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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블라시오(Bill de Blasio) 미국 뉴욕시장이 맨해튼 번화가인 5번가 트럼프타워 앞 거리에 인종차별 반대 슬로건인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아래 BLM)을 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반발하며 이는 "증오의 상징"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일갈했다. 그러면서 "돈을 많이 들여 커다란 노란 글씨로 명품거리를 망치고 있다"라고 뉴욕시 측을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을 나와 라파예트 공원을 지나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인근 세인트 존스 교회로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의 건물 벽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낙서가 적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을 나와 라파예트 공원을 지나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인근 세인트 존스 교회로 걸어가는 모습. 건물 벽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낙서가 적혀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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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이미 여러 차례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BLM 운동 역시 강하게 비판해 왔다. 최근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플로리다에서 'White power(백인우월주의를 뜻하는 말)'를 외치는 인종차별주의자들 비디오를 올리고 BLM 시위대에게 총구를 겨누는 부부 영상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현재 미국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는 코로나19 사태나 러시아의 미군 살해 사주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오히려 인종차별주의와 관련된 인물 동상에 물감을 뿌리는 것을 비난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에 "이는 우리나라(미국) 유산, 역사 위대함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라고 썼다. 그러나 트럼프 반대에도, 'Black Lives Matter' 문구는 트럼프타워 앞 맨해튼 거리에 노란색으로 새겨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트럼프는 국방수권법(Defense Authorization Bill) 개정안에 대해, 의회가 과거 미국 남북전쟁 시절 남군에서 활동한 인물들의 이름을 딴 군부대 명칭 개정을 조건으로 내세우면 여기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개정안은 이미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이 공화당 동의를 얻어 통과시킨 것이다.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엘리자베스 '포카혼타스' 워런의 수정안이 국방수권법에 들어 있다면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 수정안이 브래그 기지, 포트 로버트 리 기지 그리고 양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다른 많은 군 기지의 명칭 변경을 야기한다면 말이다." 

포카혼타스(1596-1617)는 아메리카 원주민이었지만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이후에는 아메리카 대륙에 최초로 담배농장을 세운 백인인 롤프와 혼인해 영국 사교계까지 진출한 인물이다.

워런은 원래 극보수주의자였고 한동안 공화당을 지지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공화당이 금융재벌을 옹호하고 중산층에 적대적이라는 이유로 1995년 공화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선회한 정치가다. 트럼프가 보기에 워런은 자기 출신을 버린 '배신자'로 여겨졌던 것 같다.
 
 미국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지난 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두고 아이오와주 인대애놀라 심슨 칼리지에서 유세하고 있다.
 지난 2월 아이오와주 인대애놀라 심슨 칼리지에서 유세 중인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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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의 불평과 상관없이, 최근 미국 상원은 미국을 휩쓰는 인종차별 반대 분위기에 맞춰 과거 노예제도를 옹호한 남부군의 장군 이름을 군부대 명칭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해 거론되는 브래그 장군은 여러 전투에서 실패해 군사전문가들로부터 무능한 지휘관으로 평가됐던 인물이다. '브래그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였다.
 
그에 비해 리 장군은 남북전쟁 시기에 남군의 지휘관으로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패전 이후에도 노예제도 유지를 주장했으며 흑인 투표권을 결사반대한 인물이다. 펠만의 연구에 따르면, 아래 발언에서 보듯 리 장군의 인종차별적 편견은 명확한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오늘날 남부에 사는 흑인은 투표를 현명하게 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들에게 투표권을 허락하면 선전선동에 놀아날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로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21세기에 인종차별적 편견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미국 상원도 인정한 셈인데, 트럼프만이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 철폐보다 부동산? 트럼프는 왜 주거법안 거론할까
 
트럼프는 나아가, 오바마 정부에서 발효된 공평주거촉진조치(Affirmatively Furthering Fair Housing)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조치는 공평주거권리법(Fair Housing Act) 촉진을 위한 것이었다.

이 공평주거권리법은 1968년 제정된 민권법(Civil Rights Act)의 제8~9조를 하나로 묶어 지칭하는 것으로 부동산의 매매, 임대, 융자에 있어 인종, 종교, 국적,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을 한창 벌이던 1973년에 이 법을 위반해 고발을 당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이 법이 교외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그가 트위터에서 한 말을 다시 인용해 보자.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위대한 미국인들과 그 밖의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나는 공평주거촉진조치를 (재)검토 중에 있다. 이 조치는 한때 잘나가던 교외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백인들끼리 잘 살고 있던 지역에 유색인종들이 몰려들어 부동산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인종차별 철폐보다는 부동산 가격이 더 중요한 사안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주거지는 대체적으로 생활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대부분 교육 혜택이 많은 지역역이다. 그래서 이른바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사람들이 애호한다. 유색인종 가운데 경제적 부를 이룬 사람들이 이런 지역으로 이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많은 백인들은 기득권을 지키고 이른바 동네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 심리를 트럼프가 이용하려는 것이다.
 
2020년 11월 3일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네 달 남겨둔 시점에서 트럼프는 왜 이런 분열적이고 논란을 야기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답은 2016년에 치른 미국의 45대 대선을 회고해보면 나온다. 트럼프는 '아메리카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로 당시 대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군대도 기피하고 공직 생활을 단 한번도 해 본적 없는 후보였다. 그런 그가 공화당 후보 16명을 물리쳤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신보다 여론 조사에서 늘 앞서가고 선거 비용도 6억 달러로 2배나 많이 썼으며, 대선 투표에서도 286만 표를 더 얻어 2.1%p나 앞선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치고 대통령이 됐다(트럼프는 당시 득표수에서 클린턴에 뒤졌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기면서 승자가 됐다- 편집자 주).
 
여러 서방 제국에서도 트럼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특히 독일은 힐러리를 노골적으로 밀기까지 했다.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에서 상식을 뛰어넘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 데에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보수적이며 성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40대 이상인 대학을 나오지 않은, 고소득층에 속하는 백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종으로 볼 때 흑인의 8%, 아시아인 29%, 히스패닉의 29%만이 트럼프를 지지한 반면에 백인은 58%가 지지했다. 백인의 40% 가까이가 힐러리를 선택했으나, 이 정도의 지지만으로도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엔 충분했던 것이다.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여론 분열 부추기는 이유 
  
 지난 6월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시위
 지난 6월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시위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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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기준 미국의 백인은 전체 인구 가운데 73%를 차지한다. 흑인은 12.7%, 아시아인은 5.4%에 불과하다. 미국의 정치 지형에서 볼 때 대선에서 인종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돼왔지만 대부분 후보들은 '정치적 올바름'의 원칙을 준수해 이를 선거 전략에서 드러내놓고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워싱턴 정계의 이방인답게 거칠 것이 없다. 2016년 그를 지지한 이른바 러스트 벨트(제조업이 발달했다가 쇠락한 미국 중·북부 지역)와 남부 지역 백인들의 트럼프 지지는 매우 견고하다.
 
6월 4일의 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트럼프의 지지율은 39%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은 약 85%에 이른다. 6월 초에 NPR/PBS NewsHour/Marist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인종차별에 관한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백인 63%가 비판한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86%, 백인의 46%는 여전히 트럼프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고 있다. 갤럽 조사와 거의 차이가 없다.
 
결국, 트럼프가 좌충우돌해도, 드러내놓고 극우인종주의자들을 옹호해도 지지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바로 콘크리트 지지층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최고의 지지를 받은 것은 49%였고 최저는 35%였다. 그 차이가 14%p로, 미국 32대 대통령인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가장 안정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백인을 중심으로 한 이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을 깨는 별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자신을 지지하는 위대한 미국인 백인들이 꿈꾸는 '다시 위대해진 아메리카'가 어떤 사회인지를 트럼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철저히 계산된 정치적 언행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결코 아무 생각 없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워싱턴의 이단아가 아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치밀한 고도의 정치적 전술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오히려 자기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철저히 다지면서 말이다. 과연 그가 46대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잘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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