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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윤소하 원내대표.
▲ 상무위 주재한 이정미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윤소하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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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놀고 있다. 누가 봐도 개점휴업 상태다. 24일 자유한국당의 무산 선언으로 2월 임시국회도 사실상 종료됐다. 2월 임시국회 무산은 지난 2000년 2월 국회법 개정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에 앞서, 1월에도 국회는 놀았다. 그러니 세비를 반납하라는 국민적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야당 사이에서도 딴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국민들의 분노가 이제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상태까지 저는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3월 국회는 열어서 이제는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그런 어떤 경계점까지 와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많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들 봤는데, 빨리 특검법안 상정해달라고 이야기한다. 국민들의 요구를 이렇게 철저하게 외면하는 여당에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맞춰보시라. 이 두 발언이 과연 누구의, 어떤 정치인의 입에서 나왔는지. 목하 개점휴업 중인 국회를 두고 어제와 오늘, 한 명은 국민들의 분노를 전하고 또 한 명은 국민들의 요구를 전하며 본인과 자당의 분노를 어필했다. 이 완전히 다른 분노의 주체야말로 20대 국회가 일하지 않고 놀고 있는 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답은 어렵지 않다. 전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후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다. 이 대표는 25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한국당을 강하게 성토했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앞선 24일 사실상 국회 무산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그 책임을 여당과 청와대 탓으로 돌렸다.

궁금해진다. 나 원내대표에게 열성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국민들이 누구인지. 국회의원이 세비만 챙기고 국회 등원은 나 몰라라 한 채 놀고 있다는데, 여기에 분노하기보다 "빨리 특검하자"고 안달하는 국민들이 어느 정도인지 말이다. 분노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각자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잇따른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국민의 분노와 나경원의 분노
 

"사실 20대 국회 들어와서 지금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16번을 선언했습니다. 1월 국회는 또 릴레이 단식하신다고 그렇게 됐고, 2월 국회에서는 자당의 전당대회가 사실은 실질적인 이유죠. 전당대회 치르느라고 국회 발목 잡아놓고 또 결국은 온갖 특검, 국정조사, 청문회 이런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이정미 대표의 같은 인터뷰에서 귀에 쏙 들어오는 대목은 바로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16번 선언"이었다. 대번에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떠올랐다. 나 원내대표는 김 전 원내대표와는 다를 줄 알았다.

적어도, 김 전 원내대표는 단식도 모자라 국회 앞에서 지지자에게 얻어맞으면서까지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냈다. 단식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단식까지 하면서 국회 보이콧을 할 게 아니라, 적어도 더 이상 '월급도둑'을 자처하지 말라는 게 핵심 아니겠는가. 하지만 돌아온 것은 '간헐적 단식', '황제 단식'이라 일컬어졌던 '릴레이 단식'이었다. 완벽한 '후퇴' 아닌가.

더군다나, 국회 대표단의 방미 일정이 끝난 지 일주일도 안 돼 사실상 임시국회 무산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선 2월 말로 예정됐던 한국당 전당대회가 끝나야 국회가 돌아갈 것이란 예상이 파다했다. 한국당이 자당 입맛과 상황에 따라 국회와 개혁안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 원내대표의 사실상 무산 선언은 그 예상이 적중한 결과였다. 

헌데, 책임은 왜 여당에 돌리나. 24일 나 원내대표는 "인내심의 한계"란 표현을 쓰며 "정부·여당이 1월 국회를 내내 방탄 국회로 운영하면서 사실상 1월 국회가 무산되었는데, 2월에 들어서도 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라면서 아래와 같이 비판했다(관련 기사 : 나경원 "인내심 한계 넘어 분노"... 2월 임시국회 무산 선언).

"여당이 국회를 어떻게 열 것인지에 대해 해야 할 일을 하기보다는 온통 총선을 위한 정략적·정치적 놀음에만 '올인'하는 것 아닌가."

김태우 특검, 신재민 청문회, 손혜원 국정조사 등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이 내건 '조건'들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여론이 이제 여당을 압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과연 사법개혁, 민생개혁, 선거개혁 등 3대 주요과제를 볼모로 잡고 보이콧을 일삼는 한국당이 여론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이정미 대표 말을 더 들어보자. 한국당이 적극 반대하는 선거제 개혁은 물론 공수처 신설과 사법농단 문제 등 국회가 처리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과연 1, 2월 내내 국회를 공전시킨 한국당이 3월엔 국민들의 분노에 제대로 응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 실제 20대 국회가 1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집권여당 이해찬 대표께도 언제까지 자유한국당이 자기들 요구가 관철되기 전까지는 국회를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고 하는 이런 행태에 그냥 질질 끌려갈 수는 없지 않느냐. 사실 자유한국당도 국회선진화법이라고 하는 도구를 가지고 국회가 지나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건데, 법률상 그럴 때 또 쓸 수 있는 도구가 있습니다.

법률이 지정해준 권리예요. 사법개혁, 민생개혁, 그리고 선거개혁이라고 하는 3대 주요 과제를 하나로 묶어서 패스트트랙을 지정하자. 그렇게 해서 정말 20대 국회 끝나기 전에 이 3대 과제를 해결하고 숙제를 마치고 국회를 종료시켜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국회의원이 솔선수범하시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최근 현안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2.24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최근 현안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2.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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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콧해서 (국회의원이) 일 안 하면 세비를 반납하는 것으로 해야죠."
 

지난 23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의 진행자 김성경은 국회 공전 사태를 두고 이러한 일침을 놨다.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를 두고 "(보이콧을 하면서) 조롱받긴 했지만 단식까지 하지 않았느냐"면서 "설에 떡국 먹고 다닌 거 (SNS에) 다 사진 올리고, 대보름날 윷놀이한 거까지 다 사진으로 올렸다"고 꼬집었다.

이날 <강적들>은 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이 한창이던 지난 설 연휴 김진태 의원이 자신의 SNS에 게시한 사진을 소개했다. 이 사진 속 김 의원은 경북의 한 재래시장을 방문, 시민들과 떡볶이를 먹고 있다. 또 <강적들>은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이 정월 대보름을 맞아 윷놀이 대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방송 다음 날인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국회를 여는데 조건을 내거는 시대는 지났다. 1월 한 달 떡국 먹고 다니면서 간헐적 단식 의정보고하고 1천만 원 세비 받고, 2월 한 달 대보름 윷놀이대회하면서 1천 만 원 세비 받고 막말전당대회 다니면서 연말정산 1천만 원 가까이 환급받고…. 세상에 이런 일이.

한국당은 세비 반납하고 조건 없이 국회에 돌아와 공수처법 공정거래법 공직선거법 3공입법 협력해라. 역사왜곡처벌법 처리해라! 불응하면 패스트트랙, 이제 카운트다운 들어간다."


사실 더 한 예도 있긴 했다. 각각 뇌물 수수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한국당 최경환, 이우현 의원 말이다. 지난 3일 <이데일리>에 따르면, 두 의원은 2월에만 특활비를 제외하고 천만 원에 육박하는 수당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에 따로 구속된 의원의 급여와 수당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무죄를 떠나, 구속수감으로 인해 의정활동이 불가함에도 불구하고 수당이 지급되는 이 얼토당토않은 국회의원의 특권은 국회 특활비 폐지되는 시대에도 여전히 잔존해 있는 것이다.

민 의원의 말마따나 국회가 먼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 일단 국회부터 출석하고 얘기하시라. 그러고 나서 "국민의 분노", "여론에 의한 여당 압박" 운운할 자격도 생기는 것이다. 

태그:#나경원, #이정미,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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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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