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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중구 창덕여중에서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인 '그린 스마트스쿨' 추진 관련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중구 창덕여중에서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인 "그린 스마트스쿨" 추진 관련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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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3차 추경의 일환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해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에 대한 단순 대응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 과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고 한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긴급재정지출이 코로나19에 대한 단기적인 응급요법이라면 한국경제의 구조변환 요구에의 대응은 한국판 뉴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분리되어 접근되어서는 안 되고 서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목표를 우리 사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꾸고, 탄소 의존 경제를 저탄소 경제로 바꾸며, 불평등 사회를 포용 사회로 바꾼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사회안전망 구축을 정책화했다. 한국판 뉴딜은 한국 사회가 가진 쟁점을 요약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두 가지 쟁점이 있다고 보인다. 

한국형 뉴딜, 지나치게 협소한 정책

첫째, 뉴딜이 한국 사회의 구조 변화를 지향하는 큰 개념적 아이디어라고 한다면, 이에 걸맞은 전략이 유기적으로 짜여야 한다는 점이다. 선도형 경제, 그린뉴딜, 포용적 성장이라는 지향을 구현하기에는 지나치게 협소한 정책들이 제시되었다는 느낌이다. 이번의 위기가 코로나19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화(침체)에 맞물려 있다는 점이 고려된다면 목표를 달성할 추진 전략 역시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한국 사회를 진정한 의미의 선도적 사회, 그린 사회, 포용 사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경제의 혁신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혁신 즉, 복지와 교육의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을 분리하는 경제 정책 우선주의가 지배하는 현실이 혁파되어야 한다.

첫째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추경 재정의 동원과 집행의 전달과정에 대해 (소위 '코로나 19의 거시경제학') 먼저 살펴보아야 하며 둘째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보다 못지않게 중요한 휴먼 뉴딜(소위 '코로나19의 정치경제학')에 대해서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신자유주의 실패 이후 제기된 큰 정부의 필요성을 확실하게 가시화시켰다. 그런데 현재의 큰 정부는 케인지안적 큰 정부가 아니라, 비정통적 재정,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큰 정부다. 

2000년 일본 정부(일본은행)는 20년간의 장기침체에 대응하여 양적 완화(QE)를 시행하여 대규모의 국채 매입을 강행하고 재정 당국은 확장적 적자 재정을 추진했다. 

2008년 미국 정부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에 대응해서 대규모의 부실 채권 매입 정책을 신속히 추진했다. 이를 위해 재무부가 대량의 국채 및 달러도 발행했다. 

통상 확장적 통화, 재정정책으로 부채 문제가 악화되고(구축 효과), 인플레이션이 발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정책 효과가 미진하다고 할 정도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작았다.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해서는 두 가지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정부가 책임진 금융위기 대책이 결국 사회의 비용으로 금융자산 보유자를 구제하여 소득 불평등이 악화되었다는 점과, 대규모의 통화 증발이 이자율 하락과 소비 및 투자 촉진,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부작용으로 부동산과 같은 자산 인플레이션만 낳았다는 점이다.

결국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실물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직접적 소비 촉진을 자극하는 진보적 양적 완화에 관한 요구(영국 노동당의 민중적 양적 완화, 미국 민주당의 직업 보장과 결합한 확대재정정책)로 이어졌다. 놀랍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이러한 이론적 논란의 상당 부분을 불식시키면서 정부의 직접 지출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경험했다.

우리나라도 도입했던 재난지원금이 그러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전통적 전달경로(복지정책, 산업정책)를 통하지 않고 부를 정부 부문에서 민간(개인 소비자)에게로 직접 이전하여 소비를 통해 경기침체를 탈출하고자 했던 것이다.

12조를 동원한 재난지원금의 효과 분석은 앞으로 이루어지겠지만 현재 경험하고 체감하는 정치, 경제적 효과는 부작용보다는 순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몇 차례 더 추진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문제는 재원인데, 필자는 재원을 부동산에 몰려 있는 부동자금을 흡수하는 정책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생산적 투자로 전환되지 않고 자산가에게 몰려 있는 부동자금을 직접적 소비로 전환해 투자를 촉진하는 소득 주도형 성장모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거시경제학의 범위를 넘어서는 정치경제학의 쟁점이라 할 만하다. 사회정책의 주요 구성 요소는 복지정책과 교육정책인데 사회정책을 비용, 경제정책을 편익으로 보는 시각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률의 저하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결국 노동력의 투입, 자본의 투입에 의존하는 양적 성장은 한계에 왔으며 생산성을 향상하는 질적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으로 집약된다. 이른바 총요소생산성의 문제다.

총요소생산성은 경제성장률에서 인적 물적 자원 성장률을 뺀 나머지 잔차(residual)이므로 사실상 제도적 요인- 일종의 블랙박스-을 말하는 것이다. 정치, 사회의 모든 요인이 작용해서 총요소생산성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혁신성장이란 이 차원을 말하는 것일 거다. 하지만 혁신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도 명확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협약 

여기에 휴먼 뉴딜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이때 제기된 혁신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경제정책의 독점물이 아니라 복지 및 교육 정책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복지정책에서는 기본소득과 같이 노동과 연계하지 않는 혁신적 복지정책이 제안되었고, 교육정책에서는 우리나라 대학 체제 개편과 같은 고등교육 시스템의 혁신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여 정책으로 구체화할 시점이 온 것 같다.

뉴딜(New Deal)은 사회적 협약(social accord)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자본과 노동의 사회적 협약, 부자와 빈자의 사회적 협약,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적 협약,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사회적 협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한국판 뉴딜의 진정한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 아닐까?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새로운 사회적 협약(New Deal)을 이룬다면 단순한 경제 위기 극복뿐 아니라 새로운 인간 문명의 전환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낳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전통적 접근법을 탈피하는 창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안현효 시민기자는 안현효 대구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입니다. 위 기고는 코로나19 사회경제 위기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코로나19시민대책위)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시민대책위는 전세계적 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모인 약 35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 기구입니다. 코로나19시민대책위의 활동 자료는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 covid19socio.tistory.com


태그:#한국판 뉴딜, #휴먼 뉴딜, #재난지원금, #사회적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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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학교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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