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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의 집에 걸린 ‘귀택인(貴擇人)’ 글귀. 명리학에서 말하는 ‘사람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 현수막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이 인물 선택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걸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의 집에 걸린 ‘귀택인(貴擇人)’ 글귀. 명리학에서 말하는 ‘사람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 현수막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이 인물 선택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걸었다.
ⓒ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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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반야심경> 구절을 현수막으로 내걸었던 가톨릭수도회에서 이번에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의미심장한 글귀를 내걸어 또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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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의 집 건물 앞에는 '귀택인(貴擇人)'이라고 쓴 현수막 하나가 나붙었다.

'귀택인(貴擇人)'은 명리학(사주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사람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나라의 환공을 도운 충신이었던 관중이 '士君子抱經世之具 必先之五用(사군자포경세지구 필선지오용)'이라며 지칭한 것으로, 군자라면 세상에서 경륜을 펼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5가지 중의 하나다. 때가 되었는지 살피고 사람을 선택할 때와 시작만큼은 반드시 신중하게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명리학과 연결고리가 없는 가톨릭에서 무슨 이유로 이 정체불명의 글귀를 붙인 것일까? 고민 끝에 글귀를 직접 붙인 장본인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양운기 수사다. 양 수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이 부디 인물 선택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걸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 수사는 "성북동 사색의 거리를 걷다가 단 한 명이라도 명리학의 자연철학을 인용한 '귀택인'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전제하며 "단순히 '사람선택을 잘 하라'고만 해석하기보다는, 사람을 선택할 때 그 사람의 자연관을 먼저 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자연철학에서는 인간도 자연 일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본다면, 매우 겸손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고심 끝에 내건 이 현수막은 겸손한 사람을 선택하자는 취지입니다. 겸손은 지혜로운 사람만이 가지는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혜로운 사람을 선택하자는 뜻이지요."

특히, 이 현수막을 통해 명리학이라는 철학과 가톨릭의 대화를 시도한다는 중요한 의미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는 사람은 생태 자연까지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명리학에서 말하는 자연 철학의 이치일 듯합니다. 철학은 지혜를 찾는 길이고, 교회 역시 꾸준히 지혜를 찾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서로 손잡고 길을 걷자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요."

끝으로 양수사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선택할 때 무지렁이(기자 주 :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귀하게 선택했다고 볼 수 있으니, 예수님도 '귀택인' 하신 거지요? 억지인가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랬다. 현수막에 써 붙인 '귀택인'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반드시 선한 목표를 수립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일을 행할 수 있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도 자신이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가를 수시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반야심경>의 마지막 주문 구절인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현수막을 내걸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Buddha's Birthday'라는 문구와 인근 사찰에서 가져온 4개의 연등까지 달아 부처님이 원했던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 큰 감동을 전했다.

수도회 측은 앞으로도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현수막과 기획하여 게시할 예정이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의 집에 걸려 큰 화제를 모은 부처님오신날 축하 현수막.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이곳을 지나는 많은 이들에게 종교 간에 평화롭게 지내자는 화합의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내건 것이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의 집에 걸려 큰 화제를 모은 부처님오신날 축하 현수막.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이곳을 지나는 많은 이들에게 종교 간에 평화롭게 지내자는 화합의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내건 것이었다.
ⓒ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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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운기 수사는?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2014년에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속으로 제주 해군기지 공사 저지 활동을 하다 현행범 체포돼 유치장에 수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방형 정신병원인 성 안드레아 병원장으로 있으면서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정의 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 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태그:#가톨릭, #양운기, #6.13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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