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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성폭력 사건 진정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전남대 총장에게 인권센터, 로스쿨에 각 기관경고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2018년 12월 전남대 로스쿨의 한 교수가 주최한 술자리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모두 해당 술자리 참석자였으며,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사건 다음날, 피해자가 전남대 로스쿨 A 교수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교수는 신고 절차 안내를 비롯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는 2019년 3월에야 피해 사실을 전남대 인권센터와 광주 북구경찰서에 신고할 수 있었다. 사건을 접수한 인권센터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신고 사실을 통보받은 가해자는 피해자의 실명, 구체적 사건 내용 등을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학내 구성원 다수에게 사건이 알려지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는 2차 피해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그해 전남대 인권센터가 자체 조사를 마무리한 후 학교 측에 가해자 징계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징계 요청'에는 피해자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전제가 붙어 있었다.

"A 교수가 학생 간 조정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법전원에 공문을 보내 조정·중재 요청을 하고 당사자 간 조정이 안 될 경우 징계 요청하기로 함."

우선 A 교수가 조정을 시도해보고, 그것이 불발될 경우에 징계하겠다는 결정이었다. 로스쿨 측은 공문을 받은 후 한 달가량 인권센터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인권센터가 회신을 독촉하자, 조정이 불발되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피해자는 자신 몰래 한 달가량의 비밀 조정 기간이 설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6월 3일에야 알게 되었다. 인권위는 전남대 인권센터의 '선 직권조정 후 징계요청'이 헌법 제21조 및 12조에 기반한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침해 조사과정의 적법절차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전남대 총장에게 '인권센터 규정' 정비를 권고했다.

사건 직후부터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공간 분리를 호소했다. 사건 조사 기간에도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들은 피해자로부터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라는 호소를 들었음에도 그 어떤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로스쿨 B 교수는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왜 힘들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여자라 그런 것 같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전남대 총장에게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 및 분리조치, 조정 절차 등과 관련된 규정을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같은해 11월 18일 전국 12개 대학교의 젠더법 연합회가 '전남대 법전원의 성폭력 사건 은폐를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는 <한겨레>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에 보도되었다. 그런데 해당 보도를 접한 로스쿨 B 교수가 피해자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다음주 화요일에 <한겨레> 보도 반박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테니 참석하라"라는 내용이었다.
 
 전남대 로스쿨 B 교수가 공개토론회 참석을 요구하며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전남대 로스쿨 B 교수가 공개토론회 참석을 요구하며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 사건 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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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참석도 권유하겠다"라며 그의 참석을 원하냐고 묻기도 했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불러 공개토론회를 진행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결국 지역 사회 및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토론회는 무산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B 교수가 피해자 편에 선 교수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되었다. B 교수는 공개토론회 사건 당시 로스쿨 교수 5명으로 구성된 전남대 로스쿨 성폭력 사건 비공식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었다. B 교수의 공개토론회 요구가 있자, 협의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던 C 교수가 공개토론회 개최 반대를 표명하고 대화방을 나갔다.

그러자 B 교수가 단체 채팅방에 "최근 일련의 사건의 배후 주범을 확실하게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장의 적을 알게 되니 적의 움직임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며 마치 피해자 편에 선 교수들이 사건을 기획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어 "학교를 혼란에 빠뜨린 이놈에게 책임추궁의 날이 다가옴을 느끼니 춤이라고 추고 싶다"며 피해자와 피해자 편을 든 전남대 교수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증거불충분'으로 사건 무혐의 처분 
 
 국가인권위 결정문 일부
 국가인권위 결정문 일부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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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이러한 B 교수의 행위를 피해자와 피해자 편을 든 전남대 교수의 인격권을 침해한 일로 판단했다. 다만 B 교수가 인권센터의 권고를 받고 해당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기 때문에 별도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인권위는 전남대 총장에게 로스쿨 교수들에게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특히 강화하여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2018년 12월 전남대 로스쿨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이후 벌써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간 피해자는 사건 내용의 공개, 인권센터 및 로스쿨 측의 미흡한 대응 등으로 크게 고통받았다. 담당 검사는 사건 초기에 "피해가 실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이야기 했지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2020년 9월 현재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구제 절차인 재항고가 진행중이다. 인권센터 측이 학교에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법적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위 결정까지 나온 만큼, 전남대 측이 그동안의 잘못들을 성찰하고 추후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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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 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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