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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조선일보'는 1면(왼쪽)과 사설(오른쪽)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은산분리 규제완화 방침을 옹호하는 기사를 냈다.
 9일 '조선일보'는 1면(왼쪽)과 사설(오른쪽)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은산분리 규제완화 방침을 옹호하는 기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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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이다.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고 칭찬하고 나섰다. 그것도 신문 1면, 3면과 사설을 통해 힘을 실어줬다. <조선일보>가 문 대통령 손을 들어준 이유는 정부가 밝힌 '은산분리 완화' 방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라며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은산분리 규제를 케이뱅크·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풀자는 것이 골자다.

이에 <조선일보>는 9일 "문 대통령이 지지층인 진보 진영의 요구를 거스르고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취임 후 사실상 처음인 것"이라면서 박수를 보냈다. 사설을 통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 분리 규제 완화를 스타트로 적극적인 규제혁신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라면서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다만 "규제혁신은 어려운 일이다, 규제로 이득을 얻는 많은 기득권 세력이 있다, 문 대통령 지지층인 좌파 세력에도 이런 기득권이 많이 있다"라며 '우려' 목소리를 더했다. 이어 "당장 은산분리 완화를 놓고도 좌파들 사이에서 반대론이 나오고 있다"라며 "규제 혁신의 어려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반대 의견을 '규제로 기득권을 얻기 위한 좌파 세력의 주장'으로 몰고 간 것이다.

"문 대통령, '특정 기업 위해 법 개정은 바람직 않다'더니... 참담"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엔 전성인 홍익대 교수(오른쪽)도 참석했다.
▲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입장 밝힌 추혜선 의원, 그리고 전성인 교수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엔 전성인 홍익대 교수(오른쪽)도 참석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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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선일보>가 지칭한 '좌파 세력'들의 입장은 '규제 기득권'과는 결이 다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비례)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직접 밝힌 문장을 가져왔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산업자본의 소유 지분을 제한한 현행법 하에서 인가를 신청한 것이며, 특정 기업을 위해 법을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추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 문장을 읽으며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씀하셨던 내용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제 와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따로 만들어서 현행 은행법 상의 산업자본 지분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고도 은행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명백한 공약 파기"라고 소리 높였다.

추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은산분리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반칙과 특혜를 없애겠다는 이 정부가 ICT(정보통신기술)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더 나아가 추 의원은 "대주주 자격을 제대로 제한하면 ICT 기업 중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KT, 이미 자산규모가 8조가 넘어서 카카오뱅크를 계열사로 편입하면 무조건 총수 있는 재벌 기업에 해당하는 카카오, 자산규모 7조가 넘어 3조 이내에서 은행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윤 내기 어려운 네이버, 개인정보 유출로 문제가 된 인터파크 같은 ICT 기업들은 제외될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SK텔레콤, 삼성SDS 정도밖에 안 남는다, 그렇다면 정부·여당이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겠다고 하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여야가 지난 8일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서는 "아직 상임위도 안 열렸고 논의조차 되지 않았는데 이미 통과를 기정사실화해서 발표하고 있다"라며 "후반기 원구성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개혁입법연대를 제안했는데, 이대로라면 3당의 적폐입법 야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회견에 함께한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청와대 대변인이 '은산분리 완화'는 대선 공약 파기가 아니라는 취지로 브리핑을 했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처구니 없는 시도"라며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특정 기업 위해 법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명히 입장 밝혔는데 이제와 청와대 말장난으로 호도하는 건 있을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영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촛불시민이 광장에 섰을 때 케이뱅크 허가가 났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은산분리 완화 시점에 전환 주식 상환'이라 적혀있다"라며 "모든 사람이 적폐청산을 외칠 때 금융위원회와 케이뱅크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케이뱅크 영업 시작 이후 난항을 겪으니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려는 게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백주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하고 오늘 같이 참담하고 슬픈 기자회견은 처음"이라며 "산업자본에게 재벌에게 은행을 소유하게 하려는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근혜' 정부도 감히 실행하지 못한 일을 하려고 하냐"라며 "은산분리 완화는 금융소비자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모험을 하겠다는 것이다, 공론화 과정도 없이 여론몰이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엔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관계자들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 추혜선 의원,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입장 발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엔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관계자들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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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은산분리 , #조선일보, #추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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