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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마신지원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국방경비법 위반 재심사건에 대한 재판에 나온 유가족들이 법정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9월 11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마신지원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국방경비법 위반 재심사건에 대한 재판에 나온 유가족들이 법정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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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고, 재항고 사건을 거쳐 오랫동안 걸렸다. 최근 재심이 확정됐다. 오래 걸려서 죄송하다."

11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법정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 피해자 재심사건 재판에서 재판장이 먼저 한 말이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재1형사부(재판장 류기인‧황정언‧정수미 판사)가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유족인 황아무개, 이아무개, 김아무개, 강아무개씨의 재심사건에 대한 첫 재판을 연 것이다. 유족들이 재심신청한 지 7년 만이다. 너무 늦게 재심하게 된 것을 재판장이 사과한 것이다.

재심사건의 경우 신청을 하게 되면 재심재판을 열 것인지부터 판단한다. 학살 피해자들은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들이다. 그동안 검찰이 재심재판이 동의하지 않아 항고(고등법원), 재항고(대법원)의 절차를 거쳐 재심이 결정됐다. 지난 8월 황씨를 포함한 4명에 대해 대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황아무개 할머니는 요양원에 있어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못했고, 변호사가 그러한 사유를 담은 서류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올해 아흔 한 살인 이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왔고, 강할아버지, 김할아버지는 가족의 도움으로 함께했다.
  
판사 "관련 자료 제출해 달라"... 검사 "더 찾아보겠다"

학살 피해자들에게 적용됐던 법률은 국방경비법 위반이다. 이 법은 1948년 제정되었다가 1962년 폐지됐다.

재판에서 류기인 재판장은 먼저 재심청구인의 참석 여부를 확인했고, 검사에게 공소사실을 말해 달라고 했다.

검사는 "피고인들은 남로당 규합을 하면서 괴뢰군에 협력한 혐의"라고 했다. 판사가 관련 증거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검사는 "국방부에 당시 사실 자료를 요청해 놓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피해자 변호인인 이명춘 변호사는 "자료가 없다. 국가기록원과 계룡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도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류 재판장은 "기존 다른 사건과 관련해서도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느냐"고 했고, 검사는 "다시 자료 확인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류 재판장은 "증거 조사에서 유의미한 자료가 나오면 제출해 달라. 그렇지 않다면 한 번 더 속행하고 종결하려고 한다. 다음 기일에는 제출된 자료를 종합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남편이 떠날 때 살았던 그 동네, 그 집에 아직도 살아"

유가족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노치수 창원유족회 회장과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 등이 함께하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이할머니는 남편에 대해 묻자 "오래 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겠다"고 말했다. 함께 온 두 딸은 "정신이 오락가락 하신다. 오늘도 겨우 모시고 왔다"고 했다.

아버지가 학살될 당시 큰딸은 3살이었고 작은 딸은 어머니 배 속에 있었다. 이 할머니는 남편이 떠날 때 살았던, 창원마산 진전면 곡안리 그 집에 살고 있다.

두 딸은 "어머니는 평소에 말씀을 잘 안 하신다. 이전에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집을 몰라 못오시나 동네를 몰라 못오시나. 평생 그 집에 살고 있는데. 갔다 와서 소 몰고 오겠다고 하더니 아직도 안 오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요양원에 있는 황할머니의 사촌 시동생은 "할머니께서는 지금 옛 일을 기억하지 못하신다"고 했다.

다음 공판은 10월 23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창원유족회 노치수 회장을 비롯한 6명은 올해 2월 14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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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법원,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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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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