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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체류 중인 예멘 난민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무슬림을 혐오하는 날선 말들이 오가고,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갈 곳 잃은 예멘 난민들을 품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제주도민의 목소리를 두 편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전국 각지에는 지역 맘카페(엄마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편집자 주)들이있다. 대부분 규모가 크고, 엄마 회원들이 많아 입소문도 빠르다. 각종 정보가 오가는 이곳에서 이슈가 되면 그게 곧 지역 이슈로 번지기 쉽다. 지난 촛불혁명의 '맘파워'도, 세월호 추모 열기도 이곳에서 공유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 맘카페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멘 난민을 반대하는 글, 그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각종 이야기들이 밀물 들어오듯 늘어났다. 맘카페를 점점 멀리하게 됐다. 궁금해서 들어는 가지만 분위기만 보고 나오는 '눈팅족'이 됐다. 때맞춰 언론에서는 맘카페 등을 통해 난민혐오가 번진다고 보도했다.

다시 맘카페는 반발했다. 이유 있는 반대이지 혐오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와중에 배우 정우성씨는 난민 지지를 호소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그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데 말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세상 가장 따뜻한 이름을 가진 엄마들이. 이런 현실이 마음 아프다는 내게 '너는 같은 엄마인데 어찌 그리 태평하냐'는 화살이 돌아왔다. 논란을 지켜보던 누군가는 엄마들을 싸잡아 '이기적인 비논리 집단'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그에 대한 엄마들의 분노와 반감 또한 상당하다.

엄마들은 왜  
 3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등의 단체가 집회를 열어 난민수용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6월 3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등의 단체가 집회를 열어 난민수용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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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엄마들 마음이 그렇게 차가운 걸까? 엄마들이 비논리적이라서? 내 새끼밖에 몰라서? 그런 편견은 다시 엄마들에게 상처가 되고 분노를 키운다. 엄마들이라고 마음이 없나. 엄마들도 분명 난민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단지, 그들보다 내 앞에 닥친 불안이 크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생각해보자. 누군가 자꾸 나에게 아이가 위험해질 거라고 경고하는데, 그걸 막아야 된다고 속삭이는데, 세상 어느 엄마가 가만히 있겠는가? 성폭력이나 살인, 테러와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엄마들의 불안을 키우는 이들, 어쩌면 그들은 여성이자 아이를 키우는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게 아닐까. 엄마들의 두려움을 이해해야 할 지점이다.

현재 맘카페에는 침묵하는 회원들이 더 많아 보인다. 수백, 수천 명이 클릭한 글에 달린 댓글 수만 봐도 그렇다. 댓글이 많은 글의 경우에는 몇몇 사람이 여러 건을 썼다. 댓글에 또 댓글을 다는 식으로 말이다. 맘카페의 난민반대 의견을 엄마들 전체의 의견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그들이 제시하는 근거들 중 사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당수가 사실 여부가 확인이 안 됐거나 상관없는 사건들을 짜깁기해 부풀렸다는 건 언론 보도를 통해 지적되고 있다.

난민의 어머니로 불리던 독일 메르켈 총리도 맘카페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난민을 받아줘서 결과적으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라고. 이러다가 우리도 그 꼴 날 거라고(정권에 대한 은근한 협박이기도 하다).

말 나온 김에 유럽 이야기를 해보자. 유럽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난민을 많이 받긴 받는다. 난민도 그쪽으로 가는 게 편할 테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여러 면에서. 전 세계에서 하루에도 4만 명씩 생겨난다는 난민들 중 그들이 받은 난민은 이미 수만에서 수십만 명. 우리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규모다. 그러니 말썽이 생겨도 더 많이 생길 것이고, 사회적 혼란도 큰 게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닐까? 한국의 난민 인정률(4.1%)은 세계 평균(38%)보다 현저히 낮다.

난민 반대 이슈를 퍼 나르는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 중 하나가 '무슬림 혐오'라는 비판이다. 절대로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과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면 '이슬람이 얼마나 무서운 종교인지 아느냐'로 귀결된다.

나로선 확인할 길이 없는 코란의 구절을 (해석해) 옮겨왔다는 내용들, 이슬람은 다른 문화에 동화될 수 없다는 이야기들. 이들이 다름 아닌 이슬람이기에 인도주의도 소용없다는 식이다. 

사실 누구도 난민이 생기기를 원치 않는다. 난민들이라고 자신들이 난민이 되고 싶었을까. 내전이 사라지고 평화롭다면 이들도 이역만리까지 찾아와 설움 받을 일 없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서로 논쟁하고 싸우지 않아도 된다.

제주도정과 정부는 무엇을 했나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8일 한국 생활과 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6월 18일 한국 생활과 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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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에서 세계평화를 운운한다면 나는 정말 얼빠진 이상주의자가 될 것이다. 지금의 현실이다. 총성이 오가는 예멘 내전에 비기지 못해도 마음의 전쟁이 심각하다. 칼보다 더 아픈 말의 전쟁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제주도와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

무사증(무비자) 제도에 대한 도민의 불만과 걱정, 제도의 허점에 대해 제주도정은 과연 몰랐을까?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논의됐던 문제와, 그로 인한 걱정들을 해소하지 않은 채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예멘 난민들의 입국이 불만 표출의 도화선이 됐다.

무사증 제도 악용에 대한 불안 때문에 제주도민은 다른 지역의 지지도 얻지 못한다. 실제로 이번 난민 이슈 중 출도제한 조치 해제 논란을 보자. 너희가 받았으니, 너희가 수용하라는 말이 대번 나오지 않나. 졸지에 제주도민들은 난민을 받아들이기엔 버겁고 내보내자면 욕먹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도정은 무엇을 준비했나. 예멘 난민이 제주에 온 것은 이미 한참 전이다. 이들이 난민 신청을 한다면 심사에만 엄청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을 텐데, 과연 행정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나.

딱한 사정이 민간에서 돌고 돌아 움직이는 사이, 그들이 어떤 준비를 했기에 이제 와서 인력이 부족하고 난민 심사에 최소 몇 달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화난 도민들의 마음에 부채질을 하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또한 정부와 언론은 무엇을 했나. 우리는 이미 2013년 독자적인 난민법을 가진 아시아 최초의 나라가 됐는데, 난민을 받을 만한 제도적 장치들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난민 지원의 당위성에 대한 부분도, 그들이 왔을 때 어떤 단계로 얼마만큼의 지원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홍보가 시작되기도 전에, 난민으로 인해 생길(지도 모를) 부정적 이미지가 더 빠르게 유포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반난민 정서가 이토록 단단해질 때까지 손 놓고 있었고, 결국 제주도와 정부는 난민에 대한 지원책 마련과 동시에 반난민 정서까지 진정시켜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우리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난민은 어느새 우리 옆에 와 있다. 이제는 수용이냐 거부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들을 수용하며 부작용을 줄일까를 모색할 시점이다. 낯선 것,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나 있어왔고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 공포가 극에 달하면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가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을 인정하고, 가려보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만약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감성팔이'고 '인권팔이'라면 나는 계속 '감성팔이' '인권팔이'로 남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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