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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이나 세탁소, 병원 등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시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이 나를 부르는 호칭 때문에 유감스러울 때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사모님,' '이모,' '언니,' '어머니'다.

사모님은 좁게는 교사나 목사의 부인, 넓게는 남의 아내를 높여서 부르는 호칭으로 알고 있다. 이때, 중년 남성들은 대부분 '사장님'으로 불리고 중년 여성들은 당연히 누군가의 아내로 단정지어지는 걸 목격했다. 한국 사회의 모든 여성들이 기혼은 아니고, 누군가의 아내로만 살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 호칭은 제한된 경우에만 사용돼야 한다고 여겨진다.

가장 낯선 호칭은 어머니다. 여성이 중년이 되면 모두가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여성들이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식을 낳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나는 생물학적으로 그 누구의 어머니도 아니므로 남에게 그렇게 불리고 싶지는 않다.

중년 여성이라고 해서 다 '어머니'는 아니다. (사진은 MBC <무한도전> 화면 갈무리)
 중년 여성이라고 해서 다 '어머니'는 아니다. (사진은 MBC <무한도전> 화면 갈무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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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편이 아파 대학병원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입구에 서서 안내하시는 남자분이 나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않는 듯이 보이는데도 "아버님은 먼저 들어가시고요, 어머님은 여기에 기록좀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그 와중에도 그 호칭이 거슬렸던 나는 그가 건넨 장부에 기록하면서 "어머니는 아닌데요"라고 말했고, 그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기에, 결국 언짢음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저는 아저씨만 한 아들을 두지 않았는데 어머니라고 부르시는 건 아니죠."

(역으로, 그 선량한 안내원은 본의 아니게 '아저씨'로 격하돼 버렸으니, 나도 잘한 것은 아니다.)

TV 방송을 볼 때도 어머니라는 호칭이 남발되고 있음을 자주 목격한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해녀들을 취재하기 위해 PD가 인터뷰를 하는데, 그녀들을 '친근하게' 부른답시고 어머니라고 계속 부르는 것이었다. 당당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해녀들을 어머니라는 단어로만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느껴져서 들을 때마다 심기가 불편했다.

서비스 업종이나 공공 기관에서 일하시는 분들, 또는 공공장소에서 누군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넬 때 상대를 부르는 호칭이 정해졌으면 좋겠다.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객님,' 병원에서는 '환자분' 또는 '보호자님'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다.

참고로 미국이나 캐나다 등 영어권 나라에서는 자신보다 나이든 여성에게는 'Ma'am' 남성에게는 'Sir'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영어권 나라들에서처럼 아예 호칭을 단순화시키든지, 장소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호칭을 사용하면 어떨까.


태그:#호칭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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