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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머니집 추혜성 이사 등 5·18 희생자 유족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5·18 망언' 3인방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제명을 요구하며 상경해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상경 투쟁중인 오월어머니들 오월어머니집 추혜성 이사 등 5·18 희생자 유족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5·18 망언" 3인방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제명을 요구하며 상경해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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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망언을 다 한다. (5.18 희생자를) 무슨 군인이 죽였냐고 하고. 혀를 널름널름 하지 않나. 국회 안으로 들어가면서 요로코롬(혀를 내밀어 보이며)."

"가짜 사진 갖다놓고 돈 받는다고. 사람 같지 않으니 '말 안한다'고 해도 동영상을 찍으면서 그렇게 하는 거라. 차로 (주변을) 삥삥 돌면서 계속 (망언을 하고) 다닌다."

"우리한테 막 물어봐. 일당 얼마씩 받고 하느냐고. 혹시 일당이 많은가 물어보는 거여. 그게 아니라 우리가 당사자들이다, 하면 아무 소리 않고 가버려."


오월어머니집 회원인 추혜성(62)씨는 6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 달여 농성 중 당한 모욕을 이야기하며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조롱의 대상이 된 국회 앞 5.18 피해 사진전을 기획한 당사자도 아니었지만, 국가 폭력에 희생된 사진 속 인물들이 조롱 당하는 모습에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징계 멈춘 사이 반복되는 망언들

추씨는 "우리는 (사진의 인물이) 누구 누구인지 다 안다, 그 사진들을 홀대하는 걸 보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달 19일엔 사진에 눈이 덮여 보이지도 않았다, 맨손으로 장갑도 안 끼고 눈을 닦아냈다, (사진전 주최측에도) 느그들이 이렇게 홀대할 사진이 아닌데 헌신짝 버리대끼 이랬냐고 혼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조롱에) 대응하지 않으니까 저번 주부터는 메롱을 하더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오전 출근길, 점심 시간대, 퇴근길. 잠깐의 휴식을 제외하고 종일 국회 앞을 지킨다고 했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 1월에도 국회 정문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한국당의 5.18 망언 의원 규탄 시위를 펼친 이들이었다. 

지난 4일에는 조롱에 참다못한 한 회원이 맞서다가 혼절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그는 정신을 차린 뒤에도 다시 국회로 나와 농성을 이어갔다. 추씨 곁 난간에 앉은 이 회원은 고령에 심장 질환을 앓고 있어 미세먼지 마스크도 끼지 못한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쳐진 5·18 희생자 유족들의 천막농성장. 이들은 '5·18 망언' 3인방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제명을 요구하며 상경해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국회 앞에 쳐진 5·18 희생자 유족 천막농성장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쳐진 5·18 희생자 유족들의 천막농성장. 이들은 "5·18 망언" 3인방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제명을 요구하며 상경해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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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씨는 이어 지난 3일 겪은 일을 꺼냈다. 이는 당시 5.18 농성자를 상대로 난동을 부린 보수 성향의 유투버가 자신의 채널로 내보낸 망언 장면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아줌마! 울고불고 쇼하지 말고! 사망자 사진 누구 거냐고. 그 출처가 어디 거냐고. 당신들 5.18 무슨 단체야? 욕부터 하지 말고."

이 유투버는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오월어머니집 회원 등을 향해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생중계를 시작했다. 지난달 6일 국회에서 벌어진 5.18공청회에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의 논리 그대로였다.

경찰의 제지를 받자 해당 유튜버는 자신의 구독자들에게 "국회 주변에 계신 분들이 있으면 (나 대신) 100만 원 돈내기 한 번 해보라, 국회 앞에서 신원확인이 안 된 사진을 갖고 사기를 치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경찰이 불법 주차로 과태료를 제시하자 댓글로 '주차 딱지에 보태라'며 1만 원이 날아들었다.

화면 속 농성자들은 '진상규명 방해 자유한국당 규탄' 등이 적힌 조끼를 입고 멀찍이 서서 유투버의 악담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답답한 5.18 피해자들 "황교안, 어떤 결론이든 내라"
 
오월어머니집 추혜성 이사 등 5·18 희생자 유족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5·18 망언' 3인방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제명을 요구하며 상경해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중인 오월어머니들 오월어머니집 추혜성 이사 등 5·18 희생자 유족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5·18 망언" 3인방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제명을 요구하며 상경해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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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5.18 망언 의원에 대한 징계 처리를 미루는 동안, 극우 인사들의 망언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국당은 전당대회 이후로 결정을 유보한 김진태, 김순례(현 최고위원)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에 여전히 별다른 답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 윤리위가 제명 결정을 내린 이종명 의원에 대한 최종 결론도 미뤄지고 있다. 당장 오는 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하는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한국당의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논의를 모으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씨는 계속되는 망언과 조롱보다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당, 특히 황교안 신임 대표의 태도에 더 큰 분노를 표시했다.

그는 "지금 한국당 하는 실태를 보면 계속 날짱거릴 것(미적댈 것) 같다, 한국당 (김영종) 윤리위원장 사퇴한 거 보면 다 보이지 않나"라면서 "황교안이 대표라고 하는디, 야당이 0.01%라도 국민을 생각한다면 어떤 결론이든 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추씨의 우려대로, 황 신임대표는 윤리위원장 사임부터 추가 징계에 대한 입장 등 5.18 망언 징계에 대한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절차'를 강조하며 "기다려 보라" "이런 것 저런 것 살펴보겠다"는 '뭉개기'식 화법을 반복하고 있다. 황 대표는 같은 날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윤리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반려할 거냐'는 질문에 "수고하라"는 답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한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오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망언 의원 3인방에 대한 징계안과 함께 ▲ 손혜원 무소속 의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 서영교 민주당 의원 재판 청탁 의혹 등에 대한 처리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건 상정 이후에도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징계심사소위원회 절차 또한 남아 있어 결론을 내리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5.18 단체들은 오는 9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시작으로 대국민 촛불집회를 기획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하루 빨리 5.18 혐오 발언에 대한 처벌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계속 그런 식으로 (피해자들을 향한 조롱과 망언이) 계속되지 않겠느냐"면서 "7일 (윤리위 전체회의) 때도 국회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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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5.18,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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