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보수단체가 주최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광화문광장에 있던 촛불 조형물을 끌어내려 파손하고 있다.
▲ 촛불조형물 파괴하는 '태극기집회' 참석자들 보수단체가 주최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광화문광장에 있던 촛불 조형물을 끌어내려 파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요즘 들어 소위 '보수세력'(탄기국, 박사모 등) 집회의 면면을 보면, 민주화운동을 통해 쟁취한 '집회와 시위 자유' 영역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 집단이 바로 이들이 아닌가 싶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양상해 내는 것도 모자라, 그 뉴스를 바탕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 등에 대한 모욕 발언을 일삼는다.

그뿐만 아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 중에는 국가의 안보나 평화를 저해하는 구호들까지 난무한다. 탄핵정국에서 폭력 집회로 사망자까지 발생하게 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99주년 3.1절에는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희망 촛불' 조형물을 무너트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날 성조기와 이스라엘기에 일장기까지 등장했다. 그들이 말하는 애국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민주화운동을 '불법 폭력시위'로 몰아가던 1980년대

지난해 12월 27일 개봉한 영화 ‘1987’ 이후 이한열 열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정의 이한열 동산에는 이한열 열사와 그를 부축하는 이종창 씨 모습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2018.01.08
 지난해 12월 27일 개봉한 영화 ‘1987’ 이후 이한열 열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정의 이한열 동산에는 이한열 열사와 그를 부축하는 이종창 씨 모습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2018.01.08
ⓒ 최윤석

관련사진보기


이런 현실을 보면서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이들에 손가락질 하며 비난하던 보수의 논리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폭압적인 정권과 경찰의 폭력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학생들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불법 폭력시위라며 민주화운동을 하는 이들을 매도했다.

'돌과 화염병을 들어야만 겨우 집회할 장소를 확보하고, 주장을 전할 수 있었던 시대의 절박함'은 모두 '폭력'이라는 덫에 갇혀버렸다. 소위 운동권이 주장하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서 '폭력적'이라면서 민주화운동과 거리를 두던 이들도 상당수였다. 폭력과 비폭력투쟁 사이에서의 갈등을 이용한 보수언론은 민주화 세력을 이간질하곤 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을 폭압적인 방법으로 진압하려는 이들은 기득권적인 폭력으로 사상자들을 양산해냈다. 억울한 피해자들의 고통과 죽음의 행렬은 마침내 국민을 각성시켜 1987년 6월항쟁을 이끌어냈다.

시간은 걸렸지만, 6월항쟁이 국민의 승리로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것은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민주화 시위를 하던 이들의 주장이 올바른 방향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짜뉴스에 기초한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진실에 근거해 가짜를 밝혀낸 것이 민주화운동의 힘이었던 게다. 국민은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거짓이 드러날수록 하나가 됐다.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진실의 힘, 그것이 승리한 것이다.

1987년 이후에도 이어진 낙인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렸던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당시 69세 농민 백남기씨(빨간 동그라미)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모습. 경찰은 쓰러진 농민에게 한동안 계속 물대포를 쐈다. 부상자를 돕기 위해 나온 시민도 캡사이슨 물대포를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렸던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당시 69세 농민 백남기씨(빨간 동그라미)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모습. 경찰은 쓰러진 농민에게 한동안 계속 물대포를 쐈다. 부상자를 돕기 위해 나온 시민도 캡사이슨 물대포를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그 시대에도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이 있었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이 실질적으로 작동한 것은 사실 촛불 집회 이후가 아닌가 생각한다. 촛불 민심이 박근혜 정권을 탄핵하기 이전까지는 사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은 고무줄 같았다.

MB 정권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집회가 아니면, '명박산성'을 쌓아서라도 막았다. '고 백남기 농민'의 사례를 보더라도 박근혜 정권이 탄핵당하기 전에도 이 법은 고무줄같이 적용됐다. 그리하여 이명박 정권에서는 '용산참사'와 같은 일들이 버젓이 벌어졌고, 박근혜 정권에서는 쌍용차노조의 천막이 철거되고,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되는 일들이 자행됐다.

촛불의 승리가 있기 전까지, 특히 박근혜와 이명박 정권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에 반하는 모든 집회에 대해서 '빨갱이' 딱지를 붙이고, 불법 폭력시위로 몰아갔다. 실제적인 폭력행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그들의 구호가 자신들을 옹호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집회를 국민의 혈세로 유도하고 그런 보수단체들을 지원한 것은 박근혜 탄핵 이후 명백하게 밝혀졌다.

자칭 '보수세력' 집회, 유감

일단 자신들의 운동이 확장되고 정당성을 얻기를 바란다면, '가짜뉴스'를 기초로 하지 말고 진실을 기초로 해야 할 것이다. '보수 세력' 집회 현장에서 외쳐지는 구호들을 보라. 가짜뉴스에 기초하고 편승한 구호들 외에 어떤 진실성에 기초한 구호가 있는가? 그 구호들은 박정희 시절 분단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독재권력을 유지하는 데 적절하게 사용됐던 반공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은 성조기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기꺼이 미국의 식민지가 돼도 좋다는 듯 행동한다. 급기야는 일장기까지 등장했다. 보수기독교단체들은 이스라엘기를 끌어들였고,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종교를 빙자해 분노, 폭력, 증오의 언어들을 쏟아낸다.

그런데 다시 묻자. 당신들의 구호에 가짜뉴스에 편승하지 않는 구호가 하나라도 있는가? 박근혜 탄핵 이후, 그가 어떻게 국정을 농단했는지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세월호 촛불 광장의 상징물이었던 탑을 무너뜨리고 방화까지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여러분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 주말이면, 당신들 때문에 교통 체증에 시달리고, 소음공해에 시달려도 그냥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 무덤덤하게 지나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각이 다른' 차원을 넘어서 당신들의 생각은 '틀렸다'. 다른 것이 아니라 틀렸다. 그 이유는 당신들의 구호에는 진실이 없고 가짜만 있고, 혐오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당신들의 집회를 바라보며 느끼는 유감이다.

'거짓'에 편승한 집회도 지켜줘야 하는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시민혁명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무효를 촉구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2018.3.1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시민혁명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무효를 촉구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2018.3.1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런 결론에 다다르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다. 그들의 폭력화돼 가는 집회를 공권력으로 막으려고 한다면,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할 때 당했던 아픔을 다시 반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공권력의 개입이 오히려 이런 집회의 결집을 더 크게 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신고된 집회에 대해서는 집회와 시위를 최대한 보장해 주되, 신고한 집회라고 하더라도 폭력과 가짜뉴스와 거짓 선동이 판을 친다면 그런 단체에 대해서는 집회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진실규명을 위해서 집회와 시위를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불편해도 참아주고 함께 그들의 손을 붙잡아 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나와 생각이 달라도, 그들의 주장이 일말의 진실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탄기국' '박사모' 혹은 '태극기'로 나타나는 그들의 시위와 집회는 진실규명 성격의 집회나 시위와는 결이 다르다.

박근혜 탄핵 이후, 주말이면 그들은 도심 곳곳에서 가짜뉴스에 편승해 목소리를 내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도 모자라 폭력성마저 키워가고 있다. 최소한 6월 지방선거까지 이런 시위와 집회를 보수정치권은 적절하게 이용하고자 할 듯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치적인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고 가짜뉴스에 편승하여 폭력화돼 가는 집회를 방관하고 있는 건 아닌가? 거짓에 편승한 집회와 시위는 건강한 나라를 세워가는 데 심각한 장애물일 뿐이다. 그냥 방관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국민의 혈세로 먹고사는 분들에게

사실, 작금의 비뚤어진 시위형태는 광기의 시대의 민낯이다.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지만, 건강한 보수를 미워하지 않을 뿐더러 싹수없는 진보까진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는, 진보를 자처하든 보수를 자처하든 합리적인 주장을 펼치시라는 것이다. 합리적인 주장은 늘 진실에 기초한다. 그런 점에서 모든 합리적인 증거들이 명백함에도 가짜뉴스를 끊임없이 양산해 내며 무지몽매한 이들을 부추기는 이들은 이제 제발 그만 하시라. 부끄럽지 않으신가?

우리는 지금 광기가 판을 치는 시대의 축소판을 대한민국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혹은 같이 껴안고 가야 할 시대의 숙제로, '내로남불'이 아닐까 고민하며 그냥 보고 지나치기에는 지나치게 과한 모습 앞에 서 있다.

어찌할 것인가?

마음 아픈 일이지만,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짜뉴스를 양산해 내는 이들을 추적해 그 때문에 발생한 해악들에 대한 책임을 추궁해 가짜뉴스의 뿌리까지 온전히 뽑아버리라. 국민의 혈세로 살아가는 이들은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이다. 이런 일을 위해서 국민이 당신들을 뽑아줬고,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것을 망각하면 반드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태그:#박사모, #폭력집회, #시위문화, #가짜뉴스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