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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일 오후 2시 55분]
 
 서울시 자곡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LH강남브리즈힐'과 '래미안강남힐즈'
 서울시 자곡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LH강남브리즈힐"과 "래미안강남힐즈"
ⓒ 네이버 부동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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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주변 시세보다 3억 저렴한 아파트가 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LH강남브리즈힐'은 인근 '래미안강남힐즈'보다 실거래가격이 3억원 이상 싸다. 두 단지의 거리는 불과 100m가량 떨어져 있어 입지 여건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그렇다. 

자곡동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래미안강남힐즈 35평형은 최근 15억에 거래된 반면 같은 평수의 LH강남브리즈힐 35평형은 11억5000만원에 팔렸다. 무려 3억5000만원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단지가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는 토지임대부 주택이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된 아파트다. 땅과 건물 모두를 민간에 판매하는 일반 아파트 분양 방식과 달리 토지임대부는 건물만 판다. 대신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면서, 매달 임대료를 받는다. 

당시(2011~2012년) 서울에서는 '강남 브리즈힐'과 '서초LH5단지'가 시범 단지로 꼽혔다. 실제 분양가는 2억원 초반대(84㎡형 기준)로 당시 주변 지역 시세였던 6억원의 30%에 불과해 '반의반 값 아파트'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토지임대부 보금자리주택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매매 시장에서 인기 매물이다. 강남 아파트 값이 급등했지만, 여전히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돼 서울에 들어오려는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곡동에 있는 해오름 공인중개사무소 권정원 대표는 "나라가 땅을 소유한 채 건물만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하고 있기 때문에 매매가도 주변 부동산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며 "강남에 입성하려는 젊은 세대들이 주로 LH강남브리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직접 가보니] "장점이 많은데 물량이 없어서 못 판다"
 
 서울 강남 세곡동 서초LH5단지 앞
 서울 강남 세곡동 서초LH5단지 앞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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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30일 강남 자곡동에 위치한 강남 브리즈 힐과 세곡동에 위치한 서초LH5단지를 각각 다녀왔다.    

"매물이 없어 호가도 없어요." 

총 358세대가 살고 있는 서울 강남 세곡동 서초LH5단지 앞. 글로벌 공인중개사 채원영 대표는 '서초LH5단지의 호가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서초LH5단지를 가리켜 "장점이 정말 많은 데다가 거래 물량 자체가 적은,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파는 아파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렴한 가격이 서초LH5단지의 최대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채 대표는 "바로 옆에 있는 서초힐스 아파트와 비교하면 거래가가 2억원 가까이 차이 난다"며 "가격이 저렴해 젊은 사람들이 집을 보러 오면 꼭 사라고 권하고 있다"고 했다. 

채 대표에 따르면, 최근 서초LH5단지의 84㎡형대 아파트가 9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서초힐스 아파트의 같은 평형대 실거래가를 찾아본 결과 지난 1월 11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1억3000만원 차이가 난 셈. 

'토지 임차료를 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 않냐'고 묻자 채 대표는 "그래도 서초LH5단지에 사는 게 이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보증금을 최대치인 7300만원까지 걸면(84㎡ 기준) 토지 임차료는 월 20만4000원까지 떨어진다. 보증금을 아예 걸지 않아도 월 50만8000원만 내면 된다"며 "게다가 입주자들에게는 토지를 뺀 세금만 부과돼 취득·등록세뿐 아니라 보유세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취등록세와 보유세도 낮아... 높은 거주자 만족도 

거주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로 서초LH5단지에 입주했던 이한결(가명, 40)씨는 "토지임대부 아파트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토지가 내 재산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청약 자체를 넣지 않았다고 한다"며 "돈 많은 사람들은 그럴 수 있겠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당장 내 집부터 마련하려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이점이 크다"고 했다. 

이씨는 이어 "입주 시점으로부터 5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입주자의 40%만 바뀌고 60%는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다고 들었다"며 "애초에 부동산 투자 수익을 노리고 집을 산 게 아니라 첫 집 마련을 위해 아파트를 산, 실 수요자였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토지 임차료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이씨와 마찬가지로 서초LH5단지 첫 입주자인 김은영(가명, 40)씨는 "돈을 매달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은행 대출을 받아야 집을 살 수 있는 30~40대 입장에서는 은행에 이자를 내는 거나 LH에 임차료를 내는 거나 별반 다를 게 없다"며 "보증금을 걸면 은행에 내는 것보다 매달 내야 하는 금액도 저렴해진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서초LH5단지의 유일한 단점으로 '교통'을 꼽았다. 그는 "서초라고는 해도 사실상 끝자락에 위치해 교통이 불편하다"며 "하지만 도심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친자연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건 장점"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30일 서울시 자곡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LH강남브리즈힐.
 30일 서울시 자곡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LH강남브리즈힐.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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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세대가 모여 있는 또 다른 토지임대부 주택 '강남 브리즈힐'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남 브리즈힐을 찾는 주 고객층은 젊은 세대들이다. 권정원 대표는 "세대 수가 적은 이유도 있지만 확실히 일반적인 아파트보다는 매매가 훨씬 덜 일어난다"면서 "가격이 저렴해 강남 입성을 노리는 30~40대들이 주로 강남 브리즈힐을 매매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이어 "토지 임차료는 보증금 5500만원을 걸었을 때 월 15만7000만원으로 떨어지고 보증금을 걸지 않아도 월 38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가 지워버린 이명박의 유산

이명박 정부의 유산이었던 보금자리 주택은 지난 2012년 강남 보금자리를 마지막으로 신규 공급이 중단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3년 보금자리주택특별법은 공공주택사업법으로 개편되면서 보금자리 주택, 토지임대부 정책은 사실상 폐기 처분됐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LH 등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땅값을 받아야 하는데 건물 값만 받으니 못마땅하고, 수요자 입장에서는 완전히 소유권을 갖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형태였다"며 "결정적으로 국민들이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워낙 강해 (당시에는) 보금자리 주택은 환영받지 못한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 주택이 퇴장한 뒤, 공공 아파트는 토지와 건물을 함께 파는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2015년 이후 분양한 공공아파트 가격은 보금자리 주택 분양가의 최소 2배 이상인 5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5년 9월 SH공사가 분양한 서울 강서구 마곡 8단지의 분양가는 84㎡형이 5억2000만~5억5000만원이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2015년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5억1017만원이었는데 공공이 분양하는 아파트 가격이 이보다 1000만~4000만원 높게 책정된 것이다. 같은해(2015년) 분양한 마곡 10-1단지, 11~12단지(84㎡형 기준) 분양가도 5억원대였다. 

이후 공공 아파트 분양가는 꺾이지 않았다. SH공사가 2016년 분양한 서울 송파구 오금 1단지의 평균 분양가(84㎡형 기준)는 6억원대(5억9189만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오금1단지의 일부 로얄층 분양가는 6억원이 넘었다. 지난해 12월 LH가 분양한 서울 강남구 수서희망타운의 경우 20평형대(55㎡) 분양가가 5억7000만원이었다. 방이 두 칸 뿐인 46㎡형도 분양가가 4억7000만원대였다. 

문제는 공공 분양 아파트 가격마저 실수요층인 중산층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도시근로자월평균 소득 100% 수준(2인, 479만원)을 버는 사람이 강남 수서희망타운 55㎡형에 입주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이 분양가 5억7000만원 중 4억원을 정부의 신혼부부 지원 대출을 받아, 20년간 나눠 갚을 때, 매달 갚아야 하는 돈은 189만3609원(20년 분납, 금리 1.3% 적용)이다. 이들이 버는 소득의 40%가 주거비로 나가는 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RIR, 2019년 기준)은 수도권의 경우 평균 20.0%였다. 그런데 신혼희망타운에 입주하려고 대출을 받는 순간, 주거비(RIR) 비중은 수도권 평균의 두 배가 되는 셈이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 이하인 계층은 주거비 비중이 더 높아져, 사실상 입주를 생각하기 어렵다. 

신혼희망타운 등 공공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아래 경실련) 등이 "공공 아파트 분양가가 민간 아파트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비판해왔지만, 주택 공급 주체인 정부와 LH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로또 아파트 양산을 막기 위해서"라며 분양가 책정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재명, 오세훈, 서철모... 재조명 받는 토지임대부 주택

이에 따라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저렴한 서민 주택 공급을 위해, 토지임대부의 부활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술적으로 봐도 아파트 분양가에서 토지 가격이 빠지기 때문에, '반값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서철모 경기 화성시장 등이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뼈대로 하는 '경기도형 기본주택' 정책 도입을 공식화했다. 

다만 토지임대부 아파트마저 건물에 대한 민간 거래가 허용하면서, 초기 분양가에 비해 8억~9억원 가량 상승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LH강남브리즈힐과 서초 LH5단지의 경우 주변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에 더해, '강남 거주'라는 무형의 가치가 거래가격에 포함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민간 거래 허용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막을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강훈 변호사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건물 값만 받기 때문에, 저렴한 주택 공급과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주택 공급 방식"이라며 "강남에 공급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은 민간 거래를 허용하면서 가격 앙등이 일어났는데, 이런 부분을 보완한다면 서민 주거 안정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토지임대부 주택은 일반 아파트의 절반 가격에 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아울러 공공이 토지를 계속 소유하고 있으면서 공공 자산도 늘어나게 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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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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