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서원(최순실)씨가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를 지원하도록 대기업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오후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1심 선고 공판에서, 현대자동차에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발주를 강요한 점 등 최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대기업들에게 강요한 혐의를 대거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각 기업에게 요구한 사항이 대통령 직무 범위에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부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피고인은 플레이그라운드가 최씨와 관련한 회사라는 걸 알지 못했다고 했지만 안종범이 현대차에 건넨 회사 소개 자료는 최서원이 직원을 시켜서 만든 것이고, 안종범과 최서원은 서로 알지도 못하고 연락한 적도 없기에 이 자료는 최서원이 피고인에게 건네고, 피고인이 안종범에게 건넨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단독 면담을 하면서 광고 발주 요청했고, 최서원의 요청이 아니라면 전국 수천 개 광고 회사 중 하나에 불과한 플레이그라운드를 알고 광고 발주를 요청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최서원이 설립·관여 회사라는 걸 잘 알면서 현대차에 광고 발주를 요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간회사 광고 발주는 사적 청탁으로 볼 수 있지만,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수석의 권한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직권남용 부분은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최씨의 요청을 받고 롯데에 '하남 5대 거점 체육시설 건립사업' 지원을 요구한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업은 최서원이 박헌영에게 지시해 추진한 사업이고, 계획안에 따르면 체육시설 공사를 스위스 누슬리라는 회사가 맡게 돼 있었는데 그 누슬리 회사는 더블루케이라는 회사와 공사금액 5%를 수수료로 지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라면서 "더블루케이는 최서원이 영리를 추구할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이며 피고인은 최서원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을 압박했다는 강요미수 혐의, 또 삼성그룹에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하도록 직권남용·강요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