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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1일 경북교육청이 일선학교에 보낸 '무실적 학교운동부지도자 처리' 공문
 지난 1월 21일 경북교육청이 일선학교에 보낸 "무실적 학교운동부지도자 처리" 공문
ⓒ 공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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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도교육청이 "무실적 학교운동부지도자(전임코치) 처리"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로 이 공문 직후 이 지역 한 고교가 운동부지도자를 무더기로 해고(계약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북교육청이 지난 1월 21일 지역 초중고에 보낸 공문을 입수해 살펴봤다. 이 공문에서 경북교육청은 "무실적 학교운동부지도자 처리방법(아래 순서에 따라 처리)"이라면서 다음처럼 강조했다.

- 19년, 20년 무실적자로 고지된 학교운동부지도자(전임코치)는 계약 해지
- 무실적 기간이 3년 이내인 학교운동부지도자(전임코치)는 계약 해지
- 단, 학교 사정에 의해 무실적자 채용이 불가(피)할 시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약 가능(계약 해지도 포함)
-무실적 학교운동부지도자에게 해지 대상임을 반드시 공문으로 1개월 전에 안내.


이 공문이 뜻하는 무실적은 '최근 3년간(개인경기는 2년간)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 실적이 없는 것'이었다.

앞서 지난 6일 경북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0학년도 학교체육 기본방향'을 만든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관련기사 "소년체전 입상 못시키면 해고" 경북교육청 '무서운' 지침 http://omn.kr/1o81j)

당시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전임코치 계약 관리지침의 해당 내용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학교에 보낸 공문에는 사실상 '해고 처리'를 강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공문을 받은 경북 C고교는 지난 2월 29일 자로 전국체육대회 입상실적이 없는 운동부지도자 3명을 일제히 해고했고 그 가운데 2명은 '부당해고를 철회해 달라'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들 중 한 명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경북교육청의 부당한 공문 때문에 지도자들은 생계가 걸린 상황에서 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다 보니 지도자들은 어쩔 수 없이 가혹한 훈련을 지시하고 폭력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교육부 지침 어긴 경북-충남 교육청 "해당 내용 수정, 삭제하겠다" 
 
2019년 2월 교육부의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기본계획'
 2019년 2월 교육부의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기본계획"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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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경북교육청의 지침은 2019년 2월 교육부가 만든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기본계획'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 지침에서 "전국대회 입상을 위해 학생선수에게 비교육적인 방법과 과도한 훈련으로 인권침해 사례 등이 유발"된다면서 "입상실적 평가 지양"을 지시한 바 있다.

현재 '전국(소년)체육대회 입상을 못하면 계약 해지' 지침을 갖고 있는 곳은 경북교육청 말고도 충남교육청이 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공문에서 '무조건 해고하라'고 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 교육부 지침에 따라 '입상실적 내용' 부분을 수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도 "지도자에 대한 입상실적 내용은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운동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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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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