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m 거리두기 실천하는 캐나다인
 2m 거리두기 실천하는 캐나다인
ⓒ 김수진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거나 확산세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자, 나라마다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주별로 사업체들의 재오픈 시점을 고려하기 시작했지만, 5월 3일 기준 확진자가 5만6천 명, 사망자가 3500명을 넘어선데다 확산세도 확연히 꺾인 것은 아니어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의 주지사 스캇 모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경제와 사회활동 재개는 '온오프 스위치'가 아닌 '디머 스위치'(dimer switch, 불빛의 밝기를 조절하는 조광스위치)와 같이 단계별,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에 맞게 5단계로 이루어진 사업체와 공공서비스 분야의 오픈 계획이 발표됐다.

알버타주도 경제활동 재개를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골프장 오픈을 시작으로 5월 4일부터는 비응급수술, 치과진료, 물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의 활동 등이 재개된다. 차후 3단계의 오픈계획이 있으며 1단계에는 옷가게, 서점, 미용실, 박물관, 데이케어센터, 식당 등, 2단계에는 유치원과 학교, 스파숍, 극장 등이, 3단계에는 페스티벌, 콘서트, 스포츠 이벤트, 체육관, 수영장,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이 포함되었다. 단계별 오픈 시기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되는지에 따라 차차 결정될 것이다.

몬트리올 시장 역시 5월 내에 일부 사업체의 오픈이 이루어질 거라고 발표하면서 도 '평범한 일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모든 이들이 '친밀한 사회적 관계'가 없는 세상에 익숙해져야만 할 것이라는 주의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캐나다의 다른 주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여전히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확산세가 정점을 찍었다고 여겨지는 만큼, 추이를 보아가며 경제활동을 서서히 재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백신개발이라는 확실한 해결책에 기대어 앞으로 6개월 혹은 1년을 손 놓고 있기에는 경제악화의 심화를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경제'냐 '안전'이냐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비롯한 각종 예방수칙이 여전히 지속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점차 오픈을 진행해나가는 것이 최선인 셈이다.
   
터널 지나며 얻은 가치들, 잊지 말아야

온갖 봉쇄 및 폐쇄조치들과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 지구 곳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낯선 풍경과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났다. '장보기'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지난달부터는 장을 보러 가도 바로 마트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 '거리두기' 차원에서 마트 내 수용인원을 제한해놓았기 때문에 2미터 간격을 유지한 채 한참을 줄 선 후에야 입장이 가능하다. 마트 안에서도 앞에 카트가 다가오는 것이 보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방향을 바꾼다. 직접 접촉을 막기 위해 모든 계산대 앞에는 아크릴 가림막이 설치되었고, 바이러스를 실어나를 수 있으므로 현금결제는 불가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힘껏 서로를 밀어내는 자석의 같은 극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소소하게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미용실과 체육관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셀프 헤어컷'을 돕는 동영상과 '홈트레이닝' 영상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일반인의 헤어디자이너화, 트레이너화가 이루어질 모양이다.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자 자전거의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보인다.

코로나19는 오랜 문화마저 바꾸어놓고 있다. 사태 초기 대부분의 북미나 유럽인들은 마스크 착용의 효용성에 의문을 표했다. 사태가 한참 진전된 후에도 <왜 아시아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고 미국에서는 기피하는가>(타임지), <왜 어떤 나라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른 나라에서는 쓰지 않는가>(BBC 뉴스)와 같은 기사들을 통해, 마스크 착용의 실효성과 문화적 거부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란 아픈 사람들이 쓰는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에게도 부족한 마스크를 일반인이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일조했다. 그러던 것이 사태가 본격적으로 심각해지고 한국이나 싱가폴 같이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된 아시아 국가들의 방역이 실효를 거두는 모습에 인식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제는 미국 코스트코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정도로 마스크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코로나19 방역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향해가고 있는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측면의 긍정적 변화들에서 일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코로나19 관련 두렵고 불안한 소식들 속에서도 오아시스처럼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기사들이 있다. 가장 반가운 것은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지구 곳곳에서 환경의 회복이 눈에 띈다는 사실이다. 대대적인 봉쇄조치로 대기오염이 감소하면서 인도 북부 주민들은 30년 만에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북부 이탈리아 상공에서는 위성을 통해 이산화질소(NO2) 배출량의 감소가 확인되었다. 또한 사람들의 잦은 해변 출입과 쓰레기로 인해 바다거북이 둥지를 틀지 못했던 인도 해변에서는 최근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산란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러한 일시적 변화들이 '깜짝쇼'에서 끝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의 뒷받침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환경의 변화'를 '제도의 변화'로 이어나가고자 하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뉴욕포스트>와 <BBC>는 전국적인 폐쇄조치가 해제되면 일 인당 약 6만 7천 원의 '자전거 수리비'를 지원하기로 한 프랑스의 계획을 기사화했다. 코로나19 기간 자전거 이용이 늘자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이 줄어들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자전거의 지속적인 사용을 뒷받침하기로 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밀라노 역시 폐쇄조치 해제 후 환경을 오염시키는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을 피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5km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를 건설하고, 보행을 위한 포장도로를 넓히며, 차량의 시내진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차공간을 줄일 예정이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롬바르디아의 수도 밀라노는 이제 차량공해에서 벗어난 삶을 즐길 수 있는 보다 깨끗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시의원 마르코 그라넬리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우리도 경제를 재개하기 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상황에서 밀라노를 재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을 겪으면서 한 나라의 문제가 더는 그 나라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는 인식이 더욱 확실해진 것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이어가야 할 교훈이다. 항공과 교통의 발달, 국제간 활발한 무역, 늘어가는 문화교류, 해외여행자의 증가 등으로 인해 세계 각국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이처럼 절절히 다가온 적이 또 있었던가.

한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다른 나라들도 도미노처럼 함께 위기에 빠져들게 되는 현실을 매일같이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전 지구적으로 도전을 받는 팬데믹은 분명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을 또다시 마주하게 되었을 때, 신속히 전세계적인 공조를 끌어낼 수 있는 제도도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 끝의 빛줄기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요즘, 각고의 노력으로 터널을 지나며 얻은 가치들을 그대로 암흑 속에 두고 나오는 일은 없어야겠다.
첨부파일
20200404_150616.jpg

태그:#코로나19, #팬데믹, #경제 재개, #포스트 코로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