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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득이하게 OO문고가 4월 O일부로 폐점합니다."

군산의 지역서점 4곳 중 한 서점에서 온 메시지였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문자. 나는 왜 이 문자를 보며 유독 마음이 아팠을까. 군산에서 활동하는 지역작가 배지영씨의 말에 의하면 단행본 매출이 높은 편이었고, 수 십년 단골고객도 많았는데, 서점이 월세로 운영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서점주인이 책을 좋아해서 은퇴하면 시골에 작은 책방이라도 꾸리면서 책이 주는 기쁨을 전해주는 자원봉사를 희망한다고 했다.

'책 읽는 대한민국 만들기'나 '국력은 독서력에 달렸다' 등의 문구들만 보면 우리나라는 지식 총 생산력이 가히 세계 1위일 것 같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독서인구 중 남성은 평균 10권, 여성은 8권을 읽었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읽고 나이 들수록 현저히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청소년들 역시 학교의 과제로 책을 보는 경향이 높다 보니 진실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가진 나라, 대한민국이 어느 순간부터 과학기술의 한 분야인 정보통신능력에서도 세계 최고점을 찍었다. 엄청난 정보들(유해든 무해든)이 '빨리빨리'의 토대 위에서 가감 없이 흘러나온다. 1초의 기다림에도 인색함을 보이며 지식과 정보를 재촉하는 현대인 속에 나도 있다. 간혹 서점에서 나오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말을 들을 것만 같다.

지역서점(동네서점)이란 무엇이며, 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요즘은 서점을 구별하여 대형서점, 온라인 서점, 중고서점 등의 지칭용어도 많다. 그러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서점은 그냥 '서점'이었다. 딱히 서술용어가 필요 없이 책을 보고 살 수 있는 곳이 서점이었다. 그러다 2년 전부터,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프로그램에서 유명작가들의 강연을 듣고 에세이반 특강에 참여하면서 지역서점의 새로운 역할을 보았다.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한국작가회의에서 전국의 작은서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홈페이지에 써 있는 '작가가 있는 우리동네 책 맛집을'이란 표현 그대로 정말 맛있었다. 이 사업은 '작은서점 활성화', '지역의 문학작가와의 매칭', 문학프로그램운영, 문학소비와 수요자확대 및 지역민의 문학 진흥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군산 한길문고에서 진행한 정유정 작가 강연회.
 군산 한길문고에서 진행한 정유정 작가 강연회.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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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거점서점인 한길문고를 중심으로 예스트서점, 우리문고가 이 사업에 참여했다. 나는 유명작가들의 강연과 에세이반 특강의 수강생으로서 혜택을 누렸다. <진이, 지니> 정유정작가, <매일 아침 써봤니?> 김민식 작가, <베를린> 최민식 작가,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작가, <전지적불평등시점> 명로진 작가 등을 만났다. <소년의 레시피> 배지영 작가의 에세이반 수업도 들었다. 평범하지만 책속의 활자를 좋아하는 나같은 아줌마가 어떻게 그 많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으며, 언제 문학이 주는 풍요를 느껴볼 수 있단 말인가.

동네서점은 동네우물과 같다. 구시대적인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서 옛날로 회귀하려는 발상이 아니다. 동네우물은 마을의 중심에서 사용하는 사람 모두의 것이었다. 함께 잘살며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생명의 원천이었다. 모두의 애경사를 들어주고 풀어주며 삶의 지혜를 길어 올렸던 두레박은 바로 생명의 조종타였다.

디지털로 대변되는 현대인의 생명수는 상수도에서 나온다. 그 물은 직선으로 고속이다.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어 개인에게 배달된다. 각 개인은 받을 때까지 그 어떤 이웃의 이야기도 듣지 못한다. 그러니 물의 소중함을 모르며 이기적이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이 그렇다.

지역의 동네서점은 공동우물이다. 맑고 깨끗하게 가꿔야 모두가 건강하게 된다는 것을 안다. 서점의 존재는 그 지역과 지역민의 지혜와 건강의 척도이다. 디지털시대의 시스템을 통해 얼마든지 개별적, 사회적 지적 네크워크를 쌓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혼자 살 수 없음을 안다. 생존은 공동의 가치에서 나옴을 안다.
 
 군산 예스트서점, 박서련 작가 강연회
 군산 예스트서점, 박서련 작가 강연회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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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우물물을 먹는 지역인, 예스트서점의 운영자는 말했다.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참여해 보니 운영자도 시민들도 다 혜택을 입었다. 운영자는 서점이 동네의 문화공간으로서 이미지가 향상되었고, 매출 역시 상승했다."

한 시민도 말했다.

"평소에는 지역서점과 온라인서점을 같이 이용했다. 이 사업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혜택을 받으며 동네서점의 진정한 가치를 배웠다. 또한 '희망도서 대출서비스'를 통해 신간도서를 언제든지 대출받았다."

군산시는 올해도 지역서점을 통한 대출서비스를 시행한다고 했다. 도서관에 가서 신간도서를 대출받으려면 최대 한 달 이상이 걸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서점을 통한 서비스는 최대 3일이면 모든 작가들의 신작을 '뜨거운 김' 후후 불어가며 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이것이 바로 동네우물이 보여주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인구 27만의 중소도시 군산. 고향으로 돌아온 지 17년째. 해가 갈수록 인구가 감소되고, 경제 기반이 흔들려서 경제고용위기지역이 된 지 3년차. 지역민들의 걱정은 군산의 아름다운 월명산 일출과 새만금의 일몰을 즐길 여유를 앗아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행복은 바로 지역민들의 지성과 지혜에서 나오고 그 원천은 지역서점, 바로 '우리동네서점'에 있음을 믿는다.

나는 꿈꾼다. 시민 주머니마다 책을 넣고 다니는 일상을 가진 군산을 꿈꾼다. 독서가 꿈의 양지바른 길임을 아는 시민을 꿈꾼다. 힘들 때 한 숨 돌리며 우물물 마시면서 사람 사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동네서점을 꿈꾼다. 그 깊고 깊은 지혜의 샘터에 언제나 두레박을 던지고 싶다. 느리더라도 묵직이 들려나오는 두레박 속 샘물을 마시고 싶다. 바로 우리 동네서점에서 나도 있고 당신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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