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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무안 탄도마을 이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김 이장은 올해 44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전국 최장수 이장이다.
 김영복 무안 탄도마을 이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김 이장은 올해 44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전국 최장수 이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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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지금 문재인 대통령까지 그동안 바뀐 대통령이 10명이다. 그 사이 전라남도지사는 23명, 무안군수는 40여 명이 바뀌었다. 하지만 무안 탄도이장은 줄곧 김영복씨였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주민들의 손발이 돼서 열심히 심부름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저도 많이 늙었어요. 이제 그만 해야죠. 올 연말까지만 할 생각입니다."

김영복(73) 무안 탄도이장의 말이다.
무안 탄도 전경. 전남 무안에 속한 28개의 섬 가운데 하나 뿐인 유인도다. 무안군 망운면에 속한다.
 무안 탄도 전경. 전남 무안에 속한 28개의 섬 가운데 하나 뿐인 유인도다. 무안군 망운면에 속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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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탄도 이장. 김 이장이 이장을 맡아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들려주고 있다. 그는 올해 44년째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김영복 탄도 이장. 김 이장이 이장을 맡아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들려주고 있다. 그는 올해 44년째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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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장은 올해 44년째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지난 1971년 처음 이장을 맡아 2년 동안 일했다. 임기를 마치고 2년 쉬었다가 75년부터 다시 이장을 맡았다. 그때부터 2014년까지 계속 이장으로 일했다.

2014년 말 42년 동안 도맡았던 이장 직을 그만뒀다. 이제는 편히 쉴 줄 알았다. 하지만 2년 뒤 다시 주민들에게 불려나왔다. 지난해 1월부터 또 이장을 맡았다. 임기가 올 연말까지다. 그의 인생 절반 이상을 이장으로 산 셈이다.

김 이장은 44년째 마을이장으로 일하며 주민들 사이에서 '도지사(島知事)'로 통한다. '탄도대통령', '탄도군수'로 부르는 주민도 있다. 면장과 파출소장이 해야 할 일까지도 맡아서 했다. 그만큼 주민들의 신망이 두텁다.

이장으로서 장수 비결은 '성실'이다. 무슨 일이든지 생각하면 손과 발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근면성과 성실성은 마을주민들 모두가 인정한다.

무안 탄도의 자랑인 백사장. 서남해안의 바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닷물이 깨끗하다.
 무안 탄도의 자랑인 백사장. 서남해안의 바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닷물이 깨끗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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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탄도의 자랑인 야광주도. 바닷물이 빠지면 길이 드러난다. 그 길을 따라 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무안 탄도의 자랑인 야광주도. 바닷물이 빠지면 길이 드러난다. 그 길을 따라 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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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는 무안에 속한 28개의 섬 가운데 하나 뿐인 유인도다. 전라남도 무안군 망운면에 속한다. 송현리 조금나루에서 2.5㎞ 떨어져 있다. 오래 전, 섬에 많았던 소나무로 숯을 생산해 뭍으로 보냈다고 '탄도(炭島)'다.

28가구 52명이 살고 있다. 감태, 낙지, 굴의 주산지다. 섬 마을 특유의 소박한 인심과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온새미로의 섬이다.

탄도 선착장 전경. 김영복 이장이 주민들과 함께 이룬 성과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힌다.
 탄도 선착장 전경. 김영복 이장이 주민들과 함께 이룬 성과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힌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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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탄도마을의 복지회관. 김영복 이장이 주민들과 함께 건립했다. 마을주민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무안 탄도마을의 복지회관. 김영복 이장이 주민들과 함께 건립했다. 마을주민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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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면 누가 떡 주던가요? 주라고 해야죠. 감을 따려면 감나무에 올라가야 하고요. 저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앞뒤 안 가렸어요. 공무원들이 저보고 '욕심 많은 이장'이라고 하는데, 그런 이유죠."

김 이장이 그동안 '욕심' 부려 따온 사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탄도 선착장 정비는 지금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길이 350m의 선착장을 만들었다. 큰바람이 불 때마다 피하지 못했던 선박 피해를 줄였다.

마을주민들의 손발인 도선(탄도호)을 현대식으로 건조한 것도 그의 공이 컸다. 탄도호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실어다주고, 섬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뭍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의 하수관거를 지중화해 깨끗한 마을로 가꾸고, 마을 안길과 농로를 포장하고, 마을회관을 실용적으로 건립한 것도 그의 공력이었다. 물론 김 이장 혼자서 한 일은 아니다. 주민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며 힘을 실어준 덕이었다. 그의 풍부한 인맥과 공무원들과의 돈독한 사이도 일을 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주어진 일만 한다면 솔직히 바쁠 게 없어요. 하지만 욕심을 내면, 한정이 없는 게 이장 일이더라고요. 이장이 해야 할 본연의 일은 기본이고요. 주민들에게 콩나물을 사다주고 상비약을 구해주는 일까지 잔심부름도 다 했어요. 이왕 하는 일, 열심히 했고요. 그렇게 일했어요."
무안 조금나루와 탄도를 오가는 배 탄도호. 탄도마을 주민들의 손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안 조금나루와 탄도를 오가는 배 탄도호. 탄도마을 주민들의 손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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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고 마을길을 돌고 있는 김영복 이장. 망운면 소재지로 나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길을 돌고 있는 김영복 이장. 망운면 소재지로 나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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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장은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걸어서 섬을 한 바퀴를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가는 길에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불편한 점이나 건의사항도 그때 듣는다. 주민들의 크고작은 일상도 상의한다.

"보람은 있죠. 그래도 이제 그만 하려고요. 자식들도 그만 하라고 말려요. 그때마다 '이장은 벼슬이 아니다. 주민을 위한 봉사다. 집안에 소홀하더라도 너희들이 이해를 좀 하라'며 설득했죠. 이제는 저도 많이 늙었잖아요. 세월을 이기는 장사도 없고요. 앞으로는 집안에 더 충실한 남편으로 또 아버지로 살고 싶어요."

이제는 여유를 조금 갖고 편히 지내고 싶다는 김 이장의 소박한 꿈이다.

김영복 이장이 부인과 함께 메마른 밭에 물을 뿌려주고 있다. 김 이장은 올해까지만 이장을 하고, 앞으로는 소소한 일상을 살고 싶다고 했다.
 김영복 이장이 부인과 함께 메마른 밭에 물을 뿌려주고 있다. 김 이장은 올해까지만 이장을 하고, 앞으로는 소소한 일상을 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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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영복, #무안 탄도, #탄도이장, #이장, #조금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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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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