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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윌밍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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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이 끝이 나고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한국시각으로 11월 8일에 공식적인 승리선언을 함으로써 미국은 바이든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렇게 트럼프 시대가 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됨으로써 미국의 대외 정책과 국내 정책은 4년 만에 다시 뒤집어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하 미국은 자국 이익 중심주의를 기치로 내세우며, 민주당 시절 외교정책을 모두 뒤집는 정책을 펴 왔다. 대중 무역 전쟁,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이나 이란 핵 협상 탈퇴 등은 대표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은 국내외에서 수많은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한 여러 외교정책 중 가장 심각한 사안은 중남미 부분이다. 중남미 지역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직간접적인 개입으로 쿠데타와 내전 등에 시달려 왔고, 그렇다 보니 반미 정서가 상당히 강한 지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남미 정책을 완전히 뒤집어 엎거나 더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을 이용하였다. 

쿠바 재봉쇄부터 관세 폭탄까지... 남미가 트럼프와 함께한 4년의 시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쿠바와 국교를 재개하면서 기나 긴 쿠바 봉쇄가 해제되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한 지 1년도 안 되어 2017년에 이 정책을 무효화 하게 쿠바를 재봉쇄 한다. 또한 쿠바 의사를 지원 받은 중남미 국가들을 압박하여 쿠바 의사들을 추방시키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취하였다.

쿠바를 재봉쇄 함으로써 쿠바를 다시 중남미 지역에서 배제 시키고 중남미의 여러 국가들에 대한 개입을 지속하였다. 특히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시장에 의존하던 중남미 국가들이 몇 년간 경제침체에 빠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남미 우파들을 지원하며 좌파정권들을 끌어 내리거나 끌어 내리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시도하였다.

미국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2009년 온두라스 쿠데타 이후에도 온두라스 지역에 미국의 입김이 강한데, 2017년 온두라스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일어나고 미주기구 감시관 마저 부정선거 의혹을 지적하였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논란을 무시하고 친미 성향 국민당 대선후보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를 대통령으로 재빨리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부정선거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또한 니카라과에서 연금 개혁으로 촉발된 야권과 정부의 충돌문제에 개입하여 산디스티나 해방전선과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를 제재하게 된다. 트럼프 정권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바로 베네수엘라 문제인데, 트럼프 정권에 들어서 베네수엘라 좌파정권을 향한 제재의 강도가 대폭 상승한 뿐 아니라, 후안 과이도가 스스로 임시대통령임을 선언하자 재빨리 그를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고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를 '폭정 3인방'이라고 비난하면서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할 것을 시사하였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실행에 옮겼으며 후안 과이도가 작년에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소수 군인들과 쿠데타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고, 올해는 미국의 용병을 베네수엘라로 침투시키는 시도를 했다가 근처 어부에게 적발되는 사태를 일으켜 국제 망신이 되었다.

2018년에 당선된 극우 성향 보우소나루 정권과 트럼프 행정부 간의 유착 관계도 도마에 올랐다. 2019년 8월에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보우소나루의 문제 많은 아마존 산불정책을 지지하면서 자신과 미국은 보우소나루와 브라질을 지원하고 있다고 직접 밝히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남미에 얼마나 깊게 개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2019년 볼리비아에서 일어난 우파들의 시위와 군부의 압력으로 좌파 성향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사임한 후 당시 장관이자 상원부의장이었던 자니네 아녜스가 국회의 정족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스스로 임시대통령이 되었음을 선포하자 미국은 발 빠르게 지지선언을 하였다. 이로 인해 이 사건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2019년 10월부터 시작된 트럼프식 중남미 정책의 파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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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트럼프 행정부는 중남미에서 더 노골적인 개입을 추진하였으며, 이는 미국 민주당이 추진한 상대적 온건 정책을 무효화 한 것을 넘어 남미국가들 사이에 있던 반미 정서를 다시 강하게 자극시켰다. 미국의 영향력 강화는 되려 그에 대한 반발을 더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중남미 이민자에 대한 혐오발언과 그와 연동된 4년 간의 이민 제한 정책은 중남미 사람들의 반미정서를 더 자극했다.

게다가 우파들이 집권한 이후에도 남미 지역의 경제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우파 정권들이 추진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나, 공공요금 인상 같은 긴축정책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게 된다. 아르헨티나에서 먼저 페론주의 좌파 정부가 우파를 밀어내고 다시 집권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우파 정권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2019년 10월,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폭발한 칠레의 대규모 항쟁과 유류 보조금 폐지로 폭발한 에콰도르 원주민들의 항쟁을 시작으로 중남미 전역에서 우파정권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으며,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콜롬비아에서도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만들어 놓은 결과들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남미 우파들의 위기를 모르는 일인듯 수수방관을 하였으며, 역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 나라에 동시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면서 브라질 극우정권과 아르헨티나 좌파 정권이 공조할 수밖에 없는 이상한 현상을 만들어 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로 남미 우파정권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되었으며 미국 또한 코로나 방역에 실패하게 되면서 바깥사정을 신경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볼리비아는 올해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으며, 칠레는 피노체트 헌법을 폐기하고 제헌의회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면서 트럼프의 중남미 정책은 끝나게 된다.

바이든은 다를 수 있을까?

트럼프 정권은 여러 시끄러운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중남미 지역의 반미정서만 자극시키고 반미성향의 좌파정권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만 만드는 결과만 초래하게 되었다. 이는 고스란히 신임 행정부인 바이든 행정부로 옮겨지게 되었다.

현재 남미 좌파 진영은 트럼프의 패배를 환영하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파시즘과 인종주의의 패배라고 환영하였고, 룰라 또한 환영한다고 논평하였으며,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또한 미국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는 입장을 내면서 미국의 남미정책이 바뀔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트럼프와 함께한 4년에 지친 나머지 나타난 현상이라고 풀이된다. 실제로 바이든은 2015년 쿠바와의 국교 재개에 깊숙히 관여하였고, 브라질 좌파 진영과 적지 않은 교류가 있었던 인물이기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화당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더 강하게 견제하는 것을 당론을 채택한 상황에서 과연 중러와 친밀한 남미 좌파 정권들과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가는 매우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황이다. 중러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트럼프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 발전 시킬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다를 수 있다고 확언할 수가 없다. 그도 결국 미국의 이해관계의 정점에 있는 미국의 엘리트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일방적인 중남미 정책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그도 트럼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중남미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태그:#중남미, #트럼프,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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