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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폭 피해자 A씨의 손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모습
 피폭 피해자 A씨의 손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모습
ⓒ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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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아프고 (보라색으로) 색깔이 변해 (회사의) 차장에게 얘기했는데 핀잔만 들었다. 혼자 병원에 가서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피폭 피해자 A씨)

"(회사의) 차장에게 몸이 이상이 있는 거 같다. 손가락에 통증이 있는 거 같다. 손가락 색깔도 같다고 했더니 '야 담배 피워서 그래'라고 했다."(피폭 피해자 B씨)
 

서울 반도체(주)에서 발생한 피폭 사고의 피해자들이 민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안산지부와 안산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 등에 털어놓은 증언이다. 방사능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몸에 이상 증상을 발견 후 호소했으나 해당 업체가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8월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서울반도체 용역업체 직원이 반도체 결함 검사용 방사선 발생 장치(RG)의 안전장치를 임의로 해제하고 작업을 하다가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안산지부와 안산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피폭 사고는 원안위가 사고 발표를 하기 약 한 달 전에 발생했다. 이들이 파악한 사고 경위는 이렇다.

"위험의 외주화가 피폭 사고의 원인"

피해자 A씨는 7월 22일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붓고 딱딱해지면서 보라색으로 변했다. 서울반도체(주)의 용역업체에 입사해 엑스레이 장치로 제품 검사 업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이에 피해자 A씨는 자신의 직장 상사에게 위와 같은 증상을 알렸다.

하지만 피해자 A씨의 직장 상사는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피해자 A씨는 민주노총 안산지부와 안산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에 "직장 상사가 '너는 몇 년 일한 사람도 증상이 없는데 며칠 일한 것 가지고 증상이 있는 게 말이 되냐'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피해자 A씨는 홀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으나 이후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8월 1일, 고통을 견디다 못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증상을 호소했다. 그제야 해당 업체는 피해자 A씨 등 해당 업무를 한 5명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민주노총 안산지부 정현철 부의장은 "피해자 A씨가 피폭된 부분이 아파서 밤에 잠도 못 잔 채 다음날 회사에 출근했고 고통을 호소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라며 "그때서야 회사는 부랴부랴 해당 업무를 한 직원 5명을 데리고 병원을 갔다"라고 설명했다.

손가락 통증을 호소했던 피해자 B씨도 이때서야 병원 진료를 받게 됐다. 하지만 일반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탓에 원인을 찾지 못했고, 병원을 옮겨 다니다가 사흘이 지나서 피폭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안산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 문상흠 노무사는 "이번 사건은 원안위나 서울반도체가 파악한 게 아니라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며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알려진 것"이라며 "사고 접수 과정과 초동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 철저한 사고 조사로 책임을 명백하게 따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원안위와 서울 반도체는 피폭 피해자들이 임의로 안전장치를 해제한 게 사고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피폭 피해자들은 안전장치를 해체해 작업하도록 지시받았으며, 안전 교육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문 노무사는 " 피폭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서울 반도체 정규직 직원과 사내 하도급을 맡은 또 다른 용역업체 직원들도 같은 방식(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작업)으로 작업했다"라며 "최근에 물량이 몰리면서 빠른 작업을 위해 안전장치를 해제한 채 노동자들이 작업했다. 위험한 작업은 하도급 업체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피폭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안산지부와 안산시 비정규직 노동자지원센터는 피폭 사고 피해자가 소속된 용역업체가 노동부에 산업재해 발생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임의로 해제하고 작업'이라는 내용에 서명을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이 서명을 거부하자 '근로자 대표'라고 서명해 노동부에 산업재해 발생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사건 은폐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18일, 경기도 안산시 서울반도체 정문 앞에서 서울반도체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피폭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8일, 경기도 안산시 서울반도체 정문 앞에서 서울반도체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피폭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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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축소하려 든다" vs. "피폭 여부 확대 조사 중"

민주노총 안산지부 정현철 부의장은 "서울 반도체와 용역업체 등 퇴직자를 포함해 피폭 의심이 있는 노동자를 전수 조사하고, 조사 시 노동조합 등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라며 "산업 안전활동 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위험의 외주화와 불법 파견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상흠 노무사는 "피폭되면 치료약이 없다는 병원의 소견에 피폭자가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안다"라면서 "노동자 관점에서 사고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 반도체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18일 경기도 안산시 서울 반도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는 한 피해자의 아버지도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 반도체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직원들을 상대로 피폭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초동 대처와 사건 조사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원안위는 "기존에 알려진 피폭 의심 환자 7명에 이외에 추가 피폭자를 확인하기 위해 확대 조사를 하고 있다"라며 "자세한 사건 조사는 말해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는 피해자의 피폭 증상 호소를 무시하고, 산업재해 발생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해당 용역업체에 여러 차례 연락을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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