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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있는 노복련 산하 지원단 사무실. 하지만 간판과 달리 이 단체 사무실은 보험대리점인 W업체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되어 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노복련 산하 지원단 사무실. 하지만 간판과 달리 이 단체 사무실은 보험대리점인 W업체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되어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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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3시께, 대구 A초등학교의 전체 교직원들은 교직원협의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회의실에 모였다. 그런데 갑자기 보험업체에서 나온 30~40대 직원 2명이 20분간 특정 업체의 종신보험 상품을 집중 홍보했다.

일부 교사가 "벌써 홍보한 시간이 20분 지났다. 나가 달라"고 요구하고서야 보험 판촉전은 끝났다.

때아닌 학교 안 보험 판촉전, 원인은 교육부 공문

22일 이 학교의 한 교사는 "특정 업체 직원의 보험 홍보 때문에 회의가 소집된 사실에 대해 교사들이 어처구니없어 했다"면서 "알아보니 대구시교육청이 학교에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교장이 보험홍보를 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9월 4일 이 지역 유·초·중·고에 일제히 보낸 공문에서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아래 노복련) 산하 노인/청년 일자리창출복지지원단(아래 지원단)이 '비과세 복리저축 캠페인'을 하고 있어 알려 드린다"면서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8일 대구 A초에 온 W업체 직원들이 교직원들에게 나눠 준 보험 상품 홍보지.
 지난 18일 대구 A초에 온 W업체 직원들이 교직원들에게 나눠 준 보험 상품 홍보지.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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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A초에 온 홍보직원들은 노인들이 아니라 사설 보험대리점인 W업체와 계약한 직원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부산과 통영을 비롯한 전국 학교를 돌며 사설 보험 홍보전을 벌였거나 벌일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까닭은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에 올해 4월 3일자로 노복련의 '저축캠페인 및 재테크 정보안내' 활동에 협조토록 공문을 보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전국 유초중고에 특정 업체가 들어와 보험 판촉행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교육부의 교육일자리총괄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노복련 분들이 교육부에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저축 캠페인을 한다'는 공문을 한 차례 보내고, 서너 차례에 걸쳐 자꾸 부탁 전화를 했다"면서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에 동감해 공문 시행을 했는데 특정 보험 상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노인 분들이 직접 캠페인을 한다고 했다. 젊은 보험사 직원들이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 총무과 관계자도 "교육부 공문에 따라 일선 학교에 해당 공문내용을 그대로 이첩한 것인데, 학교에서 항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9월 4일 일선 유초중고에 보낸 문제의 공문.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9월 4일 일선 유초중고에 보낸 문제의 공문.
ⓒ 대구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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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업체와 같은 사무실 쓰는 노복련 지원단

한편, 노복련 산하 지원단은 W업체와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마이뉴스>가 이날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해당 건물 4층을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다.

W업체 관계자는 "업무협조 등이 필요해서 올해부터 우리 사무실 한 쪽을 노복련 지원단 사무실로 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복련 지원단은 공짜로 W업체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아무개 지원단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학교 섭외는 노인들이 맡고, 학교 강사는 젊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솔직히 (교육부) 공문이 없으면 누가 학교 안에 들어와 홍보할 수 있도록 하겠느냐. 보험 홍보를 하는 것은 맞지만 강제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교원들이 보험을 가입하면 일정 비율을 홍보한 분과 섭외한 분이 갖고 가도록 (W업체와) 계약했다"면서 "지원단은 일이 잘 되면 '술이나 한 잔 먹는 정도'이지 따로 W업체에서 일정 비율 돈을 받기로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태그:#황당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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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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