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을 끼고 불쑥 솟아오른 송악산은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기생화산이다. 두 개의 분화구를 갖고 있는 이중화산체로 생성 시기가 비교적 늦다. 그래서 아직도 바다와 물에 깎이고 쓸려나가며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 지역의 개발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오간다. 빼어난 경치 덕분에 대형리조트 개발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송악산의 변화는 거역할 수 없을 듯하다. 아마 세월이 지난 먼 훗날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나 켜켜이 쌓이는 조그만 흔적들이 남아 과거와 오늘을 연결하는 단서가 되어 줄 것이다.
대정읍 상모리에 위치한 대정초등학교는 1908년 설립,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1947년 3월 1일 집회 때에는 이곳 대정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기념식을 하였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공군사관학교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이곳에는 아주 의미 있는 비석이 서 있다. '대한민족해방기념비'이다. 해방된 조국에서 공부를 하게 될 수 있음을 기념하며 세운 것이다. 대정초등학교 34, 36, 38회 졸업생들이 5년간 헌금을 모아 1950년 세웠다고 한다.
구 대정면사무소는 등록문화재 제157호로 제주의 옛 관청의 원형을 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4·3 당시 선거인명부를 탈취하기 위해 무장대에 의해 소각된 후 1955년 다시 지어 현재에 이른다. 2011년까지 지역 보건소로 사용되다가 앞으로 향토문화전시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모슬포는 한때 군사도시였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1951년 이곳에 육군 제1훈련소를 만든다. 지금도 모슬포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두꺼운 콘크리트 기둥이 남아 정문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 정문을 지나 우측으로 보면 돌담으로 지어진 교회건물이 있다. 강병대(强兵臺) 교회다. 1952년 훈련 장병들의 정신력 강화와 위안을 위해 세운 교회로 군인 공병대들이 건립하였다.
이외에도 모슬포 입구에서 섯알오름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는 일제강점기 일본군들의 통신장비시설을 볼 수 있다. 대정고등학교 입구의 동 측에도 일본군 부대시설이 남아있다. 우리 땅에 대한 수탈의 역사가 이렇게 남아 그날을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훗날 역사를 바로 새길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조미영 기자는 제주4·3 연구소 이사·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편집위원입니다. 이 글은 제주4.3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에서 발행한 <4370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