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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고 택배가 왔다. 전복이었다. 저녁에 뭘 먹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전복을 먹기로 했다. 근데 전복을 밖에서 사 먹은 적은 있어도 집에서 직접 손질해서 먹은 기억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중에 남편이 과감하게 전복을 꺼낸다. 어쩔 수 없이 우리의 해결사, 인터넷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생애 처음으로 전복을 손질했다. 살아 꿈틀거리는 전복을 택배 상자에 들어 있는 솔로 박박 문질렀다. 억센 솔이 전복을 문지르는 느낌이 마치 내 살을 거친 솔로 문지르는 듯해서 잠시 당황스럽고 불편했다. 무릅쓰고 벅벅 문질러 깨끗이 닦아진 전복에 수저를 꽂아 넣어 껍데기와 살을 분리했다. 드문드문 내장이 터졌다. 첫 경험치고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껍데기를 떼어 내니 크던 전복도 작아 보였다. 분리된 것에서 다시 내장을 떼어내고, 내장에서 버려야 한다는 부분을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잘라냈다. 전복의 이빨까지 빼서 떼어내니 손질이 마무리됐고 당장 먹을 것과 나중에 먹을 것을 따로 담았다. 따로 떼어 낸 내장은 냉동고로 직행했다. 도마와 칼을 닦는데 세제로 여러 번 닦아도 비린내가 쉬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무사히 손질을 다 끝냈으니 잘 먹기만 하면 되는, 반가운 선물이 된 것 같았다. 요리 초보도 할 수 있는 쉽고 간편한 요리, 버터를 듬뿍 두른 팬에 칼집을 낸 전복을 넣고 버섯 등 야채를 넣어 볶았다. 요리랄 것도 없는, 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넣은 버터구이 전복이 완성되었다.

추석이 되어가니 선물의 드나듦이 많은 집은 아니어도 몇 개의 선물 박스가 배달된다. 우리도 꼭 잊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표시를 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주고받는 것이 나쁜 관행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하는 선물 정도는 살아가면서 나누는 정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마음의 표시를 선물로 할 수는 있지만 마음의 크기가 선물의 크기는 아니다.
 마음의 표시를 선물로 할 수는 있지만 마음의 크기가 선물의 크기는 아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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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명절 선물이 정은 아니었다. 부담스럽기도 했던 선물이 정이 되기까지 거친 단계가 많다. 가까운 친인척이나 거래처에 모두 선물을 돌리려면 마음은 물론 금전적 부담이 컸다. 때론 별로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선물이 왔고 그냥 있을 수 없어 보내게 되니, 의미 없이 주고받는 상황이 이어졌고 규모가 커졌다. 남들이 그렇게 하니 따라갔던 것이다. 

뭘 그렇게 까지 큰 것을 했나 싶게 보내오는 경우도 있었다. 받는 것이 부담이 되고 비슷하게 줘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일로 만난 사람들이 주소를 물어올 때 따로 선물 보낼 것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고, 그도 안 통하면 정색하며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해서 집에 도착한 선물은 일부러 돌려주게 되면서부터 우리도 해야 하는 것을 줄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관행처럼 해오던 것을 단칼에 끊는다는 것은 오해를 부르기도 했다.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지를 물어왔고 그런 것 없다고 해도 믿지를 않았다. 힘든데 마음 불편하게 서로 주고받지 말자고 했지만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는 일의 규모가 크지 않은 사람도 상황이 이러했으니, 제법 규모 있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선물하는 범위를 어느 날 갑자기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힘든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나눔은 진짜 정이 되었다.

오가는 품목을 통해서도 시대의 변화를 얘기한다. 주로 과일이나 육류가 배달되어 왔는데 아주 드물게 생선이 오기도 했다. 생선이 오는 경우는 난감했다. 우리가 평소 한 번에 소화하는 크기와 양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 보관이나 손질이 엄두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추석에는 대형 민어가 통째로 와서 손질과 보관은 물론 먹는 것도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때론 새우가 오기도 한다. 새우는 그 자체로도 찜을 하거나 구이를 해서 먹을 수 있지만 집안에 퍼지는 냄새로 뒤처리가 늘 고민이다. 

양이 많을 때는 한번 냉장고에 들어가면 언제 꺼내 먹을지 기약할 수 없기도 하다. 손질을 먼저 해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상태를 갖추려고 하지만, 명절 임박해서 바쁠 때 선물이 오면 냉장고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을 기약하며 어떻게 먹을지 고민만 하다 야무지게 먹어 치우지 못한 기억도 적지 않다.

우리가 준비한 선물도 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바닷가 근처에 갔을 때 물 좋은 생선을 만나면 그것을 선택하고, 특별한 상품의 산지에서는 특산품을 선물한다. 집 근처에서 선물을 선택할 경우는 가장 흔한 것이 과일이다. 미리 장을 보려고 정육점에 가는 길에 정육 선물세트를 준비하기도 한다. 백화점만큼 포장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담아 준비하는 선물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가 선택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의 선물과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선물하기 좋은 품목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시장에 가면 늘 찾을 수 있는 것을 특별한 날의 선물로 선택하지는 않는 것 같다. 

벌써부터 추석 택배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고가 위주의 품목이 인기라는 기사도 접했다. 우리가 사는 지자체에서도 '마음은 고향, 몸은 부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다. 비대면 상황에 따라 함께할 수 없는 마음의 표시를 고가의 선물로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뉴스에서는 분석하기도 했다. 

'선물은 마음'이라고 말한다. 감사의 마음을 선물로 대신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꼭 선물을 해야 하고 선물에 마음을 담기 위해서는 상대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안주인의 살림 스타일은 어떤지, 가족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고르는 과정에서 주는 이의 마음이 그대로 담기는 것은 아닐까 싶다.

때론 선물의 크기가 마음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선물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품목의 선택에 고민을 하는 것이다. 마음은 마음으로 표현하면 된다. 마음의 표시를 선물로 할 수는 있지만 마음의 크기가 선물의 크기는 아니다. 형체가 없는 마음이 형체를 입게 되는 순간, 형체의 크기를 고민하는 순간 마음의 변형과 왜곡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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