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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진 목사가 안서교회 입구에 붙인 '안내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진정한 기독교인' '참된 신앙'등의 댓글이 달렸다.
 고태진 목사가 안서교회 입구에 붙인 "안내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진정한 기독교인" "참된 신앙"등의 댓글이 달렸다.
ⓒ 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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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2일 오후 1시 ]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충남 천안 안서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의 고태진 담임목사는 지난 8월 21일 충청남도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받자마자 교회 입구에 '비대면 예배'를 알리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날 이후 안서교회의 예배들은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방역당국이 교회의 대면 예배를 금지했음에도 일부 교회들이 '종교 탄압'이라며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 목사가 쓴 안내문은 온라인 상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교회가 코로나19의 주요 전파경로가 되는 상황 속에서 '진정한 신앙'이 무엇인지 일깨워줬다며 공감을 표하는 누리꾼들이 많았다.

1989년도에 안서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목회를 이어가고 있는 고 목사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보통의 목사님들이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화제가 되어서) 부끄럽다. 이웃 속에 하나님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겠냐"라며 안전을 위해서 비대면 예배 실시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면 예배만 옳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님을 예배당에 가두는 것"이라며 "일부 교회들이 하나님에 대한 '병든 짝사랑'을 해서 정작 성경의 가르침인 '이웃사랑'은 외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대면 예배 왜 고집하나? 이웃 사랑이 우선"

- 교회 입구에 안내문을 따로 붙인 이유가 있나요?
"지난 2월 달에 처음 비대면 예배로 전환할 때도 안내문을 써서 붙인 적이 있어요. 우종학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과)가 지난 2월에 SNS에 쓴 글을 인용해서, 보통 목사님들이 갖고 있는 마음과 생각을 밝힌 것입니다. 안내문 중간의 두 줄은 '십자가'를 표현한 겁니다(웃음)."

-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집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대면 예배만 예배고, 비대면 예배는 예배가 아니다? 양극화된 관념이에요. 동전의 앞면만 돈이라고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양면이 될 수 없어요. 하나입니다. 이웃 속에 하나님 사랑이 있고, 하나님 사랑 안에 이웃이 있는 것입니다.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비디오 위성 생중계'처럼 기존에도 비대면 예배가 있었잖아요. 대면 예배만 옳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을 예배당에 가두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교회에 대한, 예배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성경의 가르침을 부정하는 것 아닌가요? 성경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했는데 왜 진리를 가둬놓고 복음을 '매여 있는' 상태로 만듭니까?

지금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있어요. 그 점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웃이 아파하고 신음하는데, 팬데믹이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왜 이렇게 성급하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목사들이 일단 아파하는 자들과 함께 아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할 시기 아닌가요?" 

- 목사님이 계신 교회에서는 '비대면 예배'에 대한 반발이 없었나요?
"저희는 행정명령이 완화되어서 대면 예배가 가능하게 됐을 때도 전부 다 마스크 끼고, 자리 다 떨어트리고, 방역 수칙 지키면서 예배를 드렸어요. 저희가 교인이 150명 정도 되는 교회인데 집이 가까운 분들만 오게 하고, 멀리 있는 분들은 인터넷 예배를 하라고 권장하기도 했고요.

물론 대면 예배가 좋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설득하고 있어요. 교회가 지금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것은커녕 염려와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는 작은 몸짓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 아무래도 '비대면 예배'가 이어지면 교회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려워요. 작은 교회들은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기독교의 목적이 '현상유지'가 아니잖아요. 흩어지면 흩어지고, 깨어지면 깨어지고... 죽음 없이 부활이 없잖아요. 어렵더라도 감내하고 (사회의 고통을 짊어지는) 십자가로 뛰어가야죠. 다들 어려운데 자기들만 살겠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교회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교회가 어떻게 변화해나가야 할까요?
"대부분은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부 교회가 '십자가 없는 성공'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남을 혐오하고, 등쳐먹고, 자기만 옳은 줄 알고... 교회는 '사랑'인데, 고집을 부리면서 하나님께 '병든 짝사랑'만 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새 술은 새 부대에 어떻게 담을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그:#고태진,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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