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및 종북 세력의 我(아·우리) 국가중요행사 방해 및 국론분열 획책 위협에 대한 우리의 C-심리전 대응전략을 보고 드림."2012년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세웠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김관진 전 장관이 직접 서명한 이 문건은 최근 국방부가 비밀해제 조치하면서 공개됐다. 이런 정황에도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며 김 전 장관을 석방한 법원의 판단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요원 전원 투입해 총력 대응"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오후 '북한의 대남 C-심리전 관련 대응 전략'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지난 2012년 3월 9일 작성된 이 문건은 이날 국방부 보안심사위원회에서 비밀해제한 군 사이버사령부 문건 20여 개 중 하나다.
문건에서 군사이버사는 북한이 <로동신문>을 통해 "선거로 정부를 심판하자"라고 선동하고 있다며 해당 작전의 목표를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조직 임시 재편을 통해 3월 12일부로 "최대 가용인원인 64명의 사이버 요원을 전원 투입해 총력대응"한다고 적시했다.
구체적으로 3월 12일부터 총선 당일인 4월 11일까지 다섯 단계로 기간을 나누어 북한 개입 경고 - 종북 위협 전파 - 중도 오염 차단- 우익 결집 보호 - 흑색 선전 차단이라는 구간별 목표를 설정했다. 이들의 기조는 "1명의 간첩이 100명의 종북세력과 10000명의 좌파를 만든다라는 점을 인식하고 불순 세력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사이버 요원들은 24시간 내내 국내·외 1304개 웹사이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살펴보면서 유언비어를 식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발견하면 댓글 작업 등으로 우호 반응을 60% 이상 유지하는 걸 지침으로 삼았다. "직관적 이해와 공감을 유발"하는 웹툰 같은 콘텐츠를 30일 동안 190편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는 "창의적 전술"이라고 자평했다.
"본연의 임무"였다고 항변... 이를 받아들인 법원이 작전은 이튿날 청와대에도 보고됐다. 같은해 3월 10일자 '사이버사령부 관련 BH협조 회의 결과'라는 문건에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구속영장 기각)은 해당 작전을 보고 "창의적 대응 계획"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나아가 한미FTA 등 주요 이슈에도 집중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와 군이 총선을 목표로 정치적 현안에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했다는 뚜렷한 정황이다.
해당 문건은 지난 11월 22일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심사에도 쟁점이 됐다. 김 전 장관 측은 "김 전 장관이 관련 내용의 보고를 받고 결재했을지언정,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해 보수 우익 세력이 결집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다.
"북한의 선거개입에 대응하기 위한 사이버심리전은 사이버사령부와 국방부 장관의 본연의 임무"였으며 '보수 우익'이라는 표현은 "국가관이 확고한 대적관을 가진 사람을 의미할 뿐 친정부 인사를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항변이었다. 또 "적어도 피의자는 이와 같이 인식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 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등에 비춰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며 석방을 결정했다. 같은 법원이 "주요 혐의인 정치 관여가 소명된다"라며 구속 영장을 발부한 지 11일 만이었다.
해당 문건을 공개한 이철희 의원은 "두 문건을 보면 청와대와 군이 총선 개입을 목적으로 매우 심혈을 기울여 작전지침을 마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국방부 재조사TF와 검찰수사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더욱 적극적인 재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