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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모 화성시장이 3월 2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방문, 헌화하고 있다.
 서철모 화성시장이 3월 2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방문,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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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44년 6월 10일, 프랑스 남중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오라두르-쉬르-글란(Oradour-sur-Glane). 평화로운 휴일의 정적은 한 무리의 나치친위대 병력이 들이닥치면서 산산이 조각났고, 아름다운 마을은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다.

무장친위대 병력은 마을주민을 모아 놓고 남자들은 헛간에, 여자와 아이들은 성당에 가뒀다. 헛간에 갇힌 남자들을 일렬로 세운 무장친위대는 그들을 향해 중기관총을 난사하고, 휘발유를 뿌려 불까지 질렀다. 190여 명의 민간인은 그렇게 무참히 죽어갔다.

여성과 아이들이 갇힌 마을 성당의 상황은 더 참혹했다. 무장친위대는 성당에 불을 질렀고, 성당에서 빠져나오는 주민들을 향해서도 거치된 기관총을 난사했다. 이로 인해 여성 247명, 어린이 205명이 사망했다. 생존자에 따르면, 친위대 병력에 의한 폭파와 방화로 주민 642명이 학살되는 등 마을 하나가 철저히 파괴되는 데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집단 학살은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보호를 받다가 사건 직후의 현장을 목격한 미 공군 소속 레이몬드 머피 중위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머피 중위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마을에 도착했을 당시 아직 한 아기의 시신이 십자가에 못 박혀 있었다고 한다.

집단 학살로 처참히 무너진 오라두르-쉬르-글란과 제암리

오라두르-쉬르-글란에서 참상이 벌어지기 25년 전인 1919년 4월 15일, 대한민국 경기도 화성시(당시 수원군) 향남면 제암리에서도 잔인한 집단 학살이 자행됐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25일 동탄역 SRT 역사에서 열린 ‘프랭크 스코필드 특별전’ 개막식 축사에서 “스코필드 박사의 행적을 따라가며 그가 남긴 거룩한 일생과 독립의 참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25일 동탄역 SRT 역사에서 열린 ‘프랭크 스코필드 특별전’ 개막식 축사에서 “스코필드 박사의 행적을 따라가며 그가 남긴 거룩한 일생과 독립의 참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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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일본육군 보병 11명과 일본인 순사 1명, 제암리에 살다가 나온 조선인 순사보 조희창, 정미소 주인 사사카(佐板) 등 15명이 마을에 들이닥쳤다. 전국적인 3.1 만세운동 이후 여진이 가라앉지 않은 발안 지역의 '치안 유지'가 이들의 명분이었다.

이들은 조선인 순사보 조희창을 내세워 "만세운동을 진압하며 너무 심한 매질을 한 것을 사과하려고 왔다"고 주민을 회유한 뒤, 성인 남자들을 교회에 모이게 했다.

주민들이 전부 모인 것을 확인한 일본군은 교회당을 포위한 채 창문을 통해 안으로 사격을 시작했고, 사격이 끝난 후에는 짚더미와 석유를 끼얹어 교회당에 불을 질렀다. 당시 바람이 거세 교회당 아래의 민가로 불이 번졌고, 불이 붙지 않은 교회 위쪽 민가로는 일본군들이 돌아다니며 다시 불을 질렀다.

이때 22명이 교회 안에서 사망했고, 3명이 교회에서 탈출하던 중 2명은 사망하고, 1명은 산으로 피신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이후 일본군은 인근 고수리로 가서 이미 파악해 놓았던 고수리의 천도교인 6명도 살해했다.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학살이었던 셈이다.

묻힐 뻔했던 제암리 민간인 학살 사건을 전 세계에 알린 사람은 당시 선교사로 국내에 있던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Frank William Schofield)였다. 그는 제암리에서 학살이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시신을 수습하는 한편 학살의 증거들을 사진으로 찍어 '수원에서의 잔학행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 미국에 보내 여론화했다. 이후 "끌 수 없는 불꽃"이라는 책을 저술해 전 세계에 제암리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을 폭로했다.

14일 신텍스에서 '4.15 100주년 국제심포지엄' 개최

화성 제암리, 프랑스 오라두르-쉬르-글란 등과 같이 전쟁과 학살의 아픔을 겪은 세계 도시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오늘 14일 신텍스에서 열린다.

화성시가 주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화성 3.1운동과 제암·고주리 학살 사건 100주년을 맞아 '화성 4.15, 평화와 번영의 시작'을 주제로 열린다. 화성시는 "지역적 목소리에 국한됐던 화성 독립운동사를 전 세계 도시들과 평화와 인권의 관점에서 새롭게 의미를 모색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1일 제100주년 3.1절 중앙기념식 중 전국 동시 제암리 만세 행사 모습
 3월 1일 제100주년 3.1절 중앙기념식 중 전국 동시 제암리 만세 행사 모습
ⓒ 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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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에는 세계평화연대 의장도시인 프랑스 던케르크를 비롯해 오라두르-쉬르-글란, 체코 리디체, 독일 로스토그, 러시아 볼고그라드, 폴란드 그단스크와 중국 위해시, 필리핀 마닐라 총 8개 도시 대표단이 참석한다. 세계평화연대 도시단 대표가 '역사는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다시 역사를 쓴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또한 ▲화성 3.1운동과 4.15의 가치 ▲세대와 지역 간 역사 공유의 가치 등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종합토론에서는 토론자와 연구원, 대학생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화성 독립운동사를 심도 있게 다룰 계획이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그간 제암·고주리 학살 사건이라는 일제의 극악무도한 만행에 가려져 화성 독립운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그 어느 곳보다 치열했던 화성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고 함께 평화를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포지엄 개최 다음 날인 15일 제암리 순국유적지에서는 '제암·고주리 학살 사건 100주년 추모제'가 열리며, 해외대표단도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태그:#서철모화성시장, #제암·고주리학살사건 , #오라두르-쉬르-글란, #화성독립운동, #4.15100주년국제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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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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