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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가 31일 오후 열린 세계평화대회에서 스포츠라는 마중물을 통해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가 31일 오후 열린 세계평화대회에서 스포츠라는 마중물을 통해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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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전격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서였다. 이후 스포츠를 통한 남북 간의 평화무드가 지속되어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휴전협정을 정전협정으로 바꾸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스포츠는 한반도 평화에 얼마나 기여할까?

한반도 역사 화해와 상생을 위한 세계평화대회 3일째인 31일 오후 '문화-스포츠 교류를 통한 한반도 및 동아시아 평화증진'에 대해 발표한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문화연대 집행위원)는 스포츠라는 마중물을 통해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은 평화라는 가치가 스포츠를 통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명백하게 보여줬다"며 이미 엔트리가 정해져 있던 여자아이스하키팀이 단일팀을 이룰 수 있던 과정을 통해 설명했다.

아이스하키라는 특성상 엔트리가 정해져 있고 엔트리 중에서도 시합에 들어가는 선구의 수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북한 선수를 추가로 더 받는 문제는 남한 선수의 출전기회를 박탈한다는 공정성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단일팀이 성사됐고, 이를 통해 스포츠를 매개로 한 평화의 프로세스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증명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한의 평화를 도모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내용으로 돌발성과 복잡성, 초월성을 들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올림픽 참여의지 표명은 매우 돌발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한 정부의 대응은 효과적이고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메가스포츠를 둘러싼 각 나라(한국,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와 국제 스포츠기구,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매우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진단했다. 이를테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후 가장 빠르게 대응한 집단은 미국 NBC였다. 올림픽 독점 미디어 스폰서인 NBC가 신년사 다음날 특파원을 마식령 스키장으로 보내 현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분위기를 북돋웠기 때문이다.

또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한 단일팀을 위한 만남에서 남북한 당사자보다 IOC(국제올림픽연맹)와 국제하키연맹(IIHF)에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단일팀 성사를 원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이 선수 5명의 엔트리 보장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자 그 자리에 있던 IIHF 회장이 즉석에서 남북한 단일팀의 엔트리를 기존의 22명에서 27명으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정 교수는 여자아이스하키 첫 경기인 스위스전에서 경기 결과는 8대0으로 대패하면서 세계수준과의 큰 차이를 실감했지만, 남북한이 함께 강한 적에 맞서 부끄럽지 않게 경기를 마치는 것은 초월적인 경험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가 스포츠를 통한 한반도 평화기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가 스포츠를 통한 한반도 평화기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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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포츠를 통해 남북한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사례로 스포츠를 통해 흑인과 백인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만델라 대통령과 미파롯(Mifalot) 평화 프로그램을 들었다.

만델라 대통령은 1995년 럭비월드컵을 유치하면서, 흑인들이 싫어하던 남아공 럭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대표 팀 주장인 프랑수아 피에나르(백인)에게 우승컵을 건넸다. 이는 인종차별의 상징이었던 유니폼을 화해와 연합의 의미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 청소년과 이스라엘 청소년들을 위한 여름방학 스포츠캠프인 미파롯도 마찬가지다. 캠프를 시작할 무렵에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높지만 캠프가 끝날 무렵에는 동료선수가 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러한 시도는 남북한 청소년들을 위한 스포츠캠프를 기획하는데 좋은 영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비무장지대에서 남북한 청소년들을 위한 평화축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남북한 청소년이 함께 하는 평화걷기, 평화달리기. 평화자전거 대회를 주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한 과도한 국가주의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국가 또는 체제 간 우열을 가리는 상징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라는 이미지 대신 원폭 피해국가로 전환을 시도했듯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상국가로의 위상과 헌법 9조 개정을 통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로의 복귀를 꿈꾸는 것을 들었다.

정 교수는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는 남북한 스포츠 문화교류를 통해 인류가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어우러지는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다"면서 "모든 인류가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 축제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끝마쳤다.
 
31일 오후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역사 화해와 상생을 위한 세계평화대회 섹션 중 '동아시아와 한반도 평화 문화확산을 위한 청년의 역할' 토론회.
 31일 오후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역사 화해와 상생을 위한 세계평화대회 섹션 중 "동아시아와 한반도 평화 문화확산을 위한 청년의 역할" 토론회.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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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섹션주제 발표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민간의 역할과 방안, 한반도 평화문화 확산을 위한 청년의 역할, 국제적 지지운동 방안, 남아프리카공화국·독일·예멘·아일랜드·동-서티모르·팔래스타인의 화해와 치유정책에서의 민간 역할 등에 대한 워크숍이 진행됐다.  

태그:#세계평화대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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