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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청소년 모임'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청소년 모임"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 조례만드는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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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맨 청소년들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달라며 거리에서 또 촛불을 들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청소년 모임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청소년들은 지난 2월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촛불집회를 열어 오고 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촛불을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날 청소년들은 "학교 안의 인권침해를 없애버리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다양한 학교 안 인권침해들을 적은 고리를 쓰레기통 속으로 던지는 '인권침해 분리수거', 학생들이 바라는 학교를 분필로 거리에 자유롭게 적어보는 '분필 낙서'를 진행했다.

발언이 이어졌다. 청소년들은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를 열거하며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이다.

"학생 건강권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우아무개 학생(창원 ㄱ여고 재학)] "저는 몸이 안 좋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속은 썩어 있다. 저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지난 2018년 초 즈음 저는 '만성 우울증'을 진단 받았다. 담임선생님한테서 '다시 돌아와라, 너는 할 수 있다. 힘내라'는 말을 들었다.

제가 병 때문에 조퇴할 때마다, 선생님께 제 트라우마와 함께 모든 일들을 다시 입 밖으로 꺼내야만 했다. 생사부 같은 존재인 생활기록부에 병조퇴 횟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한번도 '병결'이라 찍힌 적은 없었다. 그 이유는, 생기부와 입시지옥에서 병결이란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악착같이 울면서라도 학교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병결이나 병조퇴가 생기부에 존재하면 상위권인 서울의 대학들은 포기해야 한다고 들었다. '자기관리 못하는', '책임감이 없는', '사회성이 걸여된' 학생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학교로부터 건강하길 강요당한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공황장애', '불안장애'를 얻었다.

저는 과열된 입시에 발맞추기 힘들었고, 점점 뒤쳐졌다. 어떻게 이런 지옥같은 입시에서 멀쩡히 살아갈 수 있을까? 저는 자기관리에 실패한 학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다. 점점 더 악화되어가는 제 병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이라곤 차가운 알약 몇 개가 전부다.

학생은 꼭 건강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단지 '환자1'에 지나지 않게 된다. 교사 개개인의 변화, 인식의 변화, 시스템의 변화, 입시의 변화가 필요하다. 저를 더 이상 '환자1'이 아닌, 개성을 가진 인격체로 대해 달라. 단지 성적만으로 학생을 재단하지 말라. 우리에겐 경남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 학생의 건강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경남학생인권조례는 제정되어야 한다."

"언젠가 꼭 이뤄지리라 믿는다"

[이아무개 학생(창원 ㄴ고 재학)] "여러분은 학생 인권 조례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 다들 무언가 흐릿하게 생각나느냐. 그렇다면 다행이다. 경각심을 느끼고 활동을 시작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말씀드리기 조금 부끄럽지만 저희 학생들이 학생 인권 조례를 모르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현재 제가 다니는 학교는 의무적으로 학생 인권 조례 안내문을 반마다 붙여놓고 있다. 처음 붙은 걸 봤을 때 드디어 우리 학교도 학생 인권이라는 것에 관심이 생겼구나 싶었고, 많은 학생들이 함께 동참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학교는 그 무엇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안내문을 붙이면 뭐하느냐. 정작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학생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억압 당해왔다. 교복을 입은 이후 사람으로서 당연하게 얻어야 했던 자유를 빼앗겼으니까. 학생은 왜 교복만을 입어야 하나? 학생은 왜 귀를 뚫으면 안될까? 머리는 어떻고, 왜 영하의 온도에서도 외투를 자유롭게 입지 못 하는 걸까? 학생들은 이것을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 왔다. 심지어 저도 그랬다.

교복은 학생이니까 입는 거야, 머리가 단정해야 하니까 그런 거야. 당연히 초등학교 생활도 그랬다. 선생님께 맞는 일이 있었지만 부당함을 알린 적이 없었다. 심지어 부모님조차 제가 맞았다는 사실을 모르셨다. 학생으로서 선생님의 말을 어겼기 때문에 이런 체벌은 당연한 거야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사람이 너무 익숙해지면 어긋났다는 걸 모르게 되는 것 같다. 잘못됨을 느끼지 못한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학생을 가둬둔 학교가 문제인 거라고 생각한다. 8살부터 19살까지의 12년이 아주 특수적 취급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인생의 '전환점'이라도 되는 걸까? 조금 자유로워지면 뭐 덧나는 시기인 걸까? 학교 속 학생에게는 그저 학업에 증진하며 스무살의 눈부신 삶을 꿈꾸기만 하는 12년이 되어버린 것 같다.

며칠 전 반회의에서 게시판을 정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게시판 한 가운데 붙어있는 학생인권조례 안내문을 떼서 버리자고 하더라.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심지어 붙어 있어봤자 바뀌는 건 없다고 하는 야유까지 들었다. 저희 학교에 붙어있는 학생 인권 조례 안내문의 크기는 한 이 정도 쯤 되는 것 같다. (팔 벌리기) 이 크기의 종이에 요만한 글씨가 적혀 있다. (14포인트도 안 되는 것 같다.)

당연히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핵심이 잘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학교 전체에 배부된 상태니까. 그래서 저는 그 안내문을 알려주는 게 어떨까 싶다. 같은 입장이 된 사람처럼 말이다. 항상 제가 말하는 거지만 두발 자유부터 말을 시작해보는 것이다.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고, 어른들이 숨기는 것은 우리가 연대해서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자. 불꽃은 절대 약하지 않다. 더욱 많은 학생들이 인권 조례를 지지한다면 언젠가 꼭 이뤄지리라 믿는다."

"서로에게 폭력적인 일이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ㅈ교사(초등)] "오늘 경남도교육청에서 '조례 수정안'이 발표됐다는 사실을 들었는데, 내용을 읽어보지 못했다. 근데 (집회에) 와서 듣고 일단 화가 났고, 두 가지가 생각이 났다. 하나는 교사로서 제가 학생에게 사실 확인서를 받은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데 스킨십의 강도가 높다고 판단되어서 학교에서 교육청 보고를 했고 서로 합의하에 한 관계라는 것을 서류로 남겨서 어느 쪽 가족도 성폭력으로 재소할 수 없도록 사실 확인서를 남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텅 빈 교실에 앉아서 그 학생과 제가 마주하고 하얀색 빈 종이에 그 학생은 자신의 굉장히 사적인 성적 실천에 대해 적어야 했고, 저는 그걸 읽으면서 '이건 어디를 터치한 것이고, 이때 네 마음은 어떤 것이었느냐'는 식의 A4용지 4쪽에 달하는 사실확인서를 받아야 했다. 받고 나서 학생을 보내고 교실에서 저 역시 펑펑 울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야단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학생에게 얘기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 상황은 반성문 쓰는 상황이었고, 그 학생이 제게 인사로 '선생님 죄송합니다'라 하고 갔던 것이다. 두 학생 학부모들이 펄펄 뛰고 있었고 성폭력이 아니라는 근거를 남기는 것이 두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 역시 교사로서 경위서를 쓴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한 이후에 저는 교육청으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고, 성적 다양성이 있는 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그것에 대한 사실확인서를 쓴 적이 있었다. 굉장히 분노했었고 화를 내면서 사실확인서를 썼다. 제가 쓴 사실확인서와 제가 학생에게 쓰게 시켰던 사실확인서를 같은 선에 두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까 다른 분 발언을 듣고 나서야 제가 쓴 사실확인서와 그 학생이 썼던 사실확인서가 얼마나 불평등한, 얼마나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강요된 것인지 깨달았다. 저는 사실 징계를 받고 잘못된 수업을 했다고 얘기되는 순간에 상급자에게 억압을 받으며 쓴 경위서였지만, 질문을 받거나 수정을 받거나 더 적으라거나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게 반성문이라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교사가 그것에 대해 계속 얘기하고 강요하면서 교사가 원하는 만큼의 사실을 쓰라고 했을 것이다.

교사인 저도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하고 싶지 않는 일이고, 강요받는 학생에게는 더더욱 인권 침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확인서든 회복적 성찰문이 됐든 그런 거짓말이고 위선적인 행위는 집어치우고 서로에게 폭력적인 일이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경남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으면 좋겠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인권을 절반만 보장할 수는 없다. 인권을 보장하는 문제에서 타협하고 절충한다는 것은 인권 보장을 포기한다는 뜻일 것"이라며 "훼손되지 않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발걸음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청소년 모임'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청소년 모임"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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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청소년 모임'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청소년 모임"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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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청소년 모임'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청소년 모임"인 ’조례만드는청소년‘은 3월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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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남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 #조례만드는청소년, #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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