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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근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받는 최순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근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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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석에 선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말엔 두서가 없었다. 특히 딸 정유라씨의 승마 문제와 박근혜 전 대통령 얘기만 나오면 지나치게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현식)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18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최씨는 평소처럼 검은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땋은 채 출석했다.

최씨가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최씨는 지난 7월 26일 이 부회장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했고, 특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 모두 최씨를 항소심 증인으로 다시 요청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삼성으로부터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최씨는 "삼성의 승마 지원 자체가 유라를 위해서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연구한 검사들이 나오던가, 독일을 한번 갔다 오시던가"라고 비꼬았다.

"그럼 남의 말처럼 타라고 하느냐"

그러나 딸인 정씨가 이 부회장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어머니가 살시도를)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증언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인정했다. 박주성 검사가 "정씨에게 삼성에게 말을 살 필요 없이 네 말처럼 타면 된다, 굳이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한 사실이 있나"라고 묻자 최씨는 "그럼 네 말처럼 타라고 하지, 남의 말처럼 타라고 하느냐"고 답했다. 최씨는 얼른 "네가 주인이라고 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말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정씨 승마훈련 지원이 뇌물이 아닌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라고 주장하는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씨는 2차 구속영장 기각 후 첫 소환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씨는 2차 구속영장 기각 후 첫 소환이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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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씨는 법정에서 "2016년 1월 어머니에게 살시도를 우리가 삼성에게서 사면 안 되냐고 묻자 '그럴 필요 없다,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들었다"며 "우리가 말을 소유하는 걸로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본인의 생각이 아니냐"고 물었으나 "확실하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정씨는 검찰에선 "어머니가 살시도를 '삼성에서 받은 말'이라고 한 적도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최씨는 지난해 9월 이뤄진 '말 교환'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꿨다. 특검 측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당시 시끄러우니까 삼성 측이 살시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들으신 적이 있나"라고 묻자 최씨는 "시끄러워지니까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를 박원오한테 들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특검은 2016년 2월 최씨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관계가 틀어진 점을 지적하며 "그때는 증인과 박원오씨가 얘기할 사이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최씨는 "옛날부터 얘기가 있었다. 시점이 왔다 갔다 해서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얼버무렸다. 재판부가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대답하라"고 하자 "기억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차명폰 쓰고, 청와대는 오갔으나 '사적인 영역' 주장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도 재차 부인했다. 2016년 2월 15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3차 단독면담이 있었던 날,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은 면담 전후로 전화를 주고받았다. 이에 대해 "단독면담할 사항을 알려주고 상황 전달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 최씨는 "그건 대한민국 대통령을 너무 무시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차명폰(일명 대포폰)으로 통화하거나 청와대에 드나든 사실은 인정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차명폰을 이용해 통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특검이 2개월간 259차례 통화한 사실을 지적하자 "40년지기라면 그런 통화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날카롭게 대답했다. 또 "청와대에 간 건 맞지만 그렇게 자주 가지는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최씨는 "(사람들이) 제가 최서원인데 자꾸 최순실로 부른다", "딸이랑 싸움 붙이는 거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때문에 가정이 깨졌다. 죽어서도 한을 풀어야 한다", "왜 그렇게 과대한 질문을 하나" 등 계속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씨는 오는 1월 26일 뇌물수수 등에 관한 혐의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관계자들은 오는 27일 항소심 결심 예정이다.


태그:#최순실, #정유라, #이재용, #장충기, #최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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