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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한국의 유명희 후보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한국의 유명희 후보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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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경쟁 상대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더 많은 회원국의 지지를 얻었으나 미국이 반대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각) 미국은 WTO 본부에서 열린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데니스 시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오콘조이웨알라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지지하지 않는다(not back)"라고 밝혔다.

앞서 WTO가 결선에 오른 두 후보인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웨알라를 놓고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오콘조이웨알라가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했으나, 미국이 공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키스 록웰 WTO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한 대표단이 오콘조이웨알라의 입후보를 지지할 수 없으며, 유 본부장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그 대표단은 미국"이라고 전했다. 

"WTO, 최후의 수단으로 투표 치를 수도"

WTO는 구체적인 득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오콘조이웨알라 측은 투표권이 없는 유럽연합(EU) 대표를 제외한 163개 회원국 중 104개국의 지지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WTO는 모든 회원국의 컨센서스(전체 합의)를 통해 사무총장으로 선출하는 데다가 영향력이 큰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찬성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반대는 예상된 일이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국가의 재외공관에 외교 전문을 보내 유 본부장을 지지할 것을 부드럽게 권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호무역을 강조해온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오콘조이웨알라가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며 자유무역주의자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원국의 전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WTO가 최후의 수단으로 투표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라며 "다만 WTO 역사상 이는 전례가 없는 일(unprecedented)"이라고 설명했다. 

WTO는 예정대로 11월 9일까지 차기 사무총장을 확정하기 위해 전체 합의를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록웰 대변인은 "합의 도출을 위해 매우 바쁜 활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콘조이웨알라, 예상치 못한 장애물 만나"

아프리카 매체 <아프리카리포트>는 "오콘조이웨알라가 대다수 회원국의 지지를 얻어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WTO 사무총장이 되려고 하지만 (미국의 반대라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났다"라고 전했다. 

오콘조이웨알라는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를 내세우는 EU, 한국과의 무역 분쟁을 치르고 있는 일본 등의 지지를 얻었다. 또한 중국은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과의 갈등을 이유로 유 본부장에게 등을 돌렸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임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남기고 돌연 사임하자 미국 출신의 앨런 울프 부총장이 임시 사무총장을 맡게 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실제 득표 차가 클 경우 유 본부장이 후보에서 물러나거나,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4년인 사무총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려 두 후보가 3년씩 번갈아 맡는 사례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999년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결선에 오른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가 치열하게 경합하다가 결국 전체 합의에 실패하면서 3년씩 맡은 바 있다.

태그:#유명희,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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