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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소재 서울스퀘어빌딩에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라는 공간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창업지원 공간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018년 선정한 메이커 스페이스 65곳(일반랩 60곳, 전문랩 5곳) 가운데 53곳이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춘 곳이다. 개인도 3D프린터나 레이저 가공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일반랩과 전문랩으로 나뉜다. 일반랩에서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창작활동 체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특히 전문랩에서는 시제품 제작부터 양산까지 지원함으로써 제조업 창업을 돕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2018년 235억 원을 투입해 메이커 스페이스 65곳을 구축했고, 올해에도 285억여 원을 투입해 60여 곳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서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메이커 스페이스 350여 곳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엔피프틴 대표 "왜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맡기나 물었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빌딩 내 N15 전문 랩을 방문, 스타트업 기업 아티슨앤오션이 스마트폰을 연동한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3D 모델링 출력을 통해 제작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렇게 제작된 스쿠버 장비는 기존 장비보다 15분의 1 가격에 제작이 가능하다.
▲ 창의적 아이디어 상품 제작 과정 살펴보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빌딩 내 N15 전문 랩을 방문, 스타트업 기업 아티슨앤오션이 스마트폰을 연동한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3D 모델링 출력을 통해 제작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렇게 제작된 스쿠버 장비는 기존 장비보다 15분의 1 가격에 제작이 가능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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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1시 58분 회색정장에 노타이 차림으로 이곳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이 들어선 곳은 정부에서 지원해 조성한 전문랩 메이커 스페이스 중 한 곳인 엔피프틴(N15)이다. 

엔피프틴은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메이커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제조 스타트업을 병행하는 기업이다.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의 초기 정착을 돕는 하드웨어 특화 액셀러레이터이고, 기술기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투자연계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해 조성한 전문랩 메이커 스페이스 가운데 한 곳이다.

안내를 맡은 류선종(38) 대표가 설명에 나섰다.

"사실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다. 대통령님도 분명히 있을 거다. 그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실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설계된 것을 3D프린터로 입력하면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 있는 파일을 실제 제품화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3D 과정을 통해서 모양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플라스틱 원재료를 고열로 녹여서 제품을 구현한다."

문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원하는 기업들은 누구나 와서 (3D 프린터 등을) 활용할 수 있나?"라고 물었고, 류 대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라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의 류 대표의 안내에 따라 3D 프린터를 활용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쿠버 다이빙 장비 모델링 출력을 체험하고, 레이저를 통해 스마트폰에 대기업 로고를 새기는 과정도 지켜봤다.

"메이커 스페이스이기 때문에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제품들이 서울역 앞 도심 한가운데서 가능하다(만들 수 있다)는 게 메이커 스페이스의 의미다." (류선종 대표)

류 대표는 LG전자와 함께 개발한 제품을 보여준 뒤 "이 공간 자체가 스타트업 공간이면서 대기업도 혁신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라며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맡기는 게 신기하지 않나? 세상이 바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공간에 LG 직원들을 보내서 저희와 공동개발한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LG는 돈도 있고, 개발자도 있는데 왜 스타트업에 맡기냐?' 그러니까 '우리는 창의력이 느리다, 너희처럼 빠른 조직과 같이 콜라보레이션(협력)해야지 우리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해서 희망을 얻었다." (류선종 대표)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


"젊은 세대에 맞는 형태로 제조업 계승해야"

이어 문 대통령은 엔피프틴이 주최한 '2019 제조창업 파트너스 데이(N15 Makers 100)'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세계 최초로 휴대용 수력발전기인 '우노'를 개발한 박혜린(34) 이노마드 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박혜린 대표는 '우노'를 개발해 매출 10억 원을 달성했고, 지난 2017년 <포보스>지 선정 '아태지역 30세 이하 리더 30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다. 그는 인도 배낭여행 중 에너지 소외계층 문제를 느껴서 '우노'를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29살 여성이 제조업에서 에너지(사업)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제품을 돈 주고 사고 싶다고 해도 한국에 들어와서는 어디로 가야 이 제품을 만들지 아무런 답을 찾을 수 없었다. 3년 반을 투자해서 생산기반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중국, 미국을 자주 다녀왔다. 그때 부러운 게 있었다. 미국에서는 세대 간 승계가 있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정보와 경험을 다음 세대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융합하고 연결하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중국에서는 국가와 대기업이 합심해 생산하고, 유통하고, 공급할 인프라를 지원해주고 있다.

그런데 다행히 크라우드 펀딩, 4차 산업혁명 시장의 변화로 한국에서도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다. 메이크업 스페이스가 많아지는 것도 반가운 신호다. 여러분도 제가 경험한 '정보와 네트워크, 인프라의 부재'를 소모적으로 (겪지) 않았으면 한다. 제품을 만드는 데 3년 반이 걸렸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었다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다들 공감하겠지만 한국에서 제조산업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이 세대에 맞는 형태로 계승해야 한다. 그럴려면 하드웨어 스타트업 확산이 필요하고, 메이커스 스페이스를 통해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돼 안정적으로 (제조업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박 대표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메이커 스페이스가 어떤 도움이 됐나?"라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안타깝게도 2014년에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초기단계라서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많지 않았다"라며 이렇게 답변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 자원이 없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 자원이) 연결이 안돼 있고 (그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메이커 스페이스가 허브 역할을 해서 연결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 대표의 강연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메이커 스페이스 시연행사에 참석해 폐배터리를 활용한 스마트 배터리와 헤어스타일러, 3초 만에 발사이즈를 측정하는 하드웨어, 스마트폰 스쿠버 장비, 음파 진동과 음악을 이용한 콜드브루 커피머신, 베이비 케어 알람, 피난용 에어캡슐 등을 직접 구경했다.

"혁신 창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도약시키는 길"

발언에 나선 문 대통령은 "새해 첫 경제현장 방문으로 혁신 창업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았다"라며 "날씨가 추운데 창의력과 도전정신으로 혁신하는 청년과 기업가가 있어 아주 든든하다"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10월 엔피프틴을 방문한 사실을 떠올리면서 "그동안 이 회사를 어떻게 키웠고, 혁신 창업에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정부 지원이 도움됐는지 등이 궁금하다, 개선할 점이나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정부 출범과 함께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국가를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았다. 혁신 창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도약시키는 길이다.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많이 말하는데 지금도 어려움이 있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 만들기 위해서 활발한 혁신 창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혁신을 통해서 신기술과 신산업을 창출해야만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는 혁신성장의 핵심 역시 창의력과 기술경쟁력, 그리고 또 혁신역량 갖추는 혁신적 창업가와 기업들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혁신 창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을 준비 중에 있다"라며 "혁신 창업의 길을 앞서서 걷는 여러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여러분이 성공해야 또 그 뒤를 따르는 더 많은 청년기업가들이 더 과감하게 혁신 창업의 길을 이룰 수 있다. 여러분이 일으킨 혁신 창업의 물결이 우리 경제의 큰 활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문 대통령은 "정부도 여러분의 성공을 위해 돕겠다"라며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혁신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다.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대통령의 약속들'

이어 문 대통령은 "여러분의 회사가 커가는 동안 대한민국을 창업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그만큼 가까워지고 있다"라며 "정부는 이 창업국가의 기반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더 지원하고 많이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다면 누구나 시제품을 쉽게 만들고 제품화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지난해 65개 만들었는데 올해 60여 개를 추가 구축하고 2022년까지 350여 개로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라며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정부는 2017년 1조 7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신규로 조성했고, 작년 신설한 3조 5000억 원의 혁신모험펀드를 포함해서 2020년까지 총 10조 원 규모의 모험자본을 조성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창업을 위한 규제혁신과 청년 창업 기업의 세부담 경감, 채무 조정 등도 약속했다. 그는 "작년 10월 창업 규제혁신 방안을 통해 다양한 차량의 캠핑카 튜닝을 허용하고, 동물용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심사 기준을 마련해서 치료제 출시를 가능하게 하는 등 105건의 규제 개선을 시작했고, 청년 창업 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추고 창업기업 부담금 면제도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혁신 창업에 대한 가장 큰 장애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패도 두렵지 않도록 하겠다. 작년 4월 전체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연대보증을 완전히 폐지했다. 2021년까지 약 8만여 명의 채무를 조정할 계획이다. 실패해도 또 다시 재기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

문 대통령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여러분들 모습에서 우리 경제의 희망을 본다"라며 "청년 스타트업 기업인 여러분의 도전과 성취가 대한민국 경제이자 미래다"라고 격려했다.

성수동 수제화거리 간 대통령 "공동으로 온라인 판매하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 수제화 희망플랫폼을 방문해서 한 매장에서 수제화를 맞추고 있다.
▲ 수제화 맞추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 수제화 희망플랫폼을 방문해서 한 매장에서 수제화를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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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15분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수제화 희망플랫폼과 수제화 매장 등)를 방문해 창업, 판매 등을 자세하게 묻고 직접 구두 한켤레도 맞췄다. '구두명장 1호' 유홍식 드림제화 대표, 젊은 구두창업자 윤지훈 컴피슈즈 대표, 김현우 바이수 대표 등이 동행했다. 

문 대통령이 "오랫동안 구두 만드시는 분들이 계속하고,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창업해서 들어오는 것은 많지 않죠?'라고 묻자 유홍식 대표가 "많지 않고, 이것을 배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며 "하지만 요즘에 여기에 푹 빠진 젊은 애들이 몇명 있고, 잘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오산대에 구두학과가 있어서 구두학과와 성동구랑 협업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일반 청년들을 육성해서 장기적으로 교육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성수동에서 구두를 만든 지 만 2년이 된 윤지훈 대표의 구두상점에 들어간 문 대통령은 윤 대표에게 "옛날에는 신발을 만들면 시다라고 부르던 조수부터 시작해서 배워나갔지 않나? 요즘도 도제식으로 교육받나?"라고 물었다. 이에 윤 대표는 "단계적을 밟아서 창업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으로 온라인 판매하면 좋겠다"라고 제안했고, 정원오 구청장이 "저희가 5개 정도의 공동브랜드를 만들어서 온라인 판매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혁신 창업 지원과 육성, 경제활력에 초점을 맞춘 일정"

이날 문 대통령의 메이커 스페이스, 성수동 수제화거리 방문 일정과 관련,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새해 첫 경제행보로 준비된 일정이다"라며 "혁신 창업 지원과 육성에 의지를 보이는 것과 경제활력에 초점을 맞추었다"라고 평가했다.

고 부대변인은 "청와대 등에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간담회 일정들도 많이 진행되긴 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 가서 그분들의 애로사항들을 듣고 격려도 하고 위로도 하는 것을 강화하는 시간이었다"라며 "그래서 메이커 스페이스에서도, 수제화거리를 방문했을 때에도 공정에서부터 판로까지 자세하게 대통령이 물어보고 듣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고 부대변인은 "구두 같은 경우는 기존 제조업이지 신산업은 아니다"라며 "그래서 조금은 쇠락하고 있는 산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현재 많지는 않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젊은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한번 시작하면 푹 빠져서 작업들을 진행한다는 설명을 듣고 대통령이 굉장히 공감했다, 그래서 1인 창업 가게에서 신발 한 켤레 맞춰서 나오는 것으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라고 전했다.

고 부대변인은 "앞으로도 계속 경제 관련 일정들이 준비되고 있고, 그런 것들을 통해 경제 활력에 좀더 힘을 불어넣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태그:#문재인, #메이커 스페이스, #성수동 수제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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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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