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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미투법안 발의안 처리 촉구, 직무유기 국회 규탄기자회견'의 모습.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미투법안 발의안 처리 촉구, 직무유기 국회 규탄기자회견"의 모습.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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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7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일정을 불과 일주일여 남겨둔 지금, 경쟁하듯 쏟아내던 미투(Metoo) 법안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국회의원들은 연초부터 지금껏 끊임없이 미투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발의만 하고 논의조차 않다니, 법안 발의는 '쇼'에 불과한 것이었나?"
 

뿌연 먼지 속 국회의사당을 뒤로 하고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20대 국회에서 발목 잡힌 미투 관련 법안들 통과를 촉구하면서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여성단체 활동가 10여 명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미투 법안, 발의안만 쏟아내고 처리는 나몰라라? 임기 내내 직무유기, 국회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 2017년 7월 서울 강남구 미용업소 여주인 살해 사건, 지난달 서울 강서구 아파트 주차장에서 벌어진 전처 살인 사건. 모두 성별에 기반한 혐오를 바탕으로 벌어진 사건이었으나, 이를 막기 위한 법률적 노력은 여성단체의 주장처럼 국회에서 막혀있는 상태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훗날 올해를 '미투 운동의 해'로 기억할 것"이라며 "미투는 '더는 이대론 못 살겠다'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수많은 여성들이 피눈물 흘려가며 외쳤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국회의원들이 150~160개 미투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오늘(29일) 오전에 법사위 여야 간사(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를 만나고 왔다, 디지털 성범죄 방지 법안 빼놓고는, 다른 (미투) 법안들은 연내에 처리될 가망이 없는 게 확인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은) '법안이 너무 많다, 정합성을 위해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 지금까지는 뭐했나, 뭐하다가 회기가 얼마 안 남은 이제야 그런 말을 하나"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는 일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향한 비판도 내놨다. "28일 법사위에서는 관련 법안을 12월 3일 예정된 법안심사소위로 회부시키면서 '1주일을 못 참느냐' '오늘 통과가 안 되면 문제가 생기느냐'고 말하는 안일함을 드러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일터·학교 등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성폭력에 노출돼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데,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법안을 미뤄버렸다"라는 지적이다.
 
피해자 90% 여성인데... 김도읍 "법률명 왜 '여성'인가, 남성도 보호대상"


실제 전날(28일) 법사위는 자녀를 기르는 양육부·모의 양육비 확보를 더 쉽게 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피해자 보호 지원에 관한 국가 책임을 명백히 하는 등 성별 기반 혐오 범죄를 방지하려 발의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 등을 심사했으나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등 반대 의견이 나와 둘 모두를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로 회부시켰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 의원은 특히 법률명에 '여성'이 들어갔다는 점, 법안 중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쓰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열악한 지위에 있는 남성도 이 법의 보호대상이지 않느냐, 그런데 법률명엔 '여성'이라 돼 있다"라는 문제제기다. 김 의원은 "법안 중 성폭력 예방교육 부분도, 이걸 '양성평등'이라고 해야지 왜 '성평등 관점'이라 썼느냐, 이건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우려는 알겠지만 폭력의 대상자가 되는 비율은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기 때문에 '여성폭력'이란 용어가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며 "김 의원님의 그런 우려는 (법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잘 처리할 수 있다, 지금 많은 여성들에게 젠더 폭력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이 있으니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이 법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자료사진).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 의원은 2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히 법률명에 ‘여성’이 들어갔다는 점, 법안 중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쓰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자료사진).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 의원은 2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히 법률명에 ‘여성’이 들어갔다는 점, 법안 중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쓰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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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장관은 이날 또 "(김 의원의) 실효성 지적과 관련,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아래 여가위)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법안 시급함에 공감해주셨다" "용어와 관련해서도 저희는 '양성평등'과 '성평등' 혼용이 원칙"이라며 "용어 부분은 크게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여가위 소속인 표창원 의원도 "국제 용어인 '젠더 폭력(Gender Violence·성별 기반 폭력)'에 대해 한국엔 대체 용어가 없다"라며 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그는 "앞서 여가위에서도 비슷한 토론을 했다, 피해자 중 대다수일 수밖에 없는 여성의 요구들, (법안 통과는) 그에 대한 국회의 답일 수 있으니 여가위 합의를 존중해 달라, 개인적으로 (통과를) 부탁한다는 말씀드린다"라고 말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실제 통계는 진 장관·표 의원 발언을 뒷받침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살인·성폭력·강도 등을 포함한 흉악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었다(2015년). 백혜련 의원실이 분석한 대검찰청 '2016 범죄분석' 결과 흉악범죄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은 약 8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피해자 분석 결과 약 20세~30세 여성 피해자는 무려 94.3%로 최고치를 보여, 젊은 여성일수록 범죄의 대상이 됐다.

여성단체 "피해여성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건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 외에도 '스토킹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 '데이트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도 국회를 넘지 못했다. 성차별 시정 및 피해 구제가 골자인 '성별에 의한 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남인순 대표발의)', 성차별과 성희롱 금지 규정을 구체화하는 '성차별·성희롱의 금지와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김상희 대표발의)' 등도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지난 8월 여가위 회의에 이 법안들이 상정됐을 당시, 국회 수석전문위원이 이 법에 대한 검토보고를 통해 "중복되는 법 규정들에 대한 통합·조정 및 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국가인권위원회 등 소관부처 간 긴밀한 협의, 그 밖에 민간으로부터 폭넓은 의견 수렴 등을 거칠 필요가 있겠다"라고 지적한 이후다.

29일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은 한 목소리로 '조속한 통과'를 외쳤다. "수많은 피해 여성들이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 더는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리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에게 국회는 조속한 입법처리로 답하라"(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팀장)는 이야기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오늘 통과 안 되면 문제가 생기냐'고 말한 의원 사진이 붙은 현수막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미투법안 발의안 처리 촉구, 직무유기 국회 규탄기자회견'의 모습.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여성단체 활동가 10여 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미투 법안, 발의안만 쏟아내고 처리는 나몰라라? 임기 내내 직무유기, 국회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미투법안 발의안 처리 촉구, 직무유기 국회 규탄기자회견"의 모습.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여성단체 활동가 10여 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미투 법안, 발의안만 쏟아내고 처리는 나몰라라? 임기 내내 직무유기, 국회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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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활동가들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미투 법안, 발의안만 쏟아내고 처리는 나몰라라? 임기 내내 직무유기, 국회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회견 직후 ‘오늘 통과 안 되면 문제가 생기느냐’고 말한 의원 사진이 붙은 현수막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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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미투 법안, 발의안만 쏟아내고 처리는 나몰라라? 임기 내내 직무유기, 국회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회견 직후 ‘오늘 통과 안 되면 문제가 생기느냐’고 말한 의원 사진이 붙은 현수막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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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투 법안 계류, #법안 처리 촉구, #성별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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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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