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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있으면 따라갈 수 없는 차이를 만들고 재능이 없어도 꾸준함을 가지고 있다면 넘을 수 없는 실력의 벽을 가지게 된다. 그 정점이 가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 차이는 커진다. 근대문화유산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한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우리의 고유문화였던 자기 역시 급속도로 쇠퇴하고 그 공간을 가볍고 만들기 쉬운 스테인리스나 대량생산이 가능한 그릇 등으로 채웠다.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았던 도자기는 점차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전통으로 잊혔다가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사람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지면서 다시 도자기를 그릇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새재
▲ 문경새재 새재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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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짙은 녹색과 달리 봄의 나뭇잎은 싱그러운 녹색이다. 파릇파릇하게 피어난 잎에서 앞으로 더 뿜어낼 에너지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20회 문경 전통 찻사발축제가 열리는 문경새재는 언제든지 와도 그 포근함과 에너지가 넘쳐서 기분이 전환된다. 작년에 경험한 문경 전통 찻사발 축제가 희망적인 느낌이었다면 올해의 느낌은 찻사발에 담긴 사람들의 꿈이 연상된다.

개막식
▲ 개막식장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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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개막식을 하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외지에서 온 사람들과 문경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눌 수 있도록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다.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로 인해 모두들 더운지 그늘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는길
▲ 축제장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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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20회째를 맞이하지만 정식 명칭은 2018 문경 전통 찻사발 축제로, 영어로는 발음 나는 그대로 'CHASABAL Festival 2018'이라고 표기하였다. 문경새재 일원에서 4월 28일~5월 7일까지 열리며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축제가 진행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찾아가도 좋을 듯하다.

관문
▲ 첫관문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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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사발 축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첫 관문을 지나 조선 선비들의 벼슬길을 지나가야 한다.  문경(聞慶)이라는 이름과 옛 지명인 문희(聞喜)에서 드러나듯 '경사로운 소식,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는 의미도 과거길과 연관성이 있다. 문경새재의 영험함 때문인지 이곳을 지나쳐서 올라가지 않아도 될 선비들까지 일부러 이곳을 돌아서 올라가기도 했다고 한다. 첫 번째 관문인 주흘관은 숙종 34년 (1708)에 설치되었으며 세 개의 관문 중에 옛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통방식으로 지어진 한옥들이 이곳에 조성되어 있어 수많은 사극을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두 번째 와보는 문경새재의 한옥마을이다. 문경새재의 입구까지는 수없이 와봤지만 이곳까지 들어오는 것은 축제가 열릴 때뿐이었다.

공예품
▲ 목공예 공예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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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 즐비한 찻사발 명장의 도자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목공예를 하는 공방도 여럿이 있어서 그들의 작품을 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다. 이 부엉이는 작업시간이 꽤나 걸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가격이 만만치 않은 편이다. 마감재로 옻칠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옻칠을 하기에 목칠공예라고도 부른다. 고려시대에는 목업이라고 불렀으며 신라시대에는 재인이라고 했다. 현재는 대학에 공예과도 있으며 조형미술의 영역 속에 새롭게 편입되었다.

젓가락
▲ 받침 젓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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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 참가한 한 사기장의 공간으로 들어왔더니 젓가락 받침대가 먼저 눈에 띄었다. 도자를 만드는 흙은 같은 곳에서 채취하였다고 하더라도 굽는 방식과 말리는 과정에서 다양한 색깔이 나오는데 마치 사람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그렇게 차이가 없어 보이던 아이들은 커가면서 제각기 다른 색깔을 지니면서 자라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색채가 진해지고 또렷해지며 품격이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이는 아무 느낌도 없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보기 싫은 색깔이 묻어나기도 한다.

대화
▲ 사기장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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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전에 본 적이 있어 안면이 있던 사람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본다. 문경에서 유명한 명장의 딸인 김윤아씨는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면서 사람들에게 단식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도를 하고 있다. 마침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어서 옆자리에 가서 앉아보았다. 축제에 참여를 했지만 축제를 제대로 볼 시간도 없이 이곳을 지켜야 한다면서 볼멘소리를 했지만 찾아오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에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김윤아
▲ 김윤아씨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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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겉으로 볼 때 그 속내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모두들 도자기를 만들 때처럼 불꽃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내면의 불꽃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열정이 식어감에 따라 서서히 식어가기도 한다. 잘 다스려진 내면의 불꽃은 삶을 풍족하게 만들 뿐만이 아니라 영혼을 살찌우고 좋은 사람을 끌어들인다.

어릴 때부터 도자기를 빚기 시작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와의 대화는 에너지가 넘치고 편안한 느낌이다. 이날 마신 차는 보이차로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었다. 특한 향과 색을 지니고 있는 보이차는 약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할 수는 있지만 커피를 몇 리터씩 마시지는 않는다. 그러나 김윤아씨의 말에 의하면 차는 몇 시간이고 마셔도 부담이 없다면서 다기와 차의 예찬론과 찻사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찻잔
▲ 찻잔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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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은 차를 담기 위한 다기다. 그렇지만 마시면 비워진다. 그리고 다시 채우면 그 속에 차가 담긴다. 올해 문경 전통 찻사발축제에서 깨달은 부분은 저 찻잔에 담긴 것이 꿈이라는 것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꿈도 있지만 대부분 꿈이 현실이 되면 찻잔에서 비워진 차처럼 다시 비우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적당하게 덥혀져서 따라주는 차를 마시면서 필자의 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물레
▲ 도자기만들기 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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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장 한켠에서는 문경 부근에 위치한 대학의 도예과 학생들이 나와서 도자기 빚는 체험을 같이 도와주고 있었다.

보통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것은 물레로 일반적으로 회전운동을 이용하는 용구를 일컫는 말로서도 사용된다. 심축을 중심으로 돌리면서 회전운동 에너지를 이용하여 도토에 힘을 가하여 성형을 하는데 이런 자기물레는 상대에 성형할 태토(胎土)를 올려놓고 하대를 발로 밀어 회전운동을 이용하여 성형한다.

체험
▲ 만들기체험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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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 안쪽으로 들어오면 어린이 사기장전에 입상한 작품뿐만이 아니라 한복체험과 사기장의 하루 체험, 아름다운 찻자리 한마당과 찻사발 빚기, 찻사발 그림 그리기 등뿐과 도예인과의 대화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지난해에도 와봤던 곳으로 목공예를 하시는 분이 이곳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있었다. 그리고 상당히 비싼 테이블이 역시 있었는데 나중에 이런 명품 테이블 하나 정도는 구매해서 집에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벤트
▲ 체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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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라면 이런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임금과 중전이 입었던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어 추억으로 남길 수도 있도록 체험 이벤트도 하고 있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도자기나 다기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즉 문경 전통 찻사발축제는 찻사발의 대중화와 그 역사를 같이 한다. 지금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찻사발의 전통을 이어가면 도자기를 빚고 있지만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도자기를 제대로 빚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택
▲ 정원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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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사발 축제가 열리는 곳에는 정원이 있는 고택이 한 곳 있다. 작년에도 와봤지만 올해와도 감회가 남다르다. 문경새재의 주흘산의 산자락이 만들어주는 멋진 풍광과 함께 이 공간을 공유해본다. 주변에 온갖 꽃이 활짝 피어 있고 온도는 여름이지만 봄빛이 매우 화창했다.

걷기
▲ 생태공원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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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사발 축제장을 뒤로하고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자연을 마지막으로 즐기기 위해 올라갔던 길과 반대 길로 걸어서 내려왔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무척이나 맑고 투명하다.

투박하면서 순수함의 결정체였던 문경 막사발은 서민들의 전용 그릇이었다. 이천이나 여주가 왕실에서 사용할 그릇을 주로 생산했다면 문경은 서민들의 식기를 만들던 곳이다. 지금은 일본의 도자문화가 전 세계에 알려져 있지만 임진왜란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의 도자문화가 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막사발
▲ 도자기 막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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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들어보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었다. 문경을 대표하는 것이 막사발이니 막사발을 만들어 본다. 처음 만든 것 치고는 실력이 나쁘지는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찻사발에 차가 항상 담겨 있을 수는 없듯이 꿈 역시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문경 찻사발의 꿈, 세계를 담다.'
2018 문경 전통 찻사발 축제
문경새재 일원
2018.04.28 ~ 2018.05.07


태그:#문경전통찻사발축제, #찻사발의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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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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