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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천안시 두정동 정의당 충남도당 사무실에서 이근하 정의당 아산지역위원장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는 이근하 위원장의 남편인 <오마이뉴스> 지유석 시민기자도 함께했다.
 지난 6월 29일 천안시 두정동 정의당 충남도당 사무실에서 이근하 정의당 아산지역위원장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는 이근하 위원장의 남편인 <오마이뉴스> 지유석 시민기자도 함께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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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이근하(44) 정의당 아산지역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선자 인터뷰인가요?"였다. 뜨끔했다. 당선하면 당선인 인터뷰를 하겠다고 사전에 약속을 한 터였기 때문이다. 낙선한 그에게 새삼스럽게 인터뷰 요청을 하는 것도 '뻘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흔쾌히 '낙선자 인터뷰'를 수락했다.

이근하 위원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권에 근접한 몇 안되는 충남 지역 소수정당 후보(아산시의원 라선거구 후보) 중 하나였다. 그의 낙선 소식에 비단 정의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 소수정당의 약진을 기대했던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충남도당은 비례대표선거에서 7.7%의 지지를 얻었다. 비록 미풍이긴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정의당 충남도당에도 바람이 분 것이다. 물론 그 바람이 다음 선거에서는 강풍이 돼 유권자들을 흔들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작은 정당이 지닌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가 또다시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중앙당 차원의 '유세 지원'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유세 차량도 없이 오로지 명함과 피켓에만 의지해 선거를 치렀다. 이 위원장은 남편인 지유석씨와 함께 '부부 유세단'을 꾸리고 유권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만났다. 이근하 위원장의 곁에는 언제나 든든한 우군이 되어 준 남편 지유석씨가 있다. 지유석(47)씨는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선거기간 동안 발품을 팔며 유권자들을 직접 만났다. '정면 돌파'를 통해 나름 성과도 얻었다. 아산시 배방·송악의 3383명(11%)의 유권자가 그를 선택했다.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는 4위로 낙선. 이 위원장에게는 운도 크게 따르지 않았다.

실제로 이 위원장이 출마했던 아산시 송악·배방 지역은 이전 선거까지도 4인 선거구였다. 하지만 지난 6.13 지방선거 전에 3인 선거구로 쪼개지면서 소수정당 후보인 이근하 위원장에게는 불리한 선거 지형이 펼쳐졌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근하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소수정당'의 한계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희망은 역시, 진보와 보수를 떠나 '시민', 즉 유권자에게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정당 인지도가 낮다보니 남보다는 더 많이 발로 뛰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후보자에게 직접 명함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는 유권자도 있었다. 그만큼 부지런히 뛰었다. 어느 유권자는 '모두 2번(자유한국당)을 찍었는데, 시의원 후보만 5번(정의당 이근하)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라고 전했다.

지난 6월 29일 충남 천안시 두정동 정의당 충남도당 사무실에서 이근하 위원장을 만나봤다. 이날 인터뷰에는 이근하 위원장의 남편인 지유석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도 함께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는 마치 공동취재를 하는 듯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이근하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남편 지유석씨.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이근하 위원장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남편 지유석씨.
ⓒ 이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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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정당 중에 정의당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정의당이 창당할 당시부터 정의당에 몸담았다. 나의 정체성을 굳이 밝히자면 정당인이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이다. 예수는 고아나 과부 등 가난한 자들을 돌보라고 가르쳤다. 노동자, 여성, 농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인 약자를 대변하는 정의당의 가치가 나의 가치와 맞아 떨어졌다.

나만의 공약 중 하나가 동물 전담 부서 설치였다. 동물권 존중과 생명권 존중은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 가족도 유기묘를 키우고 있다. 지역에서 길고양이 보호활동을 하고 있던 어느 유권자 분은 내가 내세운 동물 관련 공약을 보고, 적극 지지해 주셨다."  

- 선거 유세 중에 겪었던 일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  
"어느 중년 신사분에게 명함을 드렸는데 그분이 '저는 이근하씨를 꼭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신사분은 이른 아침부터 남편(지유석씨)이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남편이 출마할 경우 배우자인 아내가 명함을 돌리며 선거를 돕는 모습은 흔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드물다. 여성이 후보로 나왔고, 그 남편이 외조를 하는 모습이 유권자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 실제로 '부부유세단'까지 꾸리고 열심히 뛰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던 것 같다. 남편 지유석씨는 페이스북에 힘들다는 호소도 많이 했는데...
"남편은 글은 날카롭게 쓰지만 실제 성격은 온순하고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다. 남편에게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내가 이것저것 요구 많이 했다. 그래서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도 마치 선거운동을 즐기는 사람처럼 열정적으로 선거를 도왔다. 선거 운동 내내 남편이 곁에서 큰 힘이 돼줬다."

"다음 선거? 아직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좀 쉬고 싶다"

- 정당 인지도가 낮은 것도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특히 충남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아산과 천안 등 충청도 북부의 경우 수도권과 가깝다 보니 수도권의 정치 성향과 옛 지역주의가 혼재하고 있다. 내가 출마했던 송악·배방의 일부 지역은 최근 젊은 층이 많아졌다. 상당수는 서울과 경기 등의 수도권에서 유입된 사람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경우 여당(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송악 같은 농촌 지역은 여전히 보수 성향이 강하다. 아마 최근 타계한 김종필(JP)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만큼 자유한국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은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 게 관건이었다. 선거를 통해 정의당 충남도당의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다."

-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중앙당의 선거 지원이 다소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중앙당의 지원은 있었나.
"적어도 충남 지역의 경우, 중앙당의 지원이 미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중앙당도 한정된 인력으로 전국의 모든 선본(비례포함 총 241명 출마)을 지원하기는 힘들었으리라고 본다. 그래도 선거 비용 지원만큼은 다른 당에 비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여성후보에 대한 추가지원은 다른 당보다 많았다. 그 때문에 당에 서운한 감정은 없다. 다만 이번 선거를 통해 소수정당의 한계를 느낀 것은 사실이다"

-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흔히 다음을 기약하곤 한다. 다음에도 또다시 선거에 출마할 의사가 있나. 
"아직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비록 당선된 것은 아니지만 나름 결과에 만족은 한다. 주변에서는 결과를 아쉬워 하며 다음에 또 나오라 하는데 아직은 재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싶지 않다. 좀 쉬고 싶다. 여름 휴가도 멋진 곳으로 가고 싶다."

- 배방송악의 11%, 3383명의 유권자가 지지했는데,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나.
"사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표가 나왔다. '정의당 후보가 나와 정말 고맙고 반갑다'라고 말하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나를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당선으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비록 시의원으로 당선하지는 못했지만 정의당 아산 지역위원장으로서 지역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고민하고 노력할 생각이다."


태그:#이근하 , #정의당 , #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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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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