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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보성 초암정원의 잔디마당. 방문객이 잔디마당을 걷고 있다.
 전라남도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보성 초암정원의 잔디마당. 방문객이 잔디마당을 걷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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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다시 추워진다. 겨울여행은 번거로운 게 사실. 하지만 운치는 더 있다. '시크릿가든'으로 간다. 6∼7년 전 텔레비전 드라마 제목처럼 '비밀의 정원'이다. 널리 알려진 전통정원은 아니다. 개인이 평생 가꿔온 민간정원이다. 그동안 꼭꼭 숨겨져 있다가 지난 11월 중순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정원의 등록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정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전라남도는 이 법률에 따라 민간정원을 지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4곳을 지정했다. 제1호가 고흥 외나로도에 있는 '쑥섬' 애도의 별정원이다. 2호는 담양 봉산면에 있는 죽화경이다. 3호가 보성 초암정원, 4호가 간척지에 조성된 고흥 금세기정원이다.

초암정원으로 가는 길. 왼편은 마을이고 오른편이 초암정원이다. 한눈에 아름다운 정원임을 엿볼 수 있다.
 초암정원으로 가는 길. 왼편은 마을이고 오른편이 초암정원이다. 한눈에 아름다운 정원임을 엿볼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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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정원에서 만난 돈나무 열매. 초암정원에는 돈나무 외에도 호랑가시나무 등 난대수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초암정원에서 만난 돈나무 열매. 초암정원에는 돈나무 외에도 호랑가시나무 등 난대수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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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초암정원으로 간다.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초암마을에 있다. 득량역과 강골마을에서 가까운 동네다.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여 늘 푸르름을 유지한다고 '풀음마을'로도 불린다. 초암마을회관 바로 앞에 있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려면 '전남 보성군 득량초암길 50-5'를 입력하면 된다.

초암정원은 드넓은 득량만과 예당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올해 80살 된 김재기 어르신과 부인 이영자 어르신이 가꾼 개인정원이다. 광산김씨 문숙공파의 9대 종손인 어르신이 종가의 옛집을 중심으로 가꿨다. 한겨울에도 푸른 나무들이 빼곡하다. 난대정원이고 상록정원이다.

초암마을에 자리한 초암정원의 대문. 대문을 들어서면 별천지처럼 비밀의 정원이 별쳐진다.
 초암마을에 자리한 초암정원의 대문. 대문을 들어서면 별천지처럼 비밀의 정원이 별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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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정원에 들어앉은 옛집. 광산김씨 문숙공파의 옛집으로 지은 지 200년 됐다고.
 초암정원에 들어앉은 옛집. 광산김씨 문숙공파의 옛집으로 지은 지 200년 됐다고.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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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을 오르자마자 만나는 고택도 멋스럽다. 왼쪽에 안채, 오른쪽은 객들이 묵어가는 사랑채로 구분돼 있다. 200년 된 옛집이다. 정원의 가운데에 다소곳이 들어앉아 있어 고택의 격을 더 높여준다. 낮은 돌담과 장독, 부엌은 물론 술과 음식을 보관하는 토굴에서도 집안의 오랜 내력이 묻어난다. 방안에는 남종화가 가득하다. 작은 미술관을 보는 듯하다.

정원의 면적은 4만3000㎡ 남짓. 여기에 200여 종의 나무가 심겨 있다. 홍가시나무, 산다화(아기동백), 백송, 철갑송, 종려나무 등 난대수가 많이 심겨 있다. 호랑가시나무, 꽝꽝나무, 감탕나무, 치자나무, 돈나무도 있다. 감나무와 소나무도 많다. 대나무밭도 있다. 정원을 둘러싼 편백 숲도 꽤 넓다.

집이 품은 정원이 아닌, 정원에 집이 살포시 들어앉은 모양새다. 고택 왼편으로는 종려나무 등 난대수가 심겨 있다. 감나무밭을 지나면 김재기 어르신의 가족묘원인 넓은 잔디동산을 만난다.

잔디동산 오른편으로는 대밭이다. 대밭을 지나면 편백숲을 만난다. 대밭과 편백숲도 빽빽하다.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다. 나무가 심어진 곳 외에는 전부 잔디로 단장돼 있다. 흡사 잔디 깔린 수목원이라도 온 것 같다.

초암정원의 편백숲길. 한낮인 데도 어둡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숲이 빽빽하다.
 초암정원의 편백숲길. 한낮인 데도 어둡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숲이 빽빽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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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기 어르신의 가족묘원에서 본 정원의 일부. 겨울인데도 산다화가 여기저기 피어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김재기 어르신의 가족묘원에서 본 정원의 일부. 겨울인데도 산다화가 여기저기 피어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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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마다 저마다의 사연도 지니고 있다. 김재기 어르신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르신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의 어머니는 28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김재기 어르신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무를 한그루씩 심었다. 자신을 키워준 새어머니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원을 만들었다. 일찍 죽은 누이에 대한 애정으로 정성껏 정원을 가꿨다. 사랑채 옆의 종려나무는 어르신의 나이 18살 때 대학입학 기념으로 심었다.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

초암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편백과 대숲. 편백나무와 대나무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초암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편백과 대숲. 편백나무와 대나무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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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가득 담은 절구(확독). 정원에 내려오는 동물과 새를 배려하고 있다. 초암정원 곳곳에 놓여 있다.
 물을 가득 담은 절구(확독). 정원에 내려오는 동물과 새를 배려하고 있다. 초암정원 곳곳에 놓여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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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곳곳에 돌로 만들어진 절구(확독)가 놓여있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절구에 물이 가득 담겨 있다. 정원에 내려오는 숲속 동물과 새들에게 물 한 모금이라도 내어주려는 어르신의 배려다.

잔디동산으로 이뤄진 가족묘원도 다소곳하다. 봉분이 아닌, 평장 형태의 표지석으로 조성돼 있다. 여기서 예당평야와 득량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망이 탁 트여 좋다. 오봉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묘원 한쪽에 나무그네와 미니 집라인도 설치돼 있다. 가끔 찾아오는 손자들이 마음껏 타고 놀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초암정원 풍경. 넓은 정원이지만 나무 한 그루는 물론 잔디에서도 주인장의 부지런함을 느낄 수 있다.
 초암정원 풍경. 넓은 정원이지만 나무 한 그루는 물론 잔디에서도 주인장의 부지런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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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정원에서 만난 대나무와 편백나무. 그 중에서도 편백 한 그루의 몸통이 유려하게 구부러져 눈길을 끈다.
 초암정원에서 만난 대나무와 편백나무. 그 중에서도 편백 한 그루의 몸통이 유려하게 구부러져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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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정원에서 강골마을이 지척이다. 100년 넘은 옛집이 즐비한 전통마을이다. 강골마을에선 이용욱 가옥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집의 우물가에 소리샘이 있다. 우물 옆 담벼락에 네모난 구멍을 뚫어놓았다. 우물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여론을 청취하는 소통창구였다. 고풍스러운 멋과 정취를 지닌 정자 열화정도 있다.

옛 추억을 만날 수 있는 득량역도 멀지 않다. 득량역은 서민들의 애환과 아련한 추억이 서린 간이역이다. 대합실에서 여행객들이 기차표를 사고파는, 발권체험을 할 수 있다. 역 앞으로는 70∼80년대 역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추억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겨울에 더 좋은, 마음속까지 따뜻해지는 간이역이다.

보성 강골마을의 전통 한옥. 강골마을에는 100년 넘은 옛집이 즐비하다. 전통마을이다.
 보성 강골마을의 전통 한옥. 강골마을에는 100년 넘은 옛집이 즐비하다. 전통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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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역 앞 추억의 거리. 옛 이발관, 다방, 만화방 등 추억을 떠올려주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득량역 앞 추억의 거리. 옛 이발관, 다방, 만화방 등 추억을 떠올려주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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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초암정원, #김재기, #민간정원, #초암마을, #득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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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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