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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을 맞은 올 연말은 유독 더 몸과 마음이 시립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고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 프리랜서, 직장인, 취준생 등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요. 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한때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우리들이 어쩌다 이렇게 암울한 이야기로 마주하게 됐을까??
  한때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우리들이 어쩌다 이렇게 암울한 이야기로 마주하게 됐을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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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를 운영 중인 친구와 나는 푸념 섞인 카톡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해는 없던 걸로 치고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올해는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
"난 예약 취소 전화 받은 것밖에 기억이 안 나."  


이때 카페를 하는 친구가 느지막이 한 마디를 남겼다. 

"난, 가게 내놨어..." 

갑분싸. 저 얘길 적으며 친구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이 됐다. 누구도 선뜻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 예약률 제로에 가까운 에어비앤비 사업가와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주인장, 일 없는 프리랜서의 카톡 대화는 어쩌다 보니 불행 배틀에 가깝다. 희망 따윈 낄 틈이 없다. 한때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우리들이 어쩌다 이렇게 암울한 이야기로 마주하게 됐을까? 

우리에게 '최선'은 무엇이었을까 

이게 다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맞짱 뜨기엔 너무 강한 변수였다. 연초, 이 친구들과 나눴던 계획과 포부들이 떠올랐다. 연말을 앞두고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될 줄이야... 나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프리랜서인 나는 일을 하기로 한 회사의 프로젝트가 무기한 연장되면서 자연스레 수입이 뚝 끊겼다.

친구는 올해 초 에어비앤비 사업을 확장해 다른 건물까지 계약한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맞았다. 울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대학가에서 카페를 하는 친구는 대학 강의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수익은커녕 월세를 내는 것도 버거워졌다. 

사람이 생계를 위협받으면 극심한 불안에 떨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같은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에겐 어떤 분통도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무력감만이 우릴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초창기엔 우리도 생생한 불안감을 느꼈었다. 무턱대고 화를 내기도 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버티기도 해 보고, 기회가 있진 않을까 주변을 탐색할 힘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린 모두 자포자기의 심정이 돼 버렸다.

나는 더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숙박업을 하는 친구는 예약 취소라는 말에 무덤덤해졌으며, 카페 주인장은 최후의 카드인 가게를 내놓고 말았다. 최악에서 최선을 찾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 셋에게 과연 최선은 무엇이었을까.  

전에 없던 이 재난을 이겨내려면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7일 오후 평소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길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7일 오후 평소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길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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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나아지긴커녕 거리두기는 2.5단계로 상향됐다. 팬데믹으로 온 국민이 진이 빠진 상태가 됐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확진자 숫자에 허탈할 뿐이다. 

12월이 되자 기대가 없는 사회의 암울함이 더욱 도드라졌다. 예년 같았으면 거리에 캐럴송이 흥겹게 울려 퍼지고 업계에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할 텐데 사회 전체가 나와 내 친구처럼 무기력함에 빠져 있는 것만 같았다. 

특히 코로나는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세대 간의 위기로 얼기설기 엮여 있다. 나의 경우, 단순히 내 일자리의 유무보다 양육과 부양의 의무까지 더해져 더 심란하고 답답했다.

자영업을 하시는 시댁은 코로나로 인해 가게 문을 여는 날보다 열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자연스레 수입이 없어진 부모님을 모른 척할 수 없게 된 상황까지 맞게 된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니 돌봄의 역할이 대두될 수밖에.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던 한 해였다.

친구, 가족, 직장동료, 어느 누구와 통화를 해도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럴 땐, 각자도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함께'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제발, 모임을 제한한다는 정부 지침을 무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즐기고픈 연말의 유혹보다 주변에서 말 그대로 버티고 있는 중인 사람들의 표정을 먼저 봤으면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차근차근 풀어 가는 것이 꼬여버린 일상을 원상태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희망이란 땅과 같다고 한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곳이 길이 되는 것처럼, 희망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2020년의 마지막 달, 우리 모두 무기력을 밀어내고 활기찬 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많아져 보다 선명한 희망의 길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태그:#코로나19, #위기의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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