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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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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당근'이 지나치게 큽니다. 정부가 완전히 판을 잘못 짰어요."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인터뷰 내내 정부가 내놓은 '공공 재건축' 대책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지난 4일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 사업에 대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는 등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최 소장의 평가는 차가웠다. 정부가 켤코 둬서는 안되는 악수를 선택했다는 게 최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용적률은 공공재인데 정부가 재건축 조합에 용적률 완화라는 인센티브를 주면서 사업을 해달라고 사정하는 꼴이 됐다"라며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면 이명박 정부가 없앴던 재건축 임대 공급 의무비율을 다시 법제화하면 되는데 (그 방법을 놔두고) 지나친 규제 완화를 하는 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특히 용적률 상향을 통한 고밀 재개발이 가져올 도시 균형의 붕괴를 우려했다. 그는 "서울의 교통 문제는 지금도 심각한데 고밀 개발이 되면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하면서 "고밀 재건축은 도시계획적으로 봐도 황당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특히 공공이 토지를 조성해 민간에 파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분양 아파트를 반드시 공공에만 되팔도록 하는 환매조건부 주택,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등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라며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재정을 대거 투입하는 결단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고밀 재건축, 도시계획적으로 봐도 황당" 

- 정부가 지난 4일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 사업에 대해 용적률을 최대 500%, 50층까지 지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공급 대책을 내놨다. 어떻게 보나?

"(한숨을 내쉬면서) 단추를 잘못 끼운 거다. 용적률은 공공재다. 공공재를 당근으로 쓰면서 사업을 해줄 생각 있냐고 정부가 재건축 조합에게 사정하는 꼴이 됐다. 당근이 지나치게 크다. 임대주택이 필요하면 이명박 정부가 없앴던 재건축의 임대 공급 의무비율을 다시 법제화하면 된다. 임대주택도 제대로 짓지 않고, 거주민을 쫓아내는 지금 방식의 재건축·재개발 제도에 대해선 유엔주거권특보도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다. 그런 규칙을 고치지 않고 용적률 상향이라는 지나친 규제 완화를 통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건 판을 완전히 잘못 짠 것이다."

-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들은 마치 용적률 상향은 당연한 거고,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사유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하더라.

"용적률은 공공의 것, 사회 전체의 것이다. 도로와 지하철, 공원과 학교가 있기 때문에 용적률이 올라갈 수 있다. 기반 시설 조성에는 공공의 자원이 투입된다. 재건축 아파트 주인들이 가지고 있는 건 아파트 한 채다. 사유재산의 범위는 그 아파트 한 채에 머물러야 한다. 용적률 상향은 재건축 주인들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용적률을 높이면 도시 기반 시설도 늘어나야 한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부담을 주변 환경이 견디지 못할 거라고 예상되면 승인해 주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용적률을 올려주면 그만큼 재건축 단지가 임대주택 등으로 공적 기여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다. 그 땅의 가치가 상승한 것이 재건축 사업주들이 노력해서 된 건가? 아니다. 공공이 그렇게 만들어준 거다."

- 현재 나온대로 용적률이 500%로 상향되면, 토지 용도에 따른 개발 밀도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도시계획적으로 봐도 황당한 수준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얘기도 그렇다. 용적률 500%는 '점' 단위로 해야지, '면' 단위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고밀 용적률 적용은 건물 한 채씩 지을 때 적용해야지 아파트 단지에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이야기. - 기자주) 당장 종 상향해서 지은 가락시영 단지(헬리오시티)를 봐라. 헬리오시티의 용적률이 283%인데 (건물이) 빽빽하다. 용적률 500%가 적용되면 건물이 옆으로 뚱뚱해지거나, 초고층이 수두룩하게 들어서게 된다.

서울만 고밀개발을 허용하면 국토 균형 발전에도 맞지 않다. 이런 끔찍한 규제 완화를 하면 공공의 몫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많지 않다. 용적률 증가분의 50~70%를 환수한다고 하는데 1000세대 지으면 임대주택은 겨우 125세대다. 재건축 조합들은 기존보다 일반 분양 물량을 더 챙겨갈 수 있다. 지금 재건축 조합들이 이정도 인센티브 갖고 되겠느냐고 하는데, 사실 뒤에서 표정 관리 하는 거다."

- 용적률 상향에 따른 교통 대책도 나오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판단할 수 있지 않나.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오면 당연히 교통량도 증가할 텐데 서울에 도로를 더 넓힐 수 있나? 서울은 어딜 다녀도 교통 정체다. 여기에 고밀 개발을 해서 더 많이 짓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익 안된다는 재건축 조합, 그러면 제발 참여하지 말길"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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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나?

"기존 계획대로면 충분하다. 서울 주택 공급량을 보면 16만호 정도가 부족하다. 앞서 서울시가 기존에 밝힌 공급 물량이 16만5000호다. 3기 신도시도 30만호가 추가 된다. 공급량이 100%가 되는 것인데, 공급이 과도하게 필요한가. 정부가 패닉 상태에 있는 것 같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는데 이번 대책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면서 이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 재건축 업계에선 90% 투자이익 환수한다고 안하는 게 낫다고 아우성치더라.

"그렇다면 재건축 조합들이 제발 (공공 재건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합들이 참여하지 않아서 공공 재건축 사업 자체가 유야무야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부가 한 달 안에 공공 재건축이 추진될 구체적인 예정지를 발표할거라고 하지 않나. 발표 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전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 공공재건축 5만호 공급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집값 잡힐 거 같나?

"공공이 참여한다고 하면 정비사업 속도가 높아진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것 자체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왜 이렇게 주택가격이 상승했나. 재건축을 통해 비싼 집이 공급됐기 때문이다. 반포와 개포 재건축 조합들이 다 비싼 가격에 아파트 공급하지 않았나. 그게 기대감으로 작용해서 집값이 오른 거다."

- 그래도 분양가상한제 적용받는 지역도 있지 않겠나. 정부 측은 분양가상한제로 가격 통제가 가능할거라고 할 거다.

"공공 재건축 관련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공공의 땅을 민간에 파는 지금의 분양 방식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보금자리주택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공급된 보금자리 주택은 2억원대 수준에 분양했지만, 민간 거래를 허용하면서 가격이 앙등했다. - 기자 주)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지분형 분양주택도 마찬가지다. 결국 20년 뒤에는 민간에 넘기는 것 아닌가. 그렇게 민간에 넘어간 주택, 땅들이 투기 자산으로 돌고 있다. 공공이 분양하는 주택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넘어가는 구조로는 가격 앙등을 막을 수 없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개발이익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 공공 분양 아파트의 경우 분양자가 주택을 팔 때 공공에만 되팔 수 있는 환매조건부나, 토지가 아닌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적극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LH 등 공기업도 땅장사를 멈춰야 한다.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서 지금도 민간에 땅을 팔고 있다. 비싸게 판다.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재정을 대거 투입하는 등 결단이 필요하다."

"비싼 재건축 아파트 공급할 때 아니다"

- 지금 집값 상승의 원인을 두고 공급 부족론이 마치 대세처럼 가고 있다. 주택 입주물량, 인허가물량 등 모든 통계를 다 살펴봐도 집값과 공급량의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조차 그런 진단을 내놓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이 대거 공급되기 시작했다. 공급부족론은 객관적인 사실조차 무시하는 행태다. 주택 가격은 수요·공급과 상관없이 안정될 수 있다. 투기 수요를 줄이면 된다. 서울은 투기 수요가 굉장히 많다. 주택 보급률이 95%지만, 자가점유율(자가에 실거주하는 사람들 비율)은 40% 정도다. 서울 아파트는 투기상품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 재건축이 진행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만약 공공재건축 대상지가 발표되면 그 기대감으로 또 한 번 부동산 시장은 들썩일 수 있다. 공공재건축은 전면 재고되는 게 맞다."

- 바람대로 공공재건축 사업이 유야무아된다면, 정부는 주거 안정을 위해 무얼 해야 하나?

"정부가 할 일은 재건축 규제 풀어서 비싼 아파트를 공급하는 게 아니다. 가난한 사람도 살 수 있는 저렴한 양질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고시원·반지하 등 비적정 주거에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지하에 사는 가구가 23만 가구, 고시원 15만 가구, 단칸방에 사는 아동이 23만 가구다. 서울에서만 50만이 넘는 가구가 극단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산다. 이 문제는 결국 공공임대 공급으로 풀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건 비싼 아파트가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이다. 공급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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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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