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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마트산업노조 롯데마트지부 사무국장이 29일 오후 서울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마트여성노동자 노동 실태와 쉴 권리 찾기 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수산코너 노동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이현숙 마트산업노조 롯데마트지부 사무국장이 29일 오후 서울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마트여성노동자 노동 실태와 쉴 권리 찾기 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수산코너 노동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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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노동 환경이) 10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2008년 이른바 '의자 투쟁' 끝에 대형마트 계산대에 의자가 놓였지만, 마트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노동자 4명 중 1명 꼴로 여전히 '앉아서 일할 권리' 보장을 요구하고 있었고, 나머지 노동자들도 무거운 상품 운반과 과도한 반복 작업 등으로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등이 29일 오후 서울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연 '마트여성노동자 노동 실태와 쉴 권리 찾기 토론회'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1분에 랩 포장 20회 반복" 증언에 "10회만 넘어도 고위험"

롯데마트 수산코너에서 일하는 이현숙 마트노조 롯데마트지부 사무국장은 "농수축산, 조리 등 신선상품 코너 노동자들은 원재료를 가공하는 '칼질'과 포장하는 '랩질'(랩 포장)이 주된 업무인데 오전 7~8시부터 출근해 문 닫을 때까지 같은 일을 무한반복하고 있다"라면서 "랩질은 1분당 20여 회, 1시간에 1200회 포장하는데 기계도 이렇게 할까 싶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고정된 자세로 오랫동안 서서 일하다 보니 목과 허리 디스크가 오거나 회전근이 파열되고 고질적인 손과 손가락 손상이 따라온다"라면서 "같은 작업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화장실도 제때 다녀오기 힘들고 보건휴가 등 법정휴가도 제대로 쓸 수 없다"라고 육체적 부담과 인권 침해 문제를 호소했다.

이에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손목 기준으로 분당 10회 이상 같은 일을 반복하면 고위험 작업에 속하는데 칼질과 랩질을 분당 20회 반복하면 테니스 엘보(팔꿈치 통증) 위험이 크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무거운 상품을 운반하고 진열하는 작업에 큰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형마트 노동자 40%는 입고물품 박스에 중량 제한을 두고 소포장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무거운 상품을 운반하고 진열하는 작업에 큰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형마트 노동자 40%는 입고물품 박스에 중량 제한을 두고 소포장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마트산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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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목동점 생활용품 진열사원으로 일하는 박상순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목동지회장은 "1회용품도 랩이나 지퍼백 등 비닐 종류고 욕실용품도 나무 발판 등이 있어 무겁다"라면서 "시간이 부족해 한꺼번에 많은 양을 싣고 나르느라 무게에 밀려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물건들을 높게 쌓느라 사다리에 올라서도 어렵게 올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홈플러스 면목점에서 검품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18년 차 마트노동자 마수경씨도 "대형 트럭으로 들어온 물품들을 지게차를 이용해 내리고 전동 자키(파레트 트럭)로 매장까지 운반하는 일을 하는데 차량 진동이 심해 허리와 어깨 통증이 심하고 물건이 떨어져 다치기도 한다"라면서 "무거운 중량물 작업과 단순 반복 작업으로 어깨, 목, 손목, 발목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마트 노동자들이 많지만 업무연관성을 주장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치료받는 일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노동자 40% "박스 중량 줄여달라", 27%는 "앉아서 일할 권리"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이 29일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마트 여성 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쉴 권리 찾기' 토론회에서 대형마트 노동자 1만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휴게실 확충 등을 촉구하고 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이 29일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마트 여성 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쉴 권리 찾기" 토론회에서 대형마트 노동자 1만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휴게실 확충 등을 촉구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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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비스연맹 마트노조에서 지난해 10월 대형마트 노동자 1만136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중한 육체노동 개선을 위해 입고물품 박스중량을 제한해 소포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39.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앉아서 일할 권리'(27.5%), 적정 높이의 진열대로 교체(14.4%), 계산대를 양방향으로 일할 수 있게 개선(10.0%)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노동자 쉴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의무 휴업 모든 일요일, 모든 마트로 확대(32.6%), 적정인원 충원(25.0%), 휴게시간 보장·확대(21.8%), 충분한 휴게공간 확충(19.9%)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마트작업장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했던 이윤근 소장은 "(마트 노동자 근무 환경이) 10년 전 연구할 때와 하나도 변한 게 없다"라면서 "(마트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 등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고 싸우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10년 전에도 장시간 서서 일하면 하지정맥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무거운 물건을 들면 그 위험성은 더 커진다"라면서 "생산업체에 요구해서 상자 옆에 구멍(손잡이)만 뚫어달라고 해도 중량물 작업 때 10% 정도 힘이 덜 들어간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등받이 없는 의자보다는 차라리 서서 일하는 게 낫다"라면서 "등받이 의자에 좌면 높낮이 조절이 되고 발 받침대도 있어야 하며, 의자에 앉았을 때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 확보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서 계산대 노동자에게 등받이가 없는 불편한 의자를 지급하고 계산대에 발 뻗을 공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왼쪽).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등받이와 발판이 있고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의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오른쪽)
 대형마트에서 계산대 노동자에게 등받이가 없는 불편한 의자를 지급하고 계산대에 발 뻗을 공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왼쪽).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등받이와 발판이 있고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의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오른쪽)
ⓒ 마트산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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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근규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사무관은 "판매직 업무상 질병자가 증가 추세이고 2017년 기준 업무상 질병자의 56% 정도가 근골 질환자"라면서 "포장 박스 문제, 의자 비치 현황 등을 파악해 미비점을 보완하고 의자도 형식적이 아닌 노동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등받이와 발판, 공간을 확보해 의자를 비치하도록 지도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소장은 "10년 전 의자 캠페인을 벌였지만 (마트 노동자들이) 잘 앉지 않는 이유는 고객에게 건방지게 보인다는 '고객우선주의', (불편한) 의자를 지급하고도 가능한 앉지 말라는 (대형마트의) 통제 의식 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변호사나 의사는 고객을 앉아서 맞이하는 게 당연하고 계산원은 앉으면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인식 차이부터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의자를 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인식 개선부터 당부했다.

태그:#마트노동자, #마트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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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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