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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건 기억하고, 갚은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도깨비 '닷냥이'. 섬진강 도깨비마을에서 만난다.
 빌린 건 기억하고, 갚은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도깨비 "닷냥이". 섬진강 도깨비마을에서 만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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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냥이'가 있다. 옛날 도깨비의 이름이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었던 도깨비가 어느 날 가난한 나무꾼을 만났다. 도깨비는 다짜고짜 '닷 냥만 꿔줘!'라고 했다. 나무꾼은 별다른 생각 없이 빌려줬다.

도깨비는 다음날 나무꾼을 찾아가 전날 빌린 다섯 냥을 갚았다. 그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날마다 찾아가 돈을 갚았다. 돈을 빌린 도깨비가 '닷냥이'라 이름 붙은 이유다. 도깨비는 빌린 건 기억하지만, 갚은 건 기억을 못했다. 덕분에 나무꾼은 부자가 됐다. 
 
도깨비마을 입구를 지키고 서있는 대형 도깨비상. 섬진강변 국도에서 강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다.
 도깨비마을 입구를 지키고 서있는 대형 도깨비상. 섬진강변 국도에서 강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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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주세요". 도깨비마을로 들어가는 숲길에서 각양각색의 도깨비와 함께 만나는 조각작품이다.
 "살려 주세요". 도깨비마을로 들어가는 숲길에서 각양각색의 도깨비와 함께 만나는 조각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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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냥이' 같은 도깨비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도깨비마을이다. 도깨비들이 판을 치는, 이상하면서도 재밌는 세상이다. 섬진강변,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에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까지 들어있는 가정의 달 5월에 가면 더 좋다. 나는 지난 1일에 다녀왔다.

도깨비마을은 섬진강변에서 큰 도깨비상으로 먼저 만난다. 많은 사람들이 강변을 지나면서 도깨비상을 보는데, 별 것 있겠냐는 듯 그냥 지나치는 곳이다. 하지만 가서 보면 놀랄 만한 세상이 펼쳐진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놀 수 있다. 
 
도깨비마을 전시관에서 만난 마천목 장군 초상. 섬진강 도깨비 설화의 주인공이다.
 도깨비마을 전시관에서 만난 마천목 장군 초상. 섬진강 도깨비 설화의 주인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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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설화가 전해지는 곡성 섬진강. 강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침실습지 모습이다.
 도깨비 설화가 전해지는 곡성 섬진강. 강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침실습지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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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마을은 마천목 장군과 섬진강 도깨비에 얽힌 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마천목(1358∼1431) 장군은 조선시대 초기, 제1차 왕자의 난 때 이방원을 도왔다. 2차 왕자의 난 때엔 이방원 측의 선봉에 서서 큰 공을 세웠다. 왕자의 난을 평정했다고, 좌명공신에 올랐다.

마천목이 어렸을 때 얘기다. 마천목은 섬진강에서 고기를 잡아 홀어머니를 봉양했다. 하지만 한동안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는 섬진강에 독살을 쌓아 고기를 잡으려고 했다. 강이 넓고 물살도 거센 탓에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

허탕을 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푸른빛의 돌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냥 주워서 갖고 갔다. 그날 밤 도깨비들이 마천목을 찾아와 '두목을 돌려 달라'며 애원을 했다. 마천목은 주워온 돌이 도깨비의 대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도깨비들이 대장만 돌려주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 했다. 부탁도 워낙 간절했다. 푸른 돌을 돌려주기로 했다.

대신, 마천목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섬진강에 독살을 막아달라고 도깨비들에게 말했다. 도깨비들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독살을 만들었다. 덕분에 마천목은 고기를 쉽게 많이 잡을 수 있었다. 섬진강변에 이 전설을 담은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도깨비마을 촌장 김성범 씨. 세무사이면서 아동문학가, 동요작곡가, 조각가로 살고 있다.
 도깨비마을 촌장 김성범 씨. 세무사이면서 아동문학가, 동요작곡가, 조각가로 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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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마을은 촌장 김성범(57)씨가 만들었다. 김 촌장의 본디 직업이 세무사다. 광주에서 세무회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고향인 섬진강변에서 조용히 살려고 오래 전에 들어갔다가 도깨비 전설을 알게 됐다. 집앞 강변에 뿔 하나 달린 도깨비 조각상 하나를 만들어 세웠다.

이후 비판을 많이 받았다. 일본 도깨비 형상이다, 국적이 불분명하다 등의 이유였다. 대체 우리나라 도깨비는 어떻게 생겼을까? 김 촌장이 도깨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도깨비의 뿔이 두 개는 아니었다. 두 개가 많지만, 통일신라 때 기와에서 하나의 뿔을 단 도깨비 문양도 있었다. 도깨비를 연구하던 김 촌장은 도깨비 조각작품을 하나씩 더 만들어 세웠다.
 
김성범 씨가 처음 세운 섬진강변 도깨비. 오늘의 도깨비마을을 일구도록 한 조각작품이다.
 김성범 씨가 처음 세운 섬진강변 도깨비. 오늘의 도깨비마을을 일구도록 한 조각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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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마을 풍경. 곳곳에 도깨비들이 살고 있다. 뒤에 보이는 건물은 도깨비전시관이다.
 도깨비마을 풍경. 곳곳에 도깨비들이 살고 있다. 뒤에 보이는 건물은 도깨비전시관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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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만들어 세운 도깨비가 1000여 마리를 넘는다. 그것도 귀엽고 깜찍한 것들이 많다. 웃음이 절로 묻어나는 도깨비들이다. 모두 김 촌장이 직접 빚고, 만든 것들이다.

그 사이 김 촌장은 도깨비를 주제로 한 동화를 써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 동화를 쓰면서 아동문학가로 살기 시작했다. 그가 쓴 그림책 '책이 꼼지락 꼼지락'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다.

동요도 100곡 넘게 만들었다. 창작동요 음반을 12집이나 낸 동요작곡가로도 활동하며 지금껏 어린이들의 친구로 살고 있다. 본업은 여전히 세무사다. 
 
도깨비마을에서 만나는 둥둥나무집. 부엉이 형태를 하고 있는 '나름 도서관'이다.
 도깨비마을에서 만나는 둥둥나무집. 부엉이 형태를 하고 있는 "나름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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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마을의 냄비 악기. 누구라도 숟가락을 들고 밑동을 두드리며 연주를 할 수 있다.
 도깨비마을의 냄비 악기. 누구라도 숟가락을 들고 밑동을 두드리며 연주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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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마을에 도깨비만 있는 것도 아니다. 나무 위에 지은, 부엉이 모습을 한 '둥둥나무집'도 있다. 타잔이 살았음직한 그런 나무집이다. 그림책과 동화를 볼 수 있는 숲속 도서관으로 꾸며져 있다. 이름도 '나름 도서관'으로 붙여져 있다. 동요를 들으면서 숲속의 도깨비들도 볼 수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밧줄로 그물망도 쳐놓았다. 어린이들이 여기에 올라가 놀 수 있다. 숲속에 타잔그네, 타잔밧줄도 걸려 있다. 숟가락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적혀있는 냄비의 밑동을 두드리며 음악도 연주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게, 재밌어 하게끔 만들어진 숲속 놀이공간이다.
  
도깨비마을로 가는 숲길. 군데군데 도깨비 조각이 세워져 있다.
 도깨비마을로 가는 숲길. 군데군데 도깨비 조각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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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전시관에서 만난 백제시대 도깨비. 도깨비마을은 각양각색의 도깨비들을 다 만날 수 있는 놀이공간이다.
 도깨비 전시관에서 만난 백제시대 도깨비. 도깨비마을은 각양각색의 도깨비들을 다 만날 수 있는 놀이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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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마을의 면적이 6만여 평에 이른다. 도깨비 숲길과 모험놀이터, 조각공원, 체험학습장으로 이뤄져 있다. 2층 규모의 도깨비 전시관도 있다. 1층은 도깨비 인형극을 보여주고, 동화를 구연하는 공연장이다. 2층은 도깨비마을의 역사와 여러 나라의 다양한 도깨비들이 전시돼 있다. 시대별 도깨비도 만날 수 있다.

섬진강 도깨비 설화의 주인공인 마천목 장군 이야기도 만난다. 우리나라 도깨비 뿔의 시작으로 알려진 치우천왕도 만난다.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군사를 이끌어 73번 싸워 73번 다 이겼다는 전쟁의 신이다. 축구 응원단 붉은악마의 공식 캐릭터로 알려진 치우천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혹부리영감 속 도깨비도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일본 설화에 나오는 요괴 이미지를 그대로 우리 국어책에 옮기면서 우리나라 도깨비로 둔갑했다는 얘기다. 인간과 가깝게 지내며 소원을 들어주는 우리 전통의 도깨비가 요괴로 바뀌었다고 한다. 
 
도깨비마을의 도깨비 조각작품.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도깨비마을의 도깨비 조각작품.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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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마을로 가는 숲길에서 만난 도깨비들.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묻어나게 한다.
 도깨비마을로 가는 숲길에서 만난 도깨비들.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묻어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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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마을 부근에 들러볼 만한 데도 지천이다. 섬진강변에 지금 철쭉과 영산홍이 활짝 피어 있다. 꽃이 만개한 강변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해도 좋다. 증기기관열차나 레일바이크를 타는 것도 재밌다.

섬진강과 철길, 국도와 나란히 지나는 섬진강 둘레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다. 숲길과 철로 레일, 강둑, 강변을 다 걸어볼 수 있는 낭만적인 길이다. 가정마을에서, 하늘을 날아 섬진강을 가로지를 수 있는 짚라인을 탈 수도 있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볼 수 있는 섬진강천문대도 있다.
  
섬진강변에 활짝 피어있는 철쭉. 철길과 국도, 섬진강을 따라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섬진강변에 활짝 피어있는 철쭉. 철길과 국도, 섬진강을 따라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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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깨비마을, #김성범, #닷냥이, #마천목 장군, #도깨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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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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