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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봉산 개발반대 캠프 현장   일봉산을 지키려는 일봉지키기시민대책위원회가 상주한 캠프. 지난겨울 고공농성까지 진행하며 대책위는 일봉산 지키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 일봉산 개발반대 캠프 현장  일봉산을 지키려는 일봉지키기시민대책위원회가 상주한 캠프. 지난겨울 고공농성까지 진행하며 대책위는 일봉산 지키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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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봉산, 왜 보존해야 할까

천안시와 천안시민단체의 팽팽한 대립 속에 해를 넘긴 천안시 일봉산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다. 일봉산 지역이 충남도 지정문화재 홍양효 묘가 위치하고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곳이며 천연기념물이 사는 지역으로 알려지면서 생태적 가치는 물론이고 역사·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부닥쳤다.

최근 상황을 요약해보면 지난해 12월 5일 일봉산지키기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일봉산 도시공원 보전을 위해 천안시의 일봉산공원 민간개발 특례사업 시행 저지를 위한 주민투표를 직접 하고자 주민 직접 청구로 '주민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천안시는 12월 12일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 청구인(심학수 일봉산지키기시민대책위원장) 대표자 증명서 불교부 결정을 통보했다. 납득할 수 없던 대책위는 같은 달 24일 이 사안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며 지난 2월 13일 충남도행정심판위원회는 대책위 심판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고 청구 취지를 받아들이는 재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구본영 전 천안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지난해 시장직을 상실하기 일주일여 전 일봉산 개발 관련 사업자를 승인하고 지정 고시했다. 주민과 대책위는 한결같이 일봉산 보존의 중요성을 주장했지만 천안시는 사업자 신속승인은 물론 주민투표도 불허하면서 개발에 힘을 실었다. 대책위 연대단체인 천안역사문화연구회 송길룡 연구실장은 "누가 봐도 천안시가 개발 쪽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으로 보이지 않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천안시와 일봉공원(주)이 지난달 실시한 민간공원특례사업에 대한 설문 조사결과도 신뢰성에 의구심을 사고 있다. 실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문에 응한 시민 84.8%가 일봉산이 일몰제 적용으로 공원지정이 해제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데 천안시는 질문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게 설문하고 민간공원특례사업 찬성 응답이 74%라고 발표한 것이다.

민간공원특례사업 전체 개발지 내 비공원사업지(아파트 개발지) 전국 평균은 18%지만 천안시는 일봉공원을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29.9%를 비공원사업지로 계획하고 있다.

천안시와 개발업자들의 이 같은 개발론적 계산에도 불구하고 일봉산을 보전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송길룡 연구실장은 기존 환경보전문제 말고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중요한 가치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정약용 앞선 영정조 개혁 시대 대표 실학자 '홍양호의 묘' 위치 

 
 조선 영정조 개혁 시대 정약용을 앞선 대표 실학자 홍양호. 홍양호는 관직에 있으면서 실학을 연구한 흔치 않은 학자다.
 조선 영정조 개혁 시대 정약용을 앞선 대표 실학자 홍양호. 홍양호는 관직에 있으면서 실학을 연구한 흔치 않은 학자다.
ⓒ 노준희
 
영·정조 개혁 시기 대표 실학자인 홍양호는 3대가 판서를 지낸 집안의 인물로 현직관료이면서 실학을 연구한 흔치 않은 사람이다. 실학 업적 중 가장 큰 것으로 인정받는 부분이 '목민대방'을 저술한 것.

송길룡 실장은 "목민대방은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의 아버지 뻘이다. 정약용이 목민심서에 목민대방을 참고 인용한 것이 그대로 나타나 있으며 목민심서는 목민대방에 나온 강령에 따라 펼친 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홍양호는 북방지리서의 효시 '북새기략'을 편찬했다. 현지조사를 통해 북방지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백두산을 최초로 언급하는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저서를 썼다.

또 북방지역 지방 수령에 피해당한 서민들 이야기를 시집 '북새잡요'로 남기기도 했고 농민과 천민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단원 김홍도가 당시 천민 일을 한다고 차별받았을 때도 홍양호는 김홍도 작품을 극찬하며 여항예술인(낮은 신분이지만 예술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과 격의 없이 교류했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는 홍양호의 목민대방을 참고해 쓴 책임을 목민심서에 밝히고 있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는 홍양호의 목민대방을 참고해 쓴 책임을 목민심서에 밝히고 있다.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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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양호가 동해와 만주지역까지 아울러 서술한 최초의 북방지리서.
 홍양호가 동해와 만주지역까지 아울러 서술한 최초의 북방지리서.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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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실장은 홍양호의 가장 큰 업적으로 '치수사업'을 들었다. 홍주(홍성) 지방 수령으로 있을 때 방치된 당진 합덕제에 대규모중수사업을 펼쳐 농사에 쓸 물을 공급했는데 지금의 합덕제 모습이 그때 정리된 것이다.

또 홍양호의 후손 홍승헌은 신흥무관학교 설립의 인적 토대가 됐으며 홍경식은 군자금 모금, 일제 요인 암살, 식민통치기관 파괴 등의 활동을 한 독립운동가였다.
홍양호 묘는 이런 역사적 가치가 많은 인물의 묘로 충남도가 지정한 문화재 보호구역이며 반경 300m는 개발허용 불가지역이다.

"천안시는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데 해당 역사인물 홍보가 전혀 없고 홍양호 묘를 찾아가는 이정표가 없어요. 등산로에도 작은 안내 팻말 하나 없어 근처 주민들도 몰랐다는 거예요. 충남과 천안시가 공동으로 소홀한 거지요."

홍씨 문중에 따르면, 묘 훼손을 보수해 달라는 문중의 요청에 천안시는 보수보안작업계획을 수립하고도 최근 돌연 취소해 버렸다.

문화재 보호구역이 아파트예정지와 30~40% 겹쳐있기 때문일까. 아파트개발사업자는 지난해 하반기 두 번이나 문화재보호구역 '현상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충남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두 번 다 부결했다. 사업자 측은 또 현상변경을 신청했으며 오는 28일 심의 예정이다. 이 때문에 홍양호 후손들은 현상변경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등 우려를 나타냈다.

"일봉산에 고층아파트를 지으면 산을 깎기 때문에 절벽이 생겨요. 산이 동강 나는 모양이 되며 이는 묘 주변 경관을 매우 훼손하는 결과죠. 결국, 일봉산을 지키는 것은 문화재를 지키는 일과 같아요."

청동기부터 조선 시대까지 역사 가치 매우 큰 유물 산재 

 
 아산만 유역에서 유일하게 천안시에 구석기 유적과 유물이 출토된 상황. 그러나 일봉산이 개발되면 사라져버릴 귀한 문화자원이다.
 아산만 유역에서 유일하게 천안시에 구석기 유적과 유물이 출토된 상황. 그러나 일봉산이 개발되면 사라져버릴 귀한 문화자원이다.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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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봉산에서는 그동안 여러 시대에 걸친 유물이 발굴됐다. 특히 "구석기 유물이 중요한 의미와 보존가치를 지녔다"고 송 실장은 설명했다.

2003년경 일반주택예정지로 사전발굴 조사할 때 지금의 일봉산 터널 주변에서 구석기 유물임을 알리는 '몸돌' 1점이 나왔는데 당시 총 173점의 구석기 유물이 나와 떠들썩했던 천안 용곡동 유적과 거리상 가까웠다. 천안천이 관통하는 용곡동과 일봉산 구역은 구석기인들에게 최적 거주지였기에 학회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유적지로 주목했던 곳이다. 하지만 그렇게 가치 있는 몸돌은 공주박물관 수장고에 갇혀있고 그 유적지는 지금은 아파트로 채워진 상태다.

송길용 실장은 "한반도에 구석기 유적이 많은 게 아니다. 아산만 유역에서는 두정동 유적과 용곡동 유적 등 천안시에만 구석기 유적이 유일하게 발견되고 있다. 그중 일봉산에서 발견된 세계적인 보물, 아산만 유역 일대 구석기 시대 재조명하게끔 촉구하는 유물을 개발로 뭉갠 거"라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문화의식이 높은 도시면 벌써 학술대회 하고 난리 났을 거다. 선사시대 박물관도 지었다면 이것이 천안을 문화도시로 격상시키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개발보다 훨씬 더 이익이다. 지금 일봉산에서 얼마나 더 선사시대 유물이 나올지 모른다. 개발 전 유물발굴조사를 면밀하게 해서 신뢰성 있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봉산성은 천안이 관광자원으로 등록한 25개 산성 중 하나다. 송 실장은 "일봉산성은 흔적이 많지 않아 문화재 지정은 안 돼 있지만 백제시대와 관계있는 유적이다. 천안과 충남의 백제 관방유적(산성)을 연구할 때 일봉산성은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산성"이라고 설명했다.

"소쩍새 산다" 증언 나온 도시 숲 

 
 천안시 일봉산은 천연기념물인 소쩍새가 산다는 증언으로도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게 송길룡 연구실장의 설명이다.
홍양호 묘가 있는 곳이 천연기념물이 사는 곳으로 확인되면 국가문화재 지정 문제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천안시 일봉산은 천연기념물인 소쩍새가 산다는 증언으로도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게 송길룡 연구실장의 설명이다. 홍양호 묘가 있는 곳이 천연기념물이 사는 곳으로 확인되면 국가문화재 지정 문제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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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룡 실장은 "주민으로부터 일봉산에 법정보호종인 천연기념물 소쩍새가 산다는 증언을 들었다"며 "문화재청에서 정말 소쩍새가 서식하는지 동선 조사할 의무가 있으며 소쩍새가 여름새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봉산에 충남도 문화재로 홍양호 묘만 있는데 소쩍새 서식이 확인되면 문화재 등급이 국가지정문화재 문제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결국 일봉산에는 생태환경은 물론 역사유적지, 문화재 등 중요한 요소가 집중돼있음을 알 수 있어요. 마구잡이 개발로 잃어버릴 수 있는 소중한 문화자원과 도시민에게 필요한 자연환경이 살아있는 곳이죠. '아파트개발 말아라' 차원이 아니에요. 오히려 특별생태역사구역으로 선포해야 해요. 중장기계획을 세워 일봉산 생태문화자원 면밀조사하고 앞으로 천안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일봉산을 천안의 보물로 만들지 고민하고 어떻게 향유할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야 해요. 그래서 일봉산은 그대로 둬야만 하는 것입니다."

<일봉산 바로 알리기 위한 전시회와 영화상영 안내>

◆ 천안일봉산의 실학자 홍양호의 생태역사전시회
대책위는 일봉산을 지키려는 시민들을 지지하고 일봉산이 가진 숨은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시회를 개최한다. 일봉산의 생태역사적 가치는 물론, 특히 정약용을 앞선 홍양호에 대한 업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전시한다. 일봉산을 왜 보존해야 하는지 어째서 천안시민 명예와 결부되어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는 전시다.

기간 : 2월 24일(월)~28일(금)
장소 :쌍용동 북카페 산새 갤러리
문의 : 010-2656-0633

◆ 천안시민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영화상영
또 이와 함께 천안역사문화연구회 강의실에서 기후변화를 문제를 알기 쉽게 도와줄 영화상영을 진행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상영하며 영화 칼럼니스트 송길룡 실장의 친절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참가비 무료.

일시 : 2월 20일 - 투모로우 / 27일 - 불편한 진실 / 3월 5일 - 비포 더 플러드 / 12일 - 불편한 진실2
장소 : 천안시 서북구 봉서8길 8 (봉명청솔아파트 정문 윗길 영화빌딩 2층)
문의 : 010-2656-0633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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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주요소식과, 천안 아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소식 교육 문화 생활 건강 등을 다루는 섹션 주간신문인 <천안아산신문>에서 일하는 노준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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