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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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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원내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 김진태 의원
"복당파 자중하세요. 명분과 논리도 없이 왔다 갔다 한 분들 아니냐." - 김태흠 의원


친박(친박근혜) 성향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장석춘 의원은 발언을 짧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누군가 밤새 하자고 소리쳤다. 장제원 의원은 천장을 바라보면서 탄식을 내뱉었다. 이진복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발언을 들었다. 발언이 끝날 때마다 의례적으로 나오던 박수조차 거의 나오지 않았다. 28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혁신 방향을 두고 다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자리였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앞서 3선의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특히 재선의원 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과 초선의원 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을 위원으로 합류시켜 '김성태 혁신안'에 대한 당내 반발을 줄이려 노력했다.

실제로 이러한 해법을 통해 지방선거 참패 후 불거졌던 당내 분란은 가라앉는 듯했다. 5선 심재철(경기 안양동안을)·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과 4선 유기준(부산 서구동구)·정우택(충북 청주상당)·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의원 등이 지난 25일 따로 입장문까지 내고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지만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초·재선의원 모임은 같은 날 조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면서도 김 권한대행의 원내대표 유임을 인정했다. 복당파를 주축으로 한 3선 의원들도 26일 따로 모임을 갖고 김 권한대행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비대위 준비위는 이날(28일) 회의 후 "다음 주 주말까지 5~6배수로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3시간 가까이 공개 발언으로 진행된 의총 상황만 보자면, 한국당은 여전히 지방선거 참패 직후 열린 첫 의총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관련 기사 :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한국당, 무릎은 꿇었지만...). 계파 갈등만 여전했다.

'김무성 탈당·김성태 사퇴' 맹폭한 친박... 홍문종은 '분당'까지 거론

친박계 의원들의 핵심 주장은 김 권한대행의 사퇴였다. 앞서 제기됐던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보다 새로 출범시킬 비대위의 역할 및 권한에 따른 입장 차에서 비롯된 성격이 짙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 26일 "혁신 비대위원장에게 한국당을 살려낼 칼을 드리고, 내 목부터 치라고 하겠다"라면서 새 비대위원장에게 2020년 총선 공천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친박 측은 '국정농단세력 인정', '친박의 망령' 등 김 권한대행의 앞선 발언을 감안할 때 '비대위를 활용해 친박 세력을 청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김진태(강원 춘천) 의원 발언이 대표적이었다.

김 의원은 "우리는 국정농단세력이다, 그러면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여기서 숨을 쉬고 살 수가 있나"라면서 "처음부터 답을 내리고 비대위로 가자면 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적폐로 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비대위로 가더라도 원내대표는 정말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지킬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라며 "(당의) 이념 지표를 어떻게 하자, 중앙당 해체하자 로드맵 제시하고. 아무리 고생 많이 하고 훌륭하시지만 권한대행이 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의원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홍준표 지도부 중 최고위원이었던) 저처럼 책임이 있다. 그런데 주도적으로 키를 잡고 가려 하니깐 분란이 있는 것"이라며 2선 후퇴를 요구했다.

특히 그는 "복당파들이 홍준표 체제 1년 간 '협조·방조' 울타리가 됐잖아. 당직을 맡았잖아"라면서 "이런 결과(선거 패배)가 나왔는데 책임을 (친박에게) 돌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박(비박근혜) 좌장으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에게 사실상 탈당을 요구하고, 박근혜 정부 당시 장관을 지냈던 의원들을 향해서도 거취 표명하라고도 주장했다.

박대출(경남 진주갑) 의원도 "계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분들은 모두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백의종군하자"고 주장했다. 이 역시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홍문종 의원은 아예 '분당'을 거론했다. 그는 "(당내서) 이제 이념으로 치열하게 논쟁하자. (서로) 아니면 분당이라도 하자"라면서 "인정하기 싫지만 A그룹 속한 사람, B그룹 속한 사람 하는 얘기 뻔하잖나. 승복해서 하나가 되든가 아니면 치열하게 국민 앞에서 경쟁하든가다"고 주장했다.

"정리된 줄 알고 왔더니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다"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3선의 김학용(경기 안성) 의원은 "정리된 줄 알고 왔는데, 정말 참담하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김성태 원내대표 찍지도 않고 반대했던 분이 물러나라고 하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 원내대표와 경쟁했던 중진이 (김 원내대표에게) 물러나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요구하는 친박계를 향해서는 "대선후보 지지도 1위하던 김무성 전 대표를 내부에서 총질해서 죽였다. 김무성은 피해자"라면서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광덕(경기 남양주병) 의원 역시 "지방선거 후 첫 의총 때 (조기 전당대회 대신) 비대위 통해서 국민들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수준의 당 쇄신을 하고 전당대회를 하는 것이 맞다고 다 공유했는데 (오늘)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인사의 탈당, 퇴진 등이 아니라) 비대위 성공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라며 "전권을 위임해야만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비대위원장이 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홍철호(경기 김포을) 의원은 "CEO는 외롭다. 과정 중에 잘못한 것은 분명 있지만 모두 의견을 다 반영해 일하기가 어렵다"면서 김 권한대행을 두둔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당에 어떻게 친박, 비박만 있나. 다들 너무 극단적으로 나와서 스스로가 올가미에 걸린다. 이건 끊어야 한다"라며 "당원들은 희생양을 원하지 않는다. 너 나가라 해서 나가면 그게 무슨 감동이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준비위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를 압축하면 끝장토론을 벌여서 현재 논란 중인 비대위 권한 및 역할에 대한 결론을 내리자고 제안했다.

정양석(서울 강북갑) 의원도 "(지방선거 후) 세 번째 의총인데 하나도 달라지지 않고 지도부 체제, 특정인 퇴진 문제가 공개 발언 통해 표출되고 있다"라며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 의원은 김 권한대행을 향해 "다음 의총에는 이 문제 제기 안 되도록 어떤 형태든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적극적으로 의원들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설 것도 함께 당부했다.

또 다시 결론 없이 끝난 의총, 김성태 "거듭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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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은 이후 1시간가량의 비공개 토론을 거친 뒤에야 끝났다. 확실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 권한대행이 의원들의 여러 지적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사과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비대위 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못 했기 때문에 다음 주 의총을 다시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의총에서 불거졌던 김 권한대행 사퇴 문제와 관련해선, "(김 권한대행의 사퇴에 대해)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 정도 봉합은 됐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한국당이 거듭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이날 의총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고견과 진정 어린 충고를 가슴 깊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앞으로 쇄신과 변화를 통해서 다시 태어나는 큰 토양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태그:#자유한국당, #김성태, #친박, #비상대책위원회,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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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j@ohmynews.com 정치부에 있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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