싶다"고 말해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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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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