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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 국회 법사위 출석한 이석구 기무사령관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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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은 계엄령 문건과 관련 "3월 16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다. (송 장관이) 이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그렇게 대면보고를 했다"고 답변했다.

이 사령관은 25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도 "3월 16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의 위중함을 충분히 인식할 정도로 20분 동안 설명 드린 것이 정확한 사실"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런데, 계엄령 관련 문건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있었고, 송 장관에게도 이를 주지시켰다는 이 사령관의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월 16일 장관 일정에는 없는 '기무사령관 보고'

<오마이뉴스>가 국방부에 확인한 결과, 이 사령관의 최초 보고가 있었던 지난 3월 16일 장관 일정에는 기무사령관 보고 일정이 잡혀있지 않았다. 당일 오전 10시에는 '국방운영개혁추진과 보고'가 있었고, 11시에는 ADD(국방과학연구소) 정기이사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10시 50분에서 55분까지 5분 동안 이 사령관의 현안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청사 출입일지에는 이 사령관이 당일 오전 10시 38분에 장관실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령관의 주장은 이 시간부터 장관이 ADD 정기이사회에 참석하기 직전까지 보고를 했다는 것이고, 국방부는 실제 송 장관이 이 사령관을 만난 것은 10시 50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고 시간에 대해 국방부는 5분, 이 사령관은 20분을 주장하는 셈.

그런데, 이 사령관이 자신의 주장대로 사안의 위중함을 알고 있었다면, 문제의 문건 외에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해서 장관에게 설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시간이 5분이냐, 20분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장관의 일정은 미리 공개되는데, 만약 이 사령관이 위중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면 사전에 충분한 보고 시간을 확보한 후에 장관에게 설명했어야 하는데, 이 사령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군 법무관 출신 김정민 변호사는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렇게 중요한 보고를 하면서 별도의 보고서 한 장도 없이 문제의 문건만 가지고 들어갔다는 이 사령관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계엄령 문건 발견 경위, 문건이 담고 있는 내용, 그래서 사후조치를 어떻게 해야겠으니 결심해달라는 그런 보고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는 건 이 보고가 면피성이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즉, 송 장관이 짧은 시간 내에 8쪽의 계엄 문건과 67쪽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모두 읽고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한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중요사안의 경우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해서 대면보고를 하면서 충분히 설명하는 통상적인 군 보고방식과도 차이가 있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군 법무관 출신 "중요한 보고를 보고서 없이 했다? 이해하기 어려워"

김 변호사는 기무사가 계엄령 문건을 국방장관에게 보고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국방부 검찰단이 댓글 수사를 하면서 기무사를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밝힌 문건 입수 경위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당시 이 사령관은 "지난 3월 8일 군인권센터에서 발표한 수방사 위수령 의혹 문건으로 국방부에서 관련된 부서와 수방사, 특전사를 포함해 그런 부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그 와중에 저희 부대원에 의해 자진신고가 이뤄졌고 내용을 파악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문건이 위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내란예비음모죄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 아니었겠느냐"면서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송 장관에게 문건을 들고 갈 일이 아니라 입건해서 조사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렇게 중요한 보고를 하면서 기무사령관은 송 장관이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무사가 해당 문건에 대한 판단을 사실상 송 장관에게 떠넘겨 버렸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또 김 변호사는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대비계획 세부자료'에 나와 있는 국회 무력화 방안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냈다. 기무사 문건에는 국회의원 총 299명을 진보 성향 의원 160여 명, 보수 성향 의원 130여 명 등으로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놓고 있는데, 이 자료가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찰을 통해 작성한 이른바 존안자료에 근거한 분석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만약 기무사가 그동안 국회의원들에 대한 존안자료를 작성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는 비교되지 않을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그:#김정민, #계엄령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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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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