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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까이 오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월 경기도로 이사했다. 직장을 이직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려 이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특별시'에서 '도'로 이사한다고 결정할 때 어른들이 걱정하셨다. 다시는 서울로 들어오지 못할 수 있다고.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멈출 줄 모르고 치솟기 때문에 경기도로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서울 시내 타 지역의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었고, 어차피 서울과 경기도의 접경지역에 거주하면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마음에 며칠 고민 끝에 정했다.
  
이사한 곳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서울처럼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도로의 빼곡한 차량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도로는 한산했고, 인근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있어선지 매연도 없이 공기가 청정했다. 주민들을 위한 녹지가 많아 아이가 뛰어놀기에 적합한 동네이다.
 
벚꽃이 이름다운 창릉천
▲ 평화로운 창릉천 벚꽃이 이름다운 창릉천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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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 땐 아이가 뛰어놀 만한 공원 찾기가 힘들었다. 집 밖을 나가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차량과 오토바이가 항상 아이에게 위협적이었다. 주차장은 차량이 가득해서 내 어릴 적 시절처럼 동네축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공간이 있으면 집을 세워 올리느라 바쁜 답답한 서울. 지금 돌아보니 왜 서울에 그리 오래 살았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순탄치 않은 생활
  
그런데 이사 온 첫날부터 뭔가 순탄치가 않았다. 이사 첫날,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속출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며칠 후 내가 다니던 직장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 2주간 직장에 나가지 못 하는 일까지 생겼다. 덕분에 출근하는 아내를 제외한 나와 아이 그리고 어머니는 집안에 머물러야 했다. 아이도 전학 신청을 해놓고 학교에 가지 못해 답답해했다. 이사하자마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는 틈을 타 동네 구경을 나섰다. 동네 구경이라고 해봤자 반경 1km 이내. 가끔 쇼핑몰을 거닐거나, 인근 공원에서 아이와 축구를 하는 게 전부였다. 이사 후 즐길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었다. 그렇게 지내던 지난 6월 초 어느 날, 칠순을 앞둔 어머니께서 운동 중에 넘어져 허리를 다치셨다. 가뜩이나 허리가 안 좋은데 넘어지셨다니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를 부축해 집에 모셨는데, 통증이 심상치 않았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괴로워하셨다.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거동도 힘들었다.

"응급실을 가자"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가기엔 무리라는 생각에, 생전 처음 119에 요청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방문지역과 증상을 묻고, 약 8분 만에 방호복을 입원 두 대원이 도착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갔다. 급한 대로 진통주사를 맞고 X-ray를 찍었다. 결과는 흉추 골절. 골절까진 생각도 못 했는데, 진단을 듣고 아찔했다. 응급실에선 입원을 권유하진 않았다. 긴급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정도여서 침상에 누워있거나 자주 앉아있으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기에 골절이 생각보다 심하진 않은 것 같아 외래 예약만 잡고 다시 집에 돌아왔다.

다음 날, 어머니는 통증이 점점 심해져 누워있는 것조차 괴로울 정도로 고통을 다시 호소하셨다. 이러다간 외래로 진료를 갈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다가 더 드리고 싶어도 용량이 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식사를 전혀 못 하시기에 영양제 주사를 드리고 싶어도, 혹은 진통 주사를 놓아드리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고통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는 자식의 마음이 타들어 가는 순간이었다.

왕진하는 의원 어디 없나요?
  
휠체어에 의존하는 노인의 삶과 건강
▲ 노인의 삶 휠체어에 의존하는 노인의 삶과 건강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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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왕진시범사업을 한다는 보건복지부 발표내용이 생각났다. 왕진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집에 의료진이 방문하여 진료를 보는 것을 말하는데, 전국 348개 의원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어머니처럼 의원에 방문할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노인과 장애인을 모두 대상자로 포괄한다.   동네에 왕진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을 찾다가, 위치가 7km 이상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곤 마음을 접었다. 쉽지 않은 거리이다. 왕진사업이 활성화되어 동네의 가까운 의원들도 왕진이 가능해지면 좋겠다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은 개인과 의료진간의 원격의료 논의가 핫이슈인데, 복약처방은 모르겠지만 초진 증상을 확인하고 주사를 놓는 의료행위는 분명 원격의료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자

결국 통증을 견디다 못해 다시 119에 요청하여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집에서는 지낼 수 없어 입원까지 작정하고 의료진과 면담했다.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 지켜보는 자식의 마음도 초조했다. 결국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을 하셔서 지금 2주째 되어간다. 코로나로 면회가 불가능해서 찾아뵙질 못하지만, 통증이 많이 줄어 거동도 가능해지셨다고 어머니께 전화로 소식을 들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세 드신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해지는 내 나이 40대. 가족의 건강을 항상 기원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젠 내 건강도 생각해야 할 시기이다. 주위에선 항상 얘기한다. 50대 60대의 건강한 삶을 위해선 지금부터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고. 골절로 고생하고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부터 고혈압이나 당뇨,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며 건강관리에 힘써야 하겠다.

태그:##건강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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