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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박 의장,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11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박 의장,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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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속한 국회 정상화와 추경 처리의 시급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국회의장께 말씀드렸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원활한 원 구성에 있어서 국회의장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의 손에 칼자루가 쥐어졌다. 국회 원구성 협상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각각 박병석 의장을 찾았다. 이들은 모두 '원 구성'에 대한 국회의장의 결단을 촉구했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요구를 하고 있다.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 개회를 앞두고, 여야가 각자의 계산기를 두드리는 가운데 박병석 의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대 0' 현실화? 민주당 "더 이상 기다리는 것 무의미"

민주당은 25일 오후 4시, 원내대표단-상임위원회 간사단 긴급연석회의를 열고 대책을 강구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회의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통합당을 향해 "꼼수와 시간끌기가 아니라 실력과 대안을 기다린다"라며 "합의를 번복하고, 약속을 뒤집는 잘못된 고질병을 재현하고 있다"라고 힐난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앞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발언과 달리, 이날 의원총회에서 상임위원 배정 거부 방침을 밝히자 이를 꼬집은 것.

이어 김 원내대표는 "참을 만큼 참았고 설득했다"라며 "더 이상 야당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선언했다. 앞서 박 의장이 일부 야당 상임위원을 강제 배정한 데 이어 민주당은 총 18개 상임·특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해 6개의 위원장을 선출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에 법사위를 제외한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몫으로 내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통합당은 법사위가 포함되지 않고는 받을 수 없다고 버티며 갈등이 심화됐다. 이날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나머지 12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도 모두 26일 민주당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경고였다.

홍정민 원내대변인 역시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이처럼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서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라며 "민주당 원내대표단-상임위 간사단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규탄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친후 나서고 있다.
▲ 의장실 나서는 주호영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친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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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을 찾아가서 추경 처리와 산적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18개 상임위원장을 내일(26일) 모두 다 선출해달라고 요청드렸다"라며 "지금도 민주당은 7월 3일 추경 처리를 위해서 필요한 절차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와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박 의장과 회동을 마치고 나온 김 원내대표는 "의장님께서도 추경 처리의 시급성에 대해서 인식을 같이하고 계신다"라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그는 "계속해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너무 어렵다"라며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게 국회를 가동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본회의가 열리면, 통합당이 불참해도 정의당·열린민주당 등과 함께 의사일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호영이 국회의장에 요청한 '적극적 역할'?

반면, 통합당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각 상임위가 추경 예비심사를 위한 심사기일을 의장이 지정할 수 없다는 게 주 원내대표의 전략이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상임위원 배정 거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그는 "(민주당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볼 수 있다고 하니 마음대로 하라"라며 민주당에게 국회 공전의 책임을 넘겼다.

이날 오후 주 원내대표 역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았다. 만남을 마친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의장께서 원활한 원구성을 위해서 여야가 더 진지하게 협의하고 노력해달라고 말씀하셨다"라며 "우리는 원활한 원구성에 있어서 의장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적극적 역할'이 무엇인지 기자들로부터 질문이 나왔으나 주 원내대표는 "적극적인 역할이 적극적인 역할이지 뭐" 하고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원구성에 있어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본회의를 순연시킨 바 있다. 지난 15일 본회의에서 6개 상임위원장만 선출한 채 '19일 본회의 개최'를 예고하고는 여야 합의를 당부했다. 예고한 날짜에도 합의는 없었고 박 의장은 본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주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장을 돌려 달라'는 애초의 입장에서 한 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박 의장에게 요청한 '적극적인 역할'은 '본회의를 열지 말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내놓게 설득해 달라'는 내용으로 추측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조정식 정책위의장.
▲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는 김태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조정식 정책위의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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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당에게 가능한 선택지는 ▲ 예결위원장만 원포인트 선출 ▲ 5개 상임위원장만 추가 선출 ▲ 나머지 12개 상임위원장 모두 선출 등이 있다. 그러나 '원포인트' 선출은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기자들에게 "원포인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이 법적인 문제에서 애매하게 가려고 하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라며 "협상을 더하라고 아예 미루거나, 내일(26일) 시원하게 다 뽑아버리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예결위원장만 뽑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의장 입장에서는 저쪽(통합당) 몫의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놔두고 본회의를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건 모양새가 좀 빠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일단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고 3차 추경안을 처리한 뒤, 향후통합당몫의 상임위원장들이 사퇴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26일 오후 2시 본회의 개회를 염두에 두고 오후 1시 30분에 의원총회를 열 것이라고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정작 박병석 국회의장은 26일 본회의 개회 시간은 물론 개회 여부,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날 한민수 국회공보수석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태그:#김태년, #주호영, #박병석,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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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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